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키워드 인터뷰] 그림으로 펼친 시극 ‘Sand butterfly’ - 다뉴 작가

그림책 ‘Sand butterfly’ 다뉴 작가 인터뷰
글 입력 2023.12.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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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자신의 그림책에 어울리는 키워드를 선정하고, 해당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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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무애 #재구성 #새로운관객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림책과 지극히 개인적 작업, 전시와 강의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작업하신 그림책이 많으시더라고요. 제가 본 작품 중에서는 특히 <커다란 새>가 인상적이었어요. 주인공이 마지막에 새를 날려 보내는 장면을 상상하며 보게 되었거든요. 

 

<커다란 새>는 애착이 많이 가는 작업 중 하나입니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의 고리들이 심층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직관적으로 얻었던 아이디어였는데 거듭해서 생각을 전개해가면서 여러 갈래의 엔딩을 고려한 결과, 결국 최초의 스케치로 돌아온 이야기여서 신기했던 경험이었어요. 출판사에서 어렵다는 리뷰가 있었는데, 좀 더 경쾌하게 풀었어야 했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1.커다란새.jpg



특히 어떤 부분이 그랬을까요?

 

어느 날 문득 찾아온 크고 검은 새가 무서워 창을 닫아걸고 떨던 아이가, 창가에 누워있던 작은 새를 돌보고 기르게 되지만 금세 엄청나게 커져서 떠나보내게 되는데요. 나중에 새가 불현듯 찾아왔을 때는 자신 있게 새와 함께 떠나요. 그 새가 소녀가 기르던 새인지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의견도 있었고,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 의아해하거나 자기만의 해석을 풀어내는 리뷰들이 다양했어요.

 

 

두 새는 같은 새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제 안의 답은 있지만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는 약간 모호해져야 할 거 같아요. 아이는 낯설고 거대한 타자의 모습에 당황하고 놀라서 마음의 문을 쾅 닫아버리지만, 내적 혹은 외적 체험과 관계가 형성되고 난 후엔 보여지는 형식과 모습에 모든 편견을 벗어버리게 되죠. 또한 낯선 것에 대한 과잉 해석과 반응을 누구든 내적으로 품고 있기도 하고요.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조차도 평온하고 담대하게 맞을 수 있게 된다는, 이 과정과 차이에 대한 다른 시선을 관철하고 싶었어요. 아주 거대하고 어두운 대상의 형체 혹은 존재는 충분히 두려울 만하지만, 내적 본질 속에서 대답이나 판단 대신 질문할 수 있는 압축적 의미에 대해 그려보고 싶었어요. 처음에 제목을 아주 작은 방이라고 가제를 붙였는데, 한 존재의 부재만으로 텅 빈 공간을 체험하게 되는 현실과 초현실의 내적 심리에 대해서도 역설적으로 느껴졌고요. 그런 역설은 인식이나 관계에서도 많이 경험하게 되잖아요.



단순한 이야기지만 독자의 경험이나 사고 방향에 따라 다양한 감상이 가능한 책 같아서 흥미로워요. 설명을 감춘 것 같아 더 시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한데요, 오늘 인터뷰할 그림책 ‘Sand butterfly’를 읽을 때 받았던 인상과도 비슷해요. 보면서 ‘이미지 시집 같다'란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이야기적 사건을 리얼리즘을 피해 은유와 비유로 다소 추상화하거나 함축한 부분들 때문인 거 같아요.



여러 그림책을 작업하시면서, 어떤 부분의 맥락은 이어지지만, 어떤 부분은 변화를 겪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책 구조를 시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작업의 시간을 생각의 탑으로 많이 쌓아 올립니다. 내 안의 타당성을 넘고 나면 한 번에 작업이 나오는 편인데, 검열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며 전시를 통해 이미지들을 먼저 풀었어요. 그런 시도들 가운데 나온 책이 ‘Sand butterfly’입니다.

