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가진 모든 색의 사랑을 위하여, '무드 인디고' [영화]

글 입력 2023.11.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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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랑을 종종 색으로 표현하곤 한다. 사랑의 색을 정하는 기준은 사람들마다 다를 테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설레고 수줍은 마음들은 연 하늘색의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색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좋아하던 마음이 상대와 맞아 이루어졌을 땐 연 하늘의 색이 더 밝은 오색의 빛으로 변했었다. 이렇게 사랑을 색으로 표현했을 때, 그 감정에 대한 이해가 깊게 와닿는 경우가 있다.

 

비비드 색의 사랑으로 시작해 파스텔 톤을 거쳐 모노톤으로 그리고 결국 컬러리스 즉 흑백으로 끝나는사랑을 한 '콜랭'이라는 남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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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 인디고>라는 프랑스 영화는 감독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영화 곳곳에서 스톱모션과 분할 편집 등 독특한 실험 소재로 엉뚱하고 발랄한 연출을 볼 수 있다. 또한 비비드, 파스텔, 모노, 컬러리스, 네 가지의 컬러로 챕터가 바뀌며, 인간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짙게 색으로 표현한다.

 

기발한 생각으로 여러 가지 발명품을 만들어 성공한 '콜랭'이라는 남자는 '클로에'라는 여자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을 약속하며 꿈만 같던 시간을 보낸 둘에게 갑자기 벼락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이는 '클로에'의 폐 안에 수련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콜랭'은 '클로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한계까지 힘을 쓰고 그 과정에서 점점 지쳐간다. 그렇게 사랑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그 결말은 '클로에의 죽음'으로 다가온다.

 

주인공 '콜랭'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여러 가지 발명과 실험을 하는 인물이다. '콜랭'은 건반을 치는 대로 칵테일이 제조되는 '칵테일 피아노' 발명에 성공하는데, 삶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에겐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은 없다. 이러한 인물의 상태가 톤 다운된 오색으로 잘 드러나있다.

 

그 이후 '콜랭'은 파티에서 운명적으로 '클로에'라는 여자를 마주하게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추기 위해 연습한 춤을 '클로에'와 함께 추게 된다. 이 장면에서 엿볼 수 있는 연출은 춤을 출 때 모든 사람들의 다리가 흐물거리게 길쭉하고 말랑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또한 비비드 한 파란 계열의 색상을 사용함으로써 사랑에 빠졌을 때의 말랑하고 꿈속 같은 느낌을 묘사했다.

 

강렬한 첫 만남 이후 '콜랭'과 '클로에'는 서로의 마음을 차차 알아가게 된다. 구름 차를 타고 날아다니며, 서로에게 여러 가지 질문도 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 '콜랭'과 '클로에'의 안정적인 상황에 대한 느낌을 회갈색의 컬러로 표현하고, 그 이후 장면에서 둘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신하고 만나게 된다. 6개월 후, '콜랭'과 '클로에'는 동거 중이다. 연애는 리듬감 있고 밝게 흘러간다.

 

각자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지나간 6개월이라는 시간은 그들의 합을 잘 맞춰놓기에 충분했다는 것을 편집의 리듬감으로 보여준다. 같이 잠을 자고 눈을 뜨고 밥을 먹고 함께 스케이트를 타는 등, 생동감 있는 시간을 보낸다. 여기서 '클로에'는 빨간색 옷을 입고 있고 집 안 곳곳에서도 빨간 색감들이 돋보인다. 스케이트장에서도 '콜랭'과 '클로에'는 빨간 색감의 옷을 입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비비드 한 색감으로 '콜랭'과 '클로에'의 맑고 정열적인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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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반부에는 '콜랭'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또 한 쌍의 커플인 '시크'라는 남자와 '알리즈'라는 여자가 등장한다. 감독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재미난 상황 설정이 나오는데, '콜랭'과 '클로에', '시크'와 '알리즈' 이렇게 두 커플이 결혼식장 레이스 대결을 해서 먼저 도착하는 커플만이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두 커플은 결혼을 하기 위한 귀여운 레이싱을 펼치고 그 순간의 뒷배경을 파스텔톤의 오색을 사용하며, 마치 결혼에 대한 황홀한 감정을 무지개 길처럼 표현한다. 앞서, 혼자였던 '콜랭'이 '칵테일 피아노'를 발명했을 때 보인 톤 다운된 오색의 빛보다, '클로에'를 만나고 사랑을 알게 된 후 좀 더 부드럽고 밝아진 오색의 파스텔 톤 컬러를 볼 수 있다.

