[오피니언] LTNS_우리 다시 뜨거워질 수 있을까?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4.02.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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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스러운 우진과 말랑한 사무엘은 이미 서로에게 진력이 났고 이제 배려는 없다. 대화가 길어지면 항상 짜증 섞인 남 탓까지. 그들에게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는데...부부불륜추적단으로 돈이나 뜯고 있다. 매 화 다양한 커플을 눈앞에서 관찰하면서 그들만의 부부클리닉도 진행된다.

 

 

 

우리도 다시 뜨거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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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NS는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과 이솜, 안재홍 배우가 임대형 감독과 만난 고자극 불륜추적 활극이다. 소공녀에서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던 미소와 한솔이의 결혼 이후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 반갑기도 잠시, 과격한 19금씬과 말맛 사이에 영화적 연출이 섞여 리듬감 있게 끝까지 밀어붙인다.

 

시작부터 키스인 불륜커플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협박이 이어지고 이제 돈 못 받을 때가 됐는데? 싶을 때쯤 불륜의 화살표가 옮겨간다. 우진과 사무엘은 각자가 회상하는 추억이 달랐고 수많은 19금씬보다 찌릿했던 엉덩이시그널로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다. 마지막 화에서 비가 왔던 그 날, 눈맞춤으로 서로를 질책하고 그 감정 그대로 감정의 홍수를 맞으며 집에서 개싸움을 벌이는 연출은 현실에 비현실이 더해져 더욱 처절하게 표현되어 기억에 남는다.

 

영화감독들의 드라마답게 응축된 의미를 담은 씬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씬과 연결되는 시네마틱한 연출로 6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우진 역의 이솜 배우와 사무엘 역의 안재홍 배우 또한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부부 같았고 다면적인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표현하여 이 부부에게 애정을 갖도록 만들어 주었다. 부부의 세계는 가장 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엿보는 재미로 다음 화가 나오길 고대했던 3주였다.

 

 

 

LTNS:  Long Time No Sex


 

진부하지만 LTNS를 끝까지 본 사람들은 결국 “사랑은 뭘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감독님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감독님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뭘까도 궁금했다.

 

드라마 속 우진과 사무엘은 사랑에 대한 기본 철학이 서로 다름을 암시하고 있다.

 

하다 보면 없던 사랑도 생긴다는 우진과 지금 나 사랑해서 이러는 거냐는 사무엘.

 

1화의 이 대화는 보통의 부부 대화이지만 6화까지 돌고 돌아 파국으로 치닫는다. 서로만을 바라보며 평생을 사는 결혼이 언젠가부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과 ‘그때 내 주변에 다른 사람이 손을 내밀어준다면?’ 살면서 한 번쯤은 생길 법한 미묘한 감정 사이에서 LTNS는 우리에게 가족, 불륜, 사랑과 같은 본질적인 질문 폭격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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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family)의 개념은 라틴어 famulus; 가정의 하인들, 집안 종사자들로부터 유래한 언어이자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알파벳을 딴 family의 의미가 있다. 서로를 먹여 살리는 우진과 사무엘은 점점 사랑보다 떨어진 집값, 오르는 관리비, 생활비가 더 중요해졌고 서로에게 단단한 족쇄가 되었다. Father and mother I love you는커녕 가정의 하인들, 집안 종사자들이 되기도 버거운 그들은 남의 집 담장을 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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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이제야 만났을까



매 화 강렬하게 사랑을 나누는 오프닝 후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 아...착잡하다.

 

우진과 사무엘은 사내 커플의 햄버거러브, 중년 커플의 가발시그널, 동성 커플의 어복쟁반 등 다사다난한 불륜 커플들을 추적한다. 불륜을 저지르는 것만큼 배신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들의 애닳은 사랑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당신의 회사, 가족에게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현금을 요구하는 협박문은 그들에게 관계에 대한 판단을 내리도록 한다. 이름 모를 협박범에게 돈을 보내는 행위 자체가 불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커플은 그 이후에 불륜을 이어나갈지, 그만둘지 선택하게 된다. 돈 때문에 갈라서거나 진짜 사랑을 시작하거나 이전과 그대로 이어지거나 반성하고 헤어지는 등 이들에겐 선택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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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과 사무엘 돈 때려 맞다



불륜남한테 맞고 교통사고까지 나면서 돈 때려 맞는 그들은 도둑들처럼 통쾌하지도 존윅처럼 뚜렷한 목적도 없다.  처음 한 건을 해결한 후 가족들한테 맛있는 한 끼 대접하기 딱 그 정도로 살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 삶을 조금 더 편안한 삶으로 만들기 위하여 독해진 것이다.

 

늘 택시기사 사무엘의 뒷좌석에 앉던 우진은 일을 시작하자 조수석에 타게 되고 둘은 자연스레 붙어 있게 된다. 목적은 돈이지만 사랑을 추적하며 부부의 사이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섹스리스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좋아하는 점 말하기, 스타일 변화 등 노력하며 돈과 사랑을 되찾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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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변했으면 변했다고 얘기하자


 

그들의 마지막 추적 대상은 그들이었다. 우진은 몸만, 사무엘은 마음만 나누었기 때문에 불륜이 아닌 것인가? 이들 모두 사랑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불륜은 맞다. 사무엘의 민수씨는 돈을 보냈고 이는 완벽한 인정이다. 아마 우진의 전남친도 협박했다면 돈을 보냈을 것이다. 부부의 폭로전은 사랑 없이도 섹스할 수 있다는 우진과 대화가 필요했다는 사무엘은 서로를 헐뜯기 시작한다. 첫 문단에 언급했던 부부의 어긋난 사랑 명제는 결국 정신적 바람과 육체적 바람 중 어느 것이 더 나쁜지 서로를 매도하는 개싸움에 이르게 된다.

 

다른 불륜커플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협박 이후에 관계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주지 않지만 우진과 사무엘은 아주 묘하고 강렬한 과정과 차가운 결말까지 보여준다. 우진의 과격한 하룻밤, 사무엘의 청소엉덩이시그널은 과거의 비와 감정의 홍수가 뒤섞인 재해로 찾아왔으며 한바탕 비 온 뒤 서로를 갉아 먹었던 과거에 대한 미안함을 남긴 채 이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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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읭?스러운 결말에 이르자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의 명대사 “Let’s fuck!”이 생각났다. 부부사이에 서로를 의심하면서 본인도 한 눈 파는 모습, 이 모든 것을 질끈 감은 눈(eyes wide shut)까지 닮아 있었다. 역시 그게 답인가? 싶으면서도 무엇이 진정한 사랑에 가까운 것인지는 모르겠다.


LONG TIME NO SEX에서 LONG TIME NO SEE가 되는 순간 LET’S FUCK을 외치는 우진과 사무엘에게 아이러니한 희망을 걸어본다.

 

 

[강혜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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