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맥스 쿠퍼: 음악적 경험의 경계를 넓히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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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15일,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세계적인 시청각 아티스트인 영국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맥스 쿠퍼(Max Cooper)의 첫 내한공연이 열렸다. 맥스 쿠퍼의 음악과 영상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주저 없이 내한공연 티켓을 구매하였고 공연은 대만족이었다.
맥스 쿠퍼의 공연 영상들에서 보던 화려한 비주얼의 영상들을 직관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감격스러웠고 영광이었다. 압도적인 크기의 스크린에 프로젝터로 수놓는 경이로운 영상들이 음악과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공연을 보면서 시각과 청각이 되살아나는 경이로운 경험을 했다.
맥스 쿠퍼는 공연을 할 때 다른 아티스트들과 다르게 무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본인을 스크린 뒤에 숨기고 관객들이 음악과 영상에 100퍼센트 몰입하는 환경을 구축한다. 복잡하면서 구조적인 음악과 영상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관객들은 완전한 몰입을 통한 무아지경에 빠진다.
아트인사이트의 30기 에디터로 선정된 후의 공식적인 첫 번째 오피니언 주제를 고민하던 나에게 평소 매우 애정하는 아티스트를 첫 번째 주제로 선정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맥스 쿠퍼는 현대음악과 예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기 대문이다. 본격적으로 음악과 영상을 결합하여 차원이 다른 경험과 몰입을 선사하는 시청각 아티스트, 맥스 쿠퍼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적인 시청각 아티스트, 맥스 쿠퍼
<맥스 쿠퍼(Max Cooper)>
맥스 쿠퍼(Max Cooper)는 독창적인 오디오비주얼(Audiovisual)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영국 출신의 일렉트로닉 뮤지션이다. 일렉트로닉과 시각 예술을 과학적인 탐구를 통해 결합하여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디지털 미디어를 음악과 결합하여 영상과 무대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완전한 몰입으로 이끄는 일렉트로닉과 공연예술의 지평을 넓힌 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
사운드 아트, 시각예술과 음악 사이 그 어딘가
본격적으로 맥스 쿠퍼의 작업물들을 소개하기 앞서 그의 작업물들을 관통하는 개념 중 하나인 사운드 아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려 한다. 사운드 아트에 관해 작가 세스 킴-코헨(Seth KimCohen)은 “사운드아트는 어느 지점에서는 음악으로, 어느 지점에서는 갤러리 예술로 구분 지어져야만 하며, 그 경계가 흐릿하다”라고 말했다. 사운드아트가 시각예술과 음악 사이 경계선 어딘가 존재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료지 이케다(Ryoji Ikeda)>
모호한 경계에 존재하는 사운드 아트의 발전에 이바지한 거장이 있다. 일렉트로닉 작곡가이자 아티스트인 료지 이케다(Ryoji Ikeda)는 초음파, 주파수 등의 소리가 지니는 본질적인 특성에 주된 관심을 두고, 스피커가 내는 전자음과 그에 반응하는 모니터를 활용한 작품 등을 선보이는 사운드 아트의 거장이다. 시각과 청각적인 요소를 동시에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운드 아트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컴퓨터를 소리의 물리적 특성, 인간지각과의 관계, 음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학적 유추 등을 탐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며 최신 디지털 기술들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결합하는 형태로 사운드 엔지니어링 및 작곡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료지 이케다를 포함한 많은 사운드 아트 예술가들은 현대음악과 뉴미디어아트 간의 협업을 시도하해 사운드 아트만의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다. 소리가 지닌 틀을 깨고, 기존 방식을 넘어서는 청각을 도입한 독창적인 예술은 청각과 함께 다양한 감각을 깨우거나 오롯이 소리에만 집중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감상법이 지닌 감각의 경계를 허무는 사운드 아트는 독보적인 형태의 예술로 개척해 나가고 있으며 맥스 쿠퍼 또한 사운드 아트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화려한 영상미를 탄생시킨 협업
맥스 쿠퍼의 공연과 뮤직비디오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영상미를 담은 작업물들은 재능 있는 다수의 비주얼 아티스트와의 창의적인 협업의 결과물이다. 그가 진행한 여러 창의적인 프로젝트 중 상징적인 프로젝트와 함께 협업을 진행한 아티스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케빈 맥글러플린(Kevin McGloughlin): 케빈 맥글러플린은 실험적인 비디오 아트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비주얼 아티스트다. 맥스 쿠퍼의 음악에 형태를 넣는 다양한 비주얼 영상들을 제작했다. 맥스 쿠퍼의 영상 중 조회수가 높은 영상들은 대부분 케빈 맥글러플린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작품들이다.