 

좋은 시간을 보내던 둘 사이에는 이상신호가 오게 된다. '클로에'의 폐 안에 수련이 자라고 있다는 것. 수련은 '클로에'의 기력을 빼앗아갔고, 몸을 회복하기 위해선 '클로에'의 주변에 싱싱한 생화를 놓는 수밖에 없었다. '콜랭'은 그런 '클로에'를 위해 매일 생화를 갈고 '클로에'를 보살핀다. 하지만 노력이 무색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생화는 더 빨리 시들어 갔고,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콜랭'은 '클로에'를 회복시키기 위해 더 크고 많은 생화들을 사서 두지만 결국 자신의 전 재산을 다 써버린다.

 

더 이상 생화를 살 자금이 없는 '콜랭'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더 이상 엉뚱하고 재미난 발명이 아닌, 오로지 돈이 목적인 일을 하게 된다. 그렇게 상황이 반복되며, '콜랭'도 지쳐가고 '클로에'는 점점 쇠약해진다. 그리고 이런 둘의 모습은 점차 회색빛의 모노 색감으로 바뀌어간다. 두 사람은 사랑에 최선을 다했고, 서로를 위해 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클로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콜랭'은 사랑으로 인해 생동감 넘치게 다양한 색을 경험하고 사랑으로 인해 색을 잃었다. 이같이 슬픔에 빠져 좌절한 '콜랭'의 마지막 모습이 컬러리스, 즉 흑백으로 바뀐다. 앞선 영화 장면에서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중, 구름 차를 타고 어두운 터널을 건너 벤치에 앉아 서로의 사랑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엔딩은 두 사람이 터널을 건너 사랑을 약속하고 확신하는 장면을 흑백의 색감으로 역재생 시킨다. 이 장면에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역재생의 의미는 '콜랭'이 '클로에'를 사랑하기 전으로 돌아가 기억을 지우려는 것일 수도, 사랑하는 과거를 다시 되새기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랑하는 모든 기억들은 역재생이 되고 사랑의 색은 잿빛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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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꿈같은 영화였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과 좋아함을 표할 때 느끼는 떨리고 설레는 부드러운 파스텔의 감정, 사랑을 하며 보내는 생동감 있는 나날들과 미래를 꿈꾸는 비비드 색의 맑고 투명한 사랑, 결혼을 위하여 레이싱을 할 때 치열하고 짜릿하지만 뒤에 펼쳐진 오색의 빛, 서로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병을 이겨내 살고 싶었지만 노력이 무색하게도 따라주지 않는 회색빛의 사랑, 그리고 결국 최선을 다한 사랑이 죽음으로 인해 무너지는 흑백의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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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생각과 여운이 깊게 남는 작품이었다. 낭만적이었고 서로 최선을 다한 사랑이라 결말이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여러 곳에서 느낀다. 부모와 자식 간에서 느끼는 사랑, 반려동물에게 느끼는 사랑, 애인이나 배우자를 통해 느끼는 사랑, 여러 가지를 돌볼 때 느끼는 사랑 등 여러 곳에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고, 사랑의 색은 각자 다른 색으로 빛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오늘 하루 어떤 사람과 무슨 색의 사랑을 주고받았는지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 사랑에 최선을 다한 '콜랭'과 '클로에'의 맑고 투명했던 모든 색의 사랑을 위하여. -

 

 

[황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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