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아아~ 아아아~ [사람]

삼키면 달고 뱉으면 쓰다
글 입력 2023.12.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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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아침 신음 소리조차 내기 어렵다.

 

찌뿌둥한 몸을 겨우 일으켜 물을 찾아 마신다. 한 컵, 두 컵, 세 컵을 마셔도 꽉 막혔다. 답답한 마음에 무음의 소리를 지르고 가글을 해본다. 목구멍이 열리길 주문을 외우며 퉤한다.

 

‘뒈졌다. 이 상태로는 일하러 못 가겠구나’ 하던 그때 주말이란 걸 깨닫고 한시름 놓는다.

 

 

목소리.jpg

 

 

나조차 듣기 힘든 낮은 혼잣말로 하루를 시작한다.

 

‘인어공주 에리엘이 목소리를 빼앗겼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내 성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져갔나 보다. 돌아올 때까지 입 꾹해야지.’

 

자의 반 타의 반(?) 묵언 수행을 하며 카페로 향한다.

 

카페라떼, 땡땡원두, 라지 같은 미듐, 연하게를 주문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질 않는다.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원하는 메뉴를 표현한다. 손바닥을 보여주며 이 크기로 앗 뜨거를 원한다는 표정을 짓는 등등 문득 내가 연기에 재능이 있나 싶다. 다행히 더 큰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알바생이 나를 키오스크로 안내한다. 취향대로 선택하고 카드를 넣는 몇 초가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진다.

 

쪽팔림을 참고 앉고선 카페를 둘러본다. 주위 사람들의 말을 (엿)들으며 말에 대해 생각해 본다. 목 때문에 입을 다물었더니 목구멍에 머무는 말(생각)이 배가 되었다. 오히려 좋아.

 

이 카페는 물론이고 어딜 가든 말이 참 많구나. 동료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가족에게 말로써 부드러운 강요를 하네. 지금 글로 말을 하는 나도 매한가지. 자신이 어떤 말을 하는지 아는 깨어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혹은 남이 듣고자 하는 말을 해주느라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또는 듣고 싶은 말을 잊진 않나. 나부끼는 말들 속에 설 곳을 잃어버린 말도 있지 않을까.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말이 말을 낳을 때에 온전하기란 참 어렵다는 생각도 해본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했던 지나간 모든 말들을 모아서 편집하고 싶다. 뱉은 부분을 찾아 삼키고 싶다.

 

꼬르륵 신호에 말없이 말하기를 중단하고 카페를 나온다.

 

저녁 메뉴를 고민하며 테이블을 정리하는데 뭔가가 툭하고 떨어진다.

 


쪽지.jpg

 

  

종잇조각에 욱여넣은 엄마의 말 밖으로 넘치는 맘.

 

어떤 말은 삼킬수록 후회가 될 수 있겠다. 미루지 말고 말해야지.

 

. . .

 

이제 내 목소리를 돌려주겠니?

 

 

 

김윤 에디터 명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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