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길 -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영화]

글 입력 2024.01.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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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읽는 걸 아주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 ‘마틸다’는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책의 표지가 생생할 만큼 좋아하던 책이었다. 나랑 비슷한 또래의 꼬마인 마틸다가 자기를 괴롭히는 엄마 아빠에게 골탕을 먹이거나 초능력을 사용해서 물건을 움직이는 내용이 재미있어서 좋아했던 것 같다. 그래서 뮤지컬 영화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영화를 봤다.


책을 읽을 때 마틸다랑 비슷한 또래였던 내가 어느새 마틸다보다 훨씬 자라서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영화로 다시 만난 마틸다는 내 기억보다 훨씬 작고 안쓰러운 어린아이였다.

 

 

엄만 내가 징그러운 벌레래 아빤 내가 지겹대 엄만 내가 못된 세균덩이래

나같은 애는 법에 어긋난대 아빤 내게 맨날 입다물고 있으래

잘 따지는 애는 다 싫어한대 엄만 내가 출산율 낮추는 본보기래

 

 

누구에게 들어도 상처가 될 만한 말을 마틸다는 부모님에게 듣고 자랐다. 자신의 아이들을 기적이라 여기는 부모들 사이에서 마틸다의 부모님은 마틸다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우주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야 할 부모님에게서 저런 말을 듣고 자란 마틸다가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마틸다가 책을 좋아하고 책 속 세계에 빠져서 사는 것도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하지만 그마저도 하지 못하게 마틸다의 아빠는 마틸다의 책을 전부 찢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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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의지할 어른 없이 살던 마틸다는 학교에서 허니 선생님을 만난다. 허니 선생님은 마틸다의 재능을 알아봐 주고, 마틸다를 진심으로 아껴준다. 마틸다가 허니 선생님에게 안기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마틸다가 기댈 수 있는 좋은 어른을 만난 것 같아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


허니 선생님 역시 마틸다처럼 상처받았던 아이다. 어린 시절 의붓 이모였던 트런치불 교장선생님에게 학대를 당했다. 어른이 된 후에도 여전히 트런치불의 말에 벌벌 떨고 트런치불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가정 폭행으로 상처받은 아이요. 그 아이 거기서 더 이상 자라지 않아요. 10년, 20년 그 아이 그 시간 속에서 갇혀 있는 거라고요.” 드라마 소년심판에 나오는 대사다. 상처받은 아이는 자라지 못한다. 몸만 자랄 뿐 마음속에는 어린 시절 상처받은 작은아이가 그대로 머물러있다.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 다행히 마틸다는 허니 선생님을 만났지만 그런 어른 없이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가슴속에 간직한 채 자랐을 허니 선생님에게 더 마음이 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어른이 되어,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아이를 진심으로 보듬어주는 허니 선생님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틸다와 허니 선생님은 서로를 만나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마틸다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허니 선생님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받는다. 허니 선생님 역시 마틸다를 통해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어린 시절의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정말 선생님과 살기를 원하냐는 아빠의 물음에 당당하게 원한다고 말하고 부모님에게 이별의 악수를 청하는 마틸다, 두려워하던 트런치불 교장 선생님에게 단호하게 안된다고 소리치는 허니 선생님. 이 두 장면이 두 사람이 성장한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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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들을 괴롭히던 트런치불 교장 선생님은 사라지고 공포의 공간이던 학교는 행복 가득한 곳으로 바뀐다. 늘 겁먹고 주눅 들어있던 아이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영화의 결말처럼 행복했으면 한다. 그래서 상처 대신 행복을 안고 무럭무럭 자라났으면 좋겠다.


사실 영화 마틸다는 엄청나게 심오한 이야기나 철학을 담고 있지는 않다. 나쁜 사람은 결국 벌을 받고, 착한 사람들은 행복해지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내용을 담고 있다. 뮤지컬 형식의 영화이고 어찌 보면 단순한 스토리라서 누군가는 유치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내용이 아닐까?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는 ‘나쁜 사람은 망하고 선한 사람들은 행복하게 쭉 잘 살았더래요!’라는 내용으로 끝난다. 다 보고 나면 찝찝한 부분 하나 없이 마음이 행복으로 꽉 차는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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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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