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사람]

저 못해요
글 입력 2023.11.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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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휴학 없이 바로 졸업까지 쉬지 않고 공부하기, 모든 과목 4.5 받아보기, 토플 80점대 받기, 컴퓨터 자격증 취득하기.


이는 내가 20살부터 24살인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성취한 것들이다. 방학에는 항상 학원에 다녀서 쉰 적이 별로 없다는 내 말이, 주변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만큼 열심히‘는’ 살아왔다.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쉬지 않고 살긴 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내가 어떤 일을 하고자 한다고 하거나, 어떤 일을 맡게 되어서 떨리고 걱정된다고 말하면, “잘하겠지. 너 항상 성실하잖아.”라는 말을 들어왔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들리던 그 말이, 난 조금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많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도 참 많은데, 과연 내가 “열심히”하는 사람이고,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넌 할 수 있어.”라는 말보다 “넌 할 수 없어.”라는 말이 더 반갑다. 격려의 말은 마치 내가 해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말처럼 들려 부담스러운데, 오히려 내 한계를 정해주는 말은 그만큼만 하면 최선이라고 인정해주는 말처럼 들려 마음이 편하다.


작년에 종강하면 책상을 치우겠다는 내 다짐은 여전히 그 자리에 다짐으로만 남아있다. 내 책상은 현재 글을 쓰는 컴퓨터를 놓는 자리를 제외하면 책상 바닥이 보이지도 않는다. 매일 아침 그렇게 어질러진 책상을 보며, 치워야지라는 생각으로 1년을 보냈고, 그 시간 동안 2번의 종강이 지나갔다.


힘들다고 주위에 말하면, 다들 힘들다는 말이 돌아오는 세상에서 나는 늘 길을 잃었다. 포기하는 것도 용기라는 말을 들어 잠깐, 눈을 반짝였다가도, 그러나 포기할 때와 버텨야 할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어 다시 눈을 감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영상을 보게 됐고, 영상을 보는 동안 그리고 영상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울고 나니까, 이상하게 미뤄두었던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책상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그래도 일을 마무리해서 오늘 하루도 그럭저럭 별일 없이 넘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 영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상에서 가장 크게 와 닿은 부분은, 하상욱 시인이 말한 꿈을 포기한 이유와 마지막 이규경 시인의 시 “용기”였다.

 

나 역시, 꿈을 갖고 학과에 들어와 재학했지만, “저런 애가 정말 이런 일을 하는 거구나.”하는 친구를 보았다. 그래서 현재 나는 꿈이 없다. 꿈이 없어지면서 길을 잃은 기분을 다시 느꼈다. 혼자서는 갈피를 찾을 수 없어, 여러 매체의 도움을 받아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부터 하면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혔다. 이튿날을 꼬박 새우고도, 반의반도 끝내지 못하는 일을 마지막으로 밤새우던 날 붙잡고 있다가 ‘아, 더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알렸다. 예약 메일을 발송하고 잠이 들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성격상 포기한 나를 탓할 수도 있겠다는 나의 예상과 달리, 나는 오히려 ‘못하는 일이었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떤 일을 못 하겠다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직접 입 밖으로 내뱉어본 적도, 그걸 일을 맡긴 사람에게 말한 적도 처음이라고 읽고도 오지 않는 답장에 불안했고,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래서 나의 우울한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저런 강연 영상을 찾아보다가 문득 “포기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영상은 없을까.” 싶어 찾게 된 영상이 바로 저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면서,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라는 말에서 울컥하며 울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지만, 해야 하는 일은 많은 삶을 사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힘내라는 격려와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닌, 할 수 없다는 한계를 판정해주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혹시 나처럼 열정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자신에 대한 확신도 자신이 칭찬을 들을만한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상을 꼭 보기를 추천한다. 세상에는 다 꿈을 이루고, 어떤 난관에도 꿈을 지켜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우리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꼭 알았으면 좋겠다.

 

행복한 삶이 환상이고 힘내라고 외치는 사람이 많은 세상임에도 꿋꿋하게 살아가야 하니까.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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