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은 살 수 없다 하지만, 우린 빌릴 수 있어! - 뮤지컬 렌트 [공연]

그가 남긴 사랑조차도 나누려고 한다
글 입력 2024.01.12 12: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3뮤지컬렌트] 포스터.jpg

 

 

뮤지컬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La Bohême)’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천재 극작·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그와 친구들의 삶 속에 늘 존재했지만, 사회적으로 터부시되었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드러내어, 록, 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 장르와 혼합해 오페레타 형식으로 완성하였다.

 

1996년 1월 26일, 오프브로드웨이 150석 작은 공연장에서 처음 관객을 맞은 뮤지컬 <렌트>는 개막 하루 전, <렌트>의 창조자이자 상징이었던 라슨이 대동맥 박리로 요절하여 더욱 드라마틱하게 각인되었다. 언론과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불과 3개월 만에 브로드웨이의 네덜란더 씨어터(Nederlander Theatre)로 극장을 옮겨 공연을 이어갔다. 파격으로 주목받은 <렌트>는 브로드웨이의 비주류층이었던 젊은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지형을 뒤바꿨다.

 

<렌트>는 토니상에서 10개 부문 후보로 올라 작품상, 음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였고,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 연극협회상 6개 부문, 드라마 비평가 협회상, 오비상 3개 부문 등 뮤지컬에 주어질 수 있는 모든 상을 석권했다. 이후 브로드웨이에서 대성공을 거두어 12년간 총 5,123회 공연되었고 전 세계 50개국, 25개의 언어로 무대화되는 기록을 남겼다. 2008년 9월 7일, 브로드웨이 공연은 막을 내렸지만 현재까지도 전 세계 곳곳에서 다시 공연되며 끝나지 않는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 “누군가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린 빌릴 수 있어!”


 

[2023뮤지컬렌트] Seasons of Love.jpg

 

 

2024년의 첫 글을 <렌트>로 시작할 수 있어 기쁘다. 나도 잠깐 렌트가 선사해 준 황홀함을 빌려 여러분에게 이 글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

 

기다리고 기다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연히 마주친 렌트의 헤드 문구가 강하게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No day, But today”
 

 

미래와 과거, 그것은 중요치 않다. 바로 나에겐 오직 지금뿐. 주인공들이 늘 외치는 이 외침. 뮤지컬 렌트를 본 사람이라면 이 대사와 문구를 절대 잊을 수 없다. 만약 잊었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 지금부터 확실히 기억날 수 있게 도와주겠다.

 

렌트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동성애자, 이성애자, 양성애자의 사랑이야기. 가난한 예술가들의 안타까운 현실의 다큐멘터리. 모두 다른 정의로 이 뮤지컬을 정의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저 “사랑” 이야기다. 당신에게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라는 말이다.

 

사랑은 과거와 미래가 없다. 현재 순간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그중에서도 그리움이 사랑의 가장 큰 증거인데, 그리움은 미래도 과거 아닌 현재 내가 놓인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현재,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현재에 존재하기 때문.

 

사랑은 경계도 없다. 단순히 성적 관념이 아닌 정답 자체가 없는 것이다. 우린 흔히 정상성이라는 단어 속에 사랑이라는 말랑함을 가둔다. 그 말랑함이 약점으로 작용한다고 느끼는 것일까? 정상성에 부합하지 않은 사랑을 할 때, 우리는 반드시 의외의 감정을 느낀다.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 또한 여러분의 “현재” 생각이기 때문이다.

 

내가 집중한 것은 단 하나, 왜 <렌트>가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정해진 공식 없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고? 내가 늘 문화와 예술을 대할 때 나오는 습관과 연결되어 있다. 바로 “정답 내리기 습관”이다.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을 정하려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려고 하는 우리에게 내리는 일침. 그 자체가 바로 뮤지컬 <렌트>라고 할 수 있겠다.

 

 

[2023뮤지컬렌트] La Vie Boheme.jpg

 

 

사랑은 정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빌리는 것이다. 사려고 하면 계산하는 모습이 분명 보일 터, 사랑은 반드시 빌려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고 그 감정을 스스럼없이 옮기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삶에 들어가 시간을 들여 갈등을 빚는 것. 그래서 만들어지는 견고한 대여품.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 마음씨는 사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미미와 로저 그리고 마크, 모두 사랑을 빌리지 못해 힘들어했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마크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 슬럼프에 빠졌다. 마크를 통해 하다 못해 나 자신도 내가 소유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함을 관객에게 알려주는 셈이다. 하지만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엔젤과 콜린처럼 빌리는 사랑을 하게 될 땐, 그가 남긴 사랑조차도 나누려고 한다.

 

엔젤이 죽은 뒤, 콜린이 부르는 넘버 속에서 그는 시시때때로 엔젤은 정말 엔젤이었다고 외친다. 나의 엔젤, 너의 엔젤이 아닌 그냥 엔젤은 엔젤이다. 넘버 속 엔젤을 부르는 콜린의 태도는 정말 겸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졌다. 서로 빌려주는 사랑. 시간, 돈, 몸과 같은 물질적 빌림 말고 감정, 가치관, 그리고 눈빛을 빌리는 그러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 여러분도 정답을 내리지 않는 빌리는 사랑을 하고 싶다면 <렌트>가 그 시작을 도와줄 것이다. 

 

 

[임주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