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실존의 비극을 형상화한 예술가 프랜시스 베이컨 [미술/전시]

글 입력 2023.11.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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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보고 잘 그렸다고 칭찬하고,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며 아름답다고 감탄한다.

 

그렇다면 20세기를 대표하는 실존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은 어떤가? 그의 유명하다는 그림을 볼 때도 선뜻 그런 마음이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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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베이컨, <회화 1946>, 1946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은 유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다른 많은 그림과는 사뭇 다르다. 그의 대표작 <회화 1946>를 함께 보자. 괴물의 형상을 한 어떤 존재는 비웃는 듯이 입을 벌려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검은 우산을 쓴 괴물의 형상 뒤로는 해부된 채 뼈와 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가축이 드리워져 있다. 앞으로는 흰색 펜스가 둘리어 가까이 가면 안 될 것 같은 공포감을 준다.

 

베이컨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 직접적으로 폭력적인 모습을 담아내지는 않지만, 그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죽이 벗겨진 소, 동물도 인간도 아닌 어떤 존재, 그리고 이들이 뒤틀리고 포효하는 듯한 모습은 이를 둘러싼 폐쇄된 공간 안에서 괴롭고 고통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그림 중 아래의 그림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 개의 습작>은 201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당시 한화 1,500억 원 대의 가격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아름답지도 않고, 부정적인 감정만을 불러오는 베이컨의 그림이 이토록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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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 개의 습작>, 1944

 

 

 

프랜시스 베이컨의 삶과 그림


 

그의 그림은 직접적으로 폭력적인 장면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왜인지 모르게 잔인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베이컨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현실이 잔인하기 때문이다.

 

그는 부유하지만,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10대의 어린 나이에 가출하여 베를린, 파리 등 유럽의 대도시를 떠돌며 살아갔다. 세계대전이 끝난 대도시의 거리는 처참했다. 그는 소수자의 시각에서 직접 목도한 전쟁의 잔혹함, 폐허를 그림으로 그려냈다.

 

이렇듯 베이컨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실존의 비극을 보여준다. 그의 그림을 통해 우리는 폭력과 불안, 욕망, 절망, 사랑의 갈구, 인간 내부의 동물적 비천함 등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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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베이컨, <말하고 있는 조지 다이어의 초상>, 1966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세계


 

프랜시스 베이컨은 어떠한 미술사 사조에도 속하지 않는 작가이다.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자동기술법을 거부했으며, 구상도 추상도 아닌 표현을 추구했다. 우연성에 기대지만 완전히 우연적이지만은 않길 원했으며, 그만의 철학과 기법으로 이미지를 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회화에서 사용하는 색감은 매우 아름답다. 강렬한 색채와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폭발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그는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스토리를 떠올리게 하는 삼면화를 자주 사용하고, 일정한 크기의 캔버스를 이용하고, 그림을 액자에 넣지 않는 등의 그만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작품 활동을 했다.

 

베이컨은 정식적인 예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며, 36세가 되던 해에 처음 그림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러나 독보적인 그만의 작품세계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 나는 나 자신이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이미지는 회화의 아름다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내 생각으로는 여기 있는 이미지들은 우연히 나에게 전달된 것 같다.··· 나는 항상 내가 대단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수용력이 있는 예민한 사람일 뿐이다.···”

 

모든 예술은 번역이다. 어떠한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그러나 의도한 것을 완벽히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철학자 들뢰즈는 베이컨이 일부러 대상의 형태를 와해시킴으로써 강렬한 힘을 촉발한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지 않는 것을 통해 오히려 더욱 풍부한 감각을 끌어내는 것이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그의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러나 그 순간을 지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림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이끌림을 느꼈다. 훌륭한 예술은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관통하는 어떤 것을 제시한다고 믿는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그림에서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음에도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겪는 아픔, 비극, 욕망과 같은 것을 그림으로 드러냄으로써 현대인들에게 감동을 넘어선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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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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