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명 드라마 OST 피아니스트가 말아주는 쇼팽X지브리 디제잉 - 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

글 입력 2024.03.1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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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포스터]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jpg

 

 

 

리믹스의 힘


 

종종 리믹스 된 노래를 찾아 듣는다.

 

정말 잘 믹스된 음원의 개쩌는 점은 좋은 노래 두 곡의 가장 좋은 부분을 모아 잘 어우러지게 만들어 놨다는 점에 있다. 그러면 효과는 배가 된다. 신나는 노래의 리믹스 편곡 버전을 들으면 훨씬 더 신나고, 잔잔한 노래들을 섞은 걸 들으면 훨씬 아련함을 잘 느낄 수 있다.

 

 

DJ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블랙핑크 X Village People 리믹스.

지금까지 이것만큼 잘 어울리는 편곡을 본 적이 없다.

 

 

누군가는 이런 음악을,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창작하지 않고, 그저 기존의 노래들로 부가적인 것을 만드는 아류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리스너들이 듣기에 믹스가 더 좋은 경우도 많고, 실제로 팝 가수들은 무대 등 특별한 상황에서 누군가 믹스한 음원의 권한을 구매해 퍼포먼스에 사용하기도 한다.

 

 

리한나 - Rude Boy를 브라질의 음악 장르인 Funk 스타일로 편곡한 리믹스.

브라질 출신 DJ가 만든 리믹스를 리한나가 슈퍼볼 무대에 사용해 화제가 됐다.

 

 

쇼팽이랑 지브리 공연 리뷰하면서 갑자기 웬 ‘디제잉’이냐고? 이 공연도 일종의 리믹스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

 

 

 

쇼팽과 히사이시 조


 

프레데릭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렸던 낭만 시대 대표 작곡가이다. 우리에게는 ‘녹턴 2번 내림 마장조’로 가장 유명하다. 클래식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히사이시 조는 스튜디오 지브리 제작 주요 애니메이션의 OST로 유명한 뉴에이지 작곡가인데, 동화 같고 어린아이의 순수한 세계가 떠오르는 지브리 영화에서의 작품 외에도, 각종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맡기도 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온 작곡가이다.

 

'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에서는 이 두 작곡가의 곡을 과감히 믹스해 보여준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이 공연이 디제잉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전에 이야기했듯 디제잉이라는 게 좋은 노래를 하나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네가 좋아하는 그것과 비슷한 이 노래도 있어’라고 소개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은 쇼팽을 소개하고 싶은 피아니스트의 디제잉 공연으로 느껴졌다.

 

쇼팽과 지브리(로 대표할 수 있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 세계). 공연에서는 클래식의 '메이저'와 뉴에이지의 '초메이저'를 섞어 마음의 장벽을 부순다. 처음에는 엉뚱한 조합이라고 생각해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지만, 역시 익숙한 이름들이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기획이다.

 

 

 

몸만 와도 편한 잔치


 

특히 좋은 부분은 매 연주가 시작될 때마다 세심하게 코멘트를 달며, 곡 정보, 주요 관전 포인트, 피아노 솔로, 4중주, 5중주 등 관객이 감상하게 될 곡의 주요한 특징과 연주하게 될 곡의 수까지 설명하는 점이다.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은 곡 사이의 잠깐의 쉼과, 곡의 끝과 시작 사이의 틈을 구별하기 어렵기도 하다. (아니라고? 나는 그렇다.) 이 공연은 클래식 공연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언어로 곡을 설명하고, 미리 맛보기로 곡의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첫 공연을 시작하고 6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는 게 이해가 됐다.

 

제작 과정을 설명하며 보여주는 것 또한 공연의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다. 공연에서는 편곡한 곡을 소개한다면 그 곡을 편곡한 계기, 쇼팽과 히사이시 조의 곡 중 어떤 작품을 사용했는지와 그 작품들을 선정한 이유, 특정한 장르를 선택한 이유 등을 낱낱이 해부해 보여준다. 이것을 보며 나는 숏폼을 기반으로, 다수의 리스너들과 작곡 과정을 공유하는 최근의 가수들이 생각났다.

 

요즘은 음원 제작과 대중 사이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졌다. 거리를 좁히고 친숙하게 하고, 운이 좋다면 대중이 제작에 간접적으로나마 참여하도록 해 음원의 관심도를 높이는 것이다. 해서 이런 리스너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마케팅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그중에서도 찰리 푸스는 이런 마케팅 방식을 특히 잘 사용하는 아티스트이다.

 

간단한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곡 하나가 탄생한다! 신기하지 않나? 공연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처럼 곡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맛보기로 보여 줘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이 탁월하다. 클래식이라는 장르에서도 이렇게 첨단의 향유 방식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다른 관객들과 함께 이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완성된 노래만 들을 때보다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인터미션을 포함해 100분 밖에 되지 않는 친절한 러닝타임은 덤이다. 쉽고 편안하게 교양을 넓힐 수 있는 공연.

 

 

[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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