2) 헤닝 M. 레더러(Henning M. Lederer): 헤닝 M. 레더러는 독일의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섬세한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영상을 제작한다. 섬세한 인포그래픽으로 탄생한 기하학적인 도형과 애니메이션을 사용하며 복잡한 구조의 영상일수록 그의 간결하고 명확한 인포그래픽이 빛을 발한다. 반복적이고 구조적이게 촘촘하게 짜인 맥스 쿠퍼의 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3) 닉 코비(Nick Cobby): 닉 코비는 영국의 영화감독이자 비주얼 아티스트로 맥스 쿠퍼와 여러 창의적인 영상 협업을 진행했다. 그의 영상 작업물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미지를 조작하고 왜곡하는 방식을 통해 초현실적이고 몰입감 있는 비주얼의 영상을 선사한다.
4) 막심 코세례 (Maxime Causeret): 세포 충돌부터 바닷속을 떠도는 해파리까지, 프랑스 아티스트 막심 코세례는 맥스 쿠퍼의 ‘Order from Chaos’ 트랙을 위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색채와 이미지를 통해 무질서하면서 질서 정연한 하나의 유기체와 같은 매력적인 영상을 제작했다. 반복적으로 합치고 흩어지면서 펼쳐 치는 리드미컬한 영상은 쿠퍼의 음악에 움직임을 부여하며 영상을 보는 이에게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 조각과 연결
맥스 쿠퍼는 본인의 작업방식을 '조각'과 '연결'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무엇인가를 더해가는 것이 아닌 작은 소리 파편들을 더욱 잘게 쪼개고 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잘게 쪼개면서 레이어를 쌓는 과정은 마치 자연의 프랙털 구조를 닮은 음악을 탄생시켰고 이는 곧 이러한 프랙털 구조를 형상화한 영상 작업으로 이어진다.
자연과도 같은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완벽한 프랙털 구조의 작업물은 절대로 만들 수 없겠지만 그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섬세한 조각을 만들어가는 작업 과정 자체에서 그만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맥스 쿠퍼의 공연 영상>
앞서 말했듯 그의 음악과 영상의 요소들을 보면 파편화되어 있고 조각나있다. 하지만 그는 하나의 관통하는 주제 아래 각 조각들을 세포와 같이 유기적인 형태로 연결하여 완성시킨다. 이처럼 조각뿐만 아니라 '연결'은 그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키워드이다.
연결을 중요한 키워드로 잡은 이유는 그가 성장한 80년대 북아일랜드 사회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그가 속한 사회는 종교, 정치적인 이유로 분열되어 있었고 분열의 한가운데에서 많은 사회 문제들이 발생했다. 이런 성장과정 속에서 그에게 있어서 클럽은 분열과 상반되는 다른 지역, 커뮤니티에서 온 모두가 함께 모여 긍정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연결의 공간이었다. 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의 클럽에서 봤던 ‘연결’의 과정들은 그를 아티스트의 길로 이끈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었으며 그의 작업 철학에 깊게 녹아들어 있다.
맥스 쿠퍼만큼 일렉트로닉 음악, 시각 예술, 기술, 과학의 접점을 진심으로 탐구하며 결과적으로 현대적인 사운드와 비주얼 아트를 구축시키는 데 성공한 아티스트는 거의 없다. 자신만의 확고한 작업 철학을 바탕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의 한계를 뛰어넘어 몰입감 넘치고 오감을 자극하는 음향 경험을 창조한 다재다능한 아티스트 맥스 쿠퍼. 10년 이상의 베테랑 아티스트이지만 끝없이 창의적인 작업물을 선보이기에 앞으로 어떠한 멋진 프로젝트를 통해 음악의 경계를 넓힐지 행보가 매우 기대되는 이유이다.
[노세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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