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을 펼친 그곳이 바로 미술관 - 그림 읽는 법

14개의 수업을 통해 그림 읽는 법 배우기
글 입력 2023.12.0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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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발달한 시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수단이 과거보다 더 많아진 지금, '미술관에 꼭 가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미술관에 가는 이유는, 작품의 디테일을 보며, 작품의 질감을 느끼고, 이 작가가 작업을 하며 불어넣은 숨결을 느끼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그 숨결에 전문적이고도 현대적인 해설을 더 해, 그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현장에서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도슨트 앱을 사용하는 이유이다.

 

중고등학교 때 선택과목으로 '미술'을 들었음에도, 일부 미술 작가와 미술 작품을 알고 있을 뿐, 이 작가가 어느 시대 사람인지, 어느 학파에 속했던 사람인지, 이 작가의 작품 전반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말할 정도의 지식을 함양할 수는 없었다. 어린 '나'는 그저 미술 과목의 중간고사, 기말고사에 나오는 개념들을 외우는 것에 혈안되어 있었고, 선생님의 해석에 따라 그 작품의 해설을 적는 것에 정형화된 사람으로 성장했다.

 

미술에 대한 갈증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미술관에 발을 자주 들인다고 해서 해결될 갈증은 아니었다. 심연처럼 존재하는 갈증은 약간의 물을 마시는 걸로는 해결되지 않듯이. 많은 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물동이가 필요했다. 그 순간 책 '그림 읽는 법'에 마음을 사로잡혔다.

 

 

 

#파리1대학 교양미술 수업을 내가 머무르는 곳에서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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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1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미술 창작이 주는 환희와 감상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저자 김진은 2023년 책 '그림 읽는 법'을 출간한다. 책 속에는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14개의 세부 수업이 존재하는데, 미술 관련된 과목을 배웠거나 미술 관련 서적을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뭉크, 클림트, 다빈치 등 유명한 작가들이 각각의 부제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

 

세부 수업별로 주제, 작가, 시대, 사회문화 등이 다르고, 독립적인 장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날그날 원하는 작가 혹은 궁금한 작품을 선택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기도 어렵다는 말이 만연해 있는데, 책 '그림 읽는 법'은 하루에 한 개의 수업을 택해서 듣기만 해도, 14일 후면 90여 점의 작품에 대해 감상할 수 있게 되고, 그림을 읽는, 나만의 방법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예술을 향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는 저자의 문장들은 책을 읽는 동안 귀에서 도슨트 해설이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텍스트의 딱딱함에 놀라지 않도록, 나긋나긋한 문체를 사용한 것에서 저자의 배려를 발견한다.

 

'그림'과 예술이 주제이기에, 각 장에 해당하는 그림들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선명하고 크게 삽입한 것도 특징이다. 멀리서 보면 작품 전반의 느낌과 작품의 흐름을 알 수 있고, 가까이서 보면 작가의 섬세한 표현과 색채, 명암 등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책을 펼친 순간 눈앞에 미술관이 생긴다는 말로 치환되는 듯했다.

 

책 속 그림이 배치된 위치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림이 설명하는 글보다 앞쪽 혹은 뒤쪽에 위치하면서, 페이지를 계속 이동하며 봐야 했다. 이러한 배치 방식은 앞에 논제와 함께 제시된 작품을 보면서, 나만의 관점과 나의 시야에서 그 작품에 대한 해석과 궁금증을 가지게 하고, 앞이나 뒤로 이동했을 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독자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풍성한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저자와 함께 작품의 시대를 걷다


 

저자는 그 화가가 그러한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부터 친절히 설명해 준다. 특유의 화풍, 기법 등을 가지게 된 이후에 변화되는 작품의 양상도 설명하며 독자에게 화가의 인생을 보여준다. 모든 수업이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본인이 가진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와 두려움을 작품으로 녹여낸 화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죽음을 목격하며 그는 사람이 생명이 없는 '오브제'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사후세계에 존재하며 끊임없이 현실 세계로 도달하려는 죽은 영혼을 표현한 작품 [코]. 죽음 앞에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인 인간을 표현했으며, 아무리 죽음의 고통에서 몸부림치더라도 이치를 거스를 수 없는 두려움을 작품에 녹여냈다.

 

 

나는 항상 살아 있는 존재의 취약함에 대한 인상이나 느낌을 지니고 있다. 마치 매 순간 서 있기 위해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항상 쓰러질 위협을 받고 있는 것 같은 ... 그리고 내 조각은 그 취약성을 바탕으로 한다.

 

- 그림 읽는 법, P. 155

 

 

자코메티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에서의 학살을 보며 생에 대한 연민을 가지게 되고,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영속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질적 실루엣을 의미하는 형태가 필요했는데,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의 형태 그 자체를 선택하게 된다.

 

그 형태가 얇고, 가는 이유는 시간에 따라 부식되어 가는 인간의 유한성에 대해 표현하기 위함이고, 이는 인간의 취약성과도 연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자코메티는 작품의 형태를 똑바로 서 있는 형태에서 걷는 형태로 바꾸어갔는데, 이것은 죽음이 존재하더라도 앞으로 정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트라우마를 작품으로 표현하였고, 그가 인생을 쌓아오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과 두려움의 크기는 변하지 않았을지언정,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결이 변화한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자코메티가 가진 두려움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여러 사람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아닐지라도, 각자의 두려움이 존재할 것이다. 두려움의 크기가 크든, 작든, 그 순간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들고 무섭겠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자코메티는 말한다. 자코메티가 본인이 가진 두려움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듯, 우리도 우리가 가진 두려움들을 이 세상에 표현하고 표출할 수 있는 각자의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것 또한 깨달을 수 있다.

 

작품 내면의 이야기들을 알지 못한 채 작품을 바라봤다면,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불안, 상실감 등을 깊이 읽지는 못했을 것이다. 저자의 안내로 작품의 시대를 걸으며, 작가의 인생과 소통하고, 작품의 내면을 읽어내는 소중한 경험은 '그림 읽는 법' 덕분에 손쉽게 해낼 수 있었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인 '예술산책'에 방문하면, 해당 작가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책 '그림 읽는 법'에서 관련한 내용을 읽은 후, 정리하고 복습하는 차원에서 활용하면 더 오래 감상을 마음에 남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그림을 그저 보기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그림을 나만의 시선으로 읽고, 나만의 경험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그림 읽는 법'. 미술과 예술에 관한 지식을 쌓고 싶은데, 어디에서부터 해야 할지, 어느 것부터 외워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분들이라면, 친절하고 따스하게 말해주는 저자 김진의 문장들을 읽기만 해도 머릿속에는 지식뿐만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생기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든 책을 펼친 곳이 미술관이 되는 진귀한 경험을 많은 분들이 해보길 바란다.

 

 

[이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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