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페리 타고 제주도로 가는 이유 [여행]

글 입력 2024.02.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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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입사 동기 중에 퇴사 후에도 공휴일이나 주말에 가끔씩 만나는 친구가 있다. 그는 나와 대화할 때 내가 관심 있게 생각하는 블로그 글쓰기나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 별 호응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행 이야기를 꺼내면 본인이 그동안 다녔던 지역에 대한 문화나 방문 소감을 신나게 이야기한다.


그는 여행을 하면서 며칠 방문했던 국내외 지역뿐만 아니라 잠깐 방문한 지역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마치 잠깐 방문한 지역도 며칠 지내다 온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그가 방문한 지역에 대한 여행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거나 블로그에 글로 적어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그에게 말해도 그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본인은 재능이 부족하다고만 말한다.   

 

그는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휴가를 아껴놓았다가 한꺼번에 여행을 떠나는 데 사용한다. 직장인이 많이 여행 가는 혼잡한 성수기를 피해 주로 봄이나 가을에 다닌다. 특히, 해외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나와는 달리 해외에 혼자 다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도 혼자 가는 것은 심심한지 해외여행을 계획하면 나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한다. 그러나 한 번도 그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는 해외여행을 하지 않았다. 국내 여행은 가끔씩 그와 함께 다니는데 수년 전부터 페리(Ferry) 타고 제주도를 같이 다녀오곤 한다. 그는 비행기를 타고 가고 싶지만 페리 타고 가고 싶어 하는 나에게 맞춰준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집이 서울에 있는데 김포공항에서 가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굳이 왜 인천이나 목포에서 페리를 타고 가냐고 말이다. 그렇게 하면 시간과 비용도 더 들고 힘들지 않냐고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말이 맞다. 나도 그분들의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굳이 페리를 타고 제주도로 가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나는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는데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의 느낌이 너무 싫다. 비행기 엔진이 굉음을 내며 고속으로 달리다가 하늘을 향해 부웅 뜨면서 이륙하는 느낌과 착륙할 때 높은 데서 쑤욱 하강할 때의 느낌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다. 반면 이런 느낌이 싫지만 참을만하다는 분들도 많을 것이고 스릴로 느끼며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비행기로 이동하는 여행은 최후의 선택, 예를 들면 비행기 외에는 이동 수단이 없다거나 다른 이동 수단과는 매우 현격하게 시간과 비용이 저효율적일 때 선택한다. 


수도권에 살면서 자동차를 가져가지도 않는데 페리를 타고 제주도에 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있다면 천천히 이동하는 페리의 갑판 위에서 바다를 보며 낭만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인 사람들일 것이고, 나처럼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페리를 이용하는 것이 주목적인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나는 제주도로 가는 방법으로 페리를 이용하는 것이 비행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과 고(高)비용이 든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페리에 탑승해 편안한 마음으로 바다를 보며 낭만을 느끼고 싶다.

 

 

[이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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