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떠나가는 지구를 붙잡을 시간에 관하여 - 우리에게 남은 시간

글 입력 2023.1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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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 '기후위기'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이제는 더 이상 없으리라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이상기후나 지구온난화 등에 대해 교육하고, 뉴스는 이러한 기후에 대한 보도가 빈번하게 이어지곤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매 계절, 매 일상을 그것을 체감하며 살고 있기도 하다.

 

가령 한국의 경우 이번 해 여름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려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 있었으며, 12월 초까지 따뜻한 기후가 이어지거나 어느 곳은 벚꽃이 피기까지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추웠다 따뜻해지기를 반복하는 날씨에 사람들은 '날씨가 한국인을 얼렸다 녹였다 한다', '만두를 찌는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기후문제로 여러 자연재해를 겪었다. 사람들은 기후 문제를 지구적 차원의 문제로 과거부터 인식해 왔으며,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하려는 등 저마다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작가가 직접 보고 들은, 혹은 접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2020년 들어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창궐로 11년 만에 팬데믹이 선언됐고 2022년까지 600만 명 넘는 사람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된 코로나-19의 출현 원인을 인간에게서 찾는다. 야생동물 포획, 거래, 서식지 파괴, 도시화는 야생과 문명사회의 경계가 사라졌음을 뜻한다. 기후 위기로 코로나바이러스 숙주인 박쥐 서식지가 확대해 감염병 위협이 커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기후 위기에 이어 신종 전염병의 출현까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전 지구적 변화가 연이어 나타나는 시기가 분명해졌다. 인간의 시대, 인류세가 명징해진 것이다. 인류세의 기점으로 유력한 1950년대까지 가지 않고 2019년 이후에 일이난 변화들만 놓고 보아도 세계는 큰 타격음 받았다. 기후 위기는 더 심각해졌고, 금방 종식될 줄 알았던 전염병은 변이를 거듭하며 인류사의 새로운 장을 쓰고 있다. 플라스틱을 비롯한 포장재 소비는 늘었다. 그런데도 인간의 지구 파괴에 대한 문제의식은 답답한 수준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지구적 문제 앞에서 갈라파고스라도 되는 양 사회 분위기가 무덤덤하다.

 


어찌 보면 보도 자료의 집합체 같기도 하고, 기후변화의 설면서 같기도 한 이 책은 단순히 우리가 체감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들의 여러 문화적인 차원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령 심리적인 차원에서 보는 문제가 그것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그 애매한 것과 가장 비슷한 것을 찾아 어디에 저장할지 참고한다. 자신이 지금 범주화하려는 것과 가장 많은 특징을 공유하는 것의 플더를 따라가는 셈이다. '기후 변화'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대형 산불'이나 '생존' 대신 '북극곰'이나 '남극의 눈물'이 떠오른다면 '기후 변화'는 '위기' 폴더가 아니라 '동물', '미래', '국제문제', '환경문제' 정도의 폴더에 저장될 가능성이 크다. 애석하게도 현실은 그렇다. '기후 변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존이 달린 위기가 아니라 다른 여러 문제 중 하나로 인지되고 있다.

 

"위기가 위기로 안 느껴지게 범주화되기 쉬운 사회라는 건 인정해야 해." 그녀와 커피를 마시다 보니 이 문제가 출발점부터 잘못 설정되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확증편향'이란 것이 등장한다. 쉽게 말하면 수많은 뉴스 중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크게 들리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뉴스 보도 중 자신의 정치색과 맞는 채널만 틀어놓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등 SNS에서 자신의 가치와 맞는 뉴스만 소비한다. 좋아하는 것만 찾아보니, 알고리즘까지 가세해 좋아하는 것만 들리게 만들어 버린다.

 

"내 신념에 맞는 메시지가 더 좋은 거야. '내가 옳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타인도 생각할 것이다'라는 사고방식이지. 이건 사실 영유아한테 보이는 '자기중심성 egocentrism'이라는 인지적 특성인데 이게 성인들에게도 여실히 드러나는 거지. 내가 옳으니까."

 

이런 자기중심적인 사회를 봤나. 문제는 유치한 사고방식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점이다. 기후 위기가 진찌여도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팩트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사회적 논의가 나아가지 못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면 지구 시스템이 붕괴하고 인류와 다른 비인간 생명체 모두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

 


내 입맛에 맞는 것, 내 기분에 따른 것을 골라 읽기 바빠 외면해 버리는 진실에 대해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다.

 

흔히 '유사과학'이라고 하여, 현재의 시후 문제가 지구의 흐름이 바뀌었다거나 누군가가 예고한 일이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에 빠져 지금의 현상이 '괜찮은 것', '언젠가 나아질 것'으로 안주해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은 씁쓸하고, 어떻게는 두렵기도 하다. 그렇게 또 무엇인가는 방치되고 있을 것이지 않은가.

 

 

당시 프로그램이 선택한 방법은 신뢰성 있는 진행자의 친절한 설명이었다. 세계적인 환경 저닐리스트 마크 라이너스의 자택에 찾아가 그가 직접 온도게 눈금을 가리키며 이 온도계에서 1도가 오르고 내리는 것이 본인 집에서는 별로 상관없지만 왜 지구 차원에서는 중요한지 설명했다.

 

그가 나의 출연 제안을 혼쾌히 수락한 배경에는 비슷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2007년, 마크 라이너스는 뛰어난 과학자들의 연구가 외면당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6도의 멸종!』을 집필했다. 기후 자료가 많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레드클리프 과학도서관에 출퇴근하며 쓴 책이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를수 있었던 것도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질 상황을 영화처럼 그려냈기 때문이다. 대중의 시각에서 과학적인 내용을 다률 줄 아는 그는 1도의 중요성을 설명하기에 최적의 출연자였다.

 

이처럼 과학적인 정보를 다루는 미디어가 나와 같은 과학 비전공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기후 과학의 정보를 풀어준다면, 사회 차원에서 기후 문해력 문제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기후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지구 평균기온이 몇 도 상승했다, 해수면이 얼마 상승했다, 같은 말을 많이 듣곤 한다. 그 수는 대체로 그리 크지 않다. 변화가 크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다른 수와 비교했을 때 크기가 작다는 것인데, 작가는 그것을 '기후 문해력'이라고 말했다.

 

지구의 온도가 1도 올랐다는 것은 '1이라는 숫자'만 두고 보았을 때는 아주 작은 숫자지만, 지구 안에 생기는 변화는 결코 작지 않음을 말한다. 뉴스에서 보도하는 내용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나 또한 그렇다는 것을 반성하게 된다.

 

이런저런 학자들 이름이 많이 등장하기도 하고, 외국 저널이나 누군가와의 대화, 논문 등이 잦게 인용되어 솔직히 책을 읽는 게 그리 쉽지 않았다. 우리 지구나 환경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걸 논리적으로 똑똑하게 설명해보라 한다면 입을 열기 어려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사는 곳이고 우리 후손들에게 살기 좋게 물려줄 줄 알아야 하는 의무를 지닌 이상, 지금부터라도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틀림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똑똑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다섯 글자의 말 정도는 인식하고, 어떤 문제인가부터 출발하여, 개선점을 찾아나갈 줄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 이상 안심할 수 없고, 떠나가는 지구를 붙잡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남지조차 않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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