 

이전의 작업은 아이디어 혹은 이야기를 짓거나 관념적으로 풀어냈다고 하면, 현재는 진짜 하고 싶은 게 이야기에 사로잡혀 있는데, 자기검열에 빠져 고민의 끝을 따라가 보면 독자에 대한 의미로 측정이 되는 거죠.

 

 

왜 독자를 고려할 때 작업이 더 어려워질까요?

 

어떤 작업을 그림책으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면 기승전결을 맺듯 시퀀스가 나올 때가 있어요. 출판계에서 선호하는 문법이 분명한 편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도 스스로 학습화 되어있기 때문인 거 같아요. 충분히 동의하는 부분은, 책이 연극이라면 누군가 찾아와 문을 열고 객석에 앉아 바라볼 때 완성된다는 사실이에요. 어쨌거나 고질적인 내적 검열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그림책의 미래를 예측하는 거죠.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장르의 문법으로 재단하고 예상하며, 하드한 모형 속의 이야기 형태를 이어가야 하는 게 아닐까 섣부른 고민을 하면서요.

 

지금 하고 싶은 작업은 형식 측면에서 서툴지만 새로운 실험들을 해보고 싶어서 진행한 이야기입니다. 독자가 더 많이 생각해야 하거나 출판사에서 특정 연령대에 홍보하기 애매한 주제를 가진 이야기라는 성격을 띠기 때문이에요.



이해했어요. 공감이 가고요. 저도 첫 그림책을 만들고 나서 이제 다음 작업을 하려고 보니, 이미 머릿속에서 책을 만드는 시뮬레이션이 쉽게 돌아가더라고요. ‘이런 주제로 하면 이런 결과물이 만들어지겠구나' 하는. 나쁜 건 아닌데, 그런 방식으로 시작할 수 없었어요. 

 

기존의 방식도 즐겁지만, 같은 형식을 추구하다 보니 ‘뭔가 새로운 재미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업하다가 인쇄 직전에 머뭇거리게 된 책이 있어요. 가령 출판사는 내용이 어렵지 않길 바라는데, 저는 선형적인 스토리에서 약간 벗어나 다른 결말을 추구하고 싶었거든요. 작업의 핵심에 있을 때는 스스로 환기가 안 되는 건지 너무 골똘해지다가 조금만 더 시간을 가져보자고 생각하면서 딜레이가 되는 경험이 있었어요.

 

컨텍스트에 스며들어 있으면 계속 추구하고 끌고 왔던 동기에 집착하며 움직이게 되어요. 결정해야 하죠, 한 발 더,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그런데 내 안의 고정된 틀을 벗어나면 다시 스스로를 의심하고요.




Keyword 1. 사사무애



‘사사무애'는 처음 들어보는 표현이에요. 어떤 뜻인가요?

 

아주 작은 현상 혹은 존재들은 어떻게든 관계 맺고 있다는 의미예요. 작디작은 사물과 생명을 포함해서 어떤 것들이든 독자적으로 독립되거나 홀로 있지 않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끼게 되는 세계관의 한 단계라고 해요.



이 키워드는 작가님이 지금까지 작업하신 여러 그림책을 관통하는 주제 같아요. 

 

아, 정말요. 쓸모없는 생각이 많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먼지 같은 사유들이 다 합쳐지며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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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 두 권으로 분리된 책은 각각 쪽수에 맞춰서 동시에 넘겨보는 형식인데, 글에서 ‘너'를 지칭하는 부분에 대응되는 그림을 보면 지칭하는 대상이 달라서, 여러 명을 지칭하는 말인가 싶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어렴풋이 이 책의 ‘너'를 ‘모두'라 이해하며 읽기도 했어요.


이 책의 ‘너'는 아이일 수도 있고 곰일 수도 있어요. 사물일 수도 있고 잃어버린 존재들, 찾아야 하는 생명들에 가깝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이야기예요.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현실 속의 이야기, 이야기 속의 이야기에요. 가령 메타포가 된 이야기를 뚜렷하게 얘기하게 되면 독자는 끄덕거리며 재미있어하지만, 어쩌면 자신의 독백을 늘어놓는 거 같아 혹은 너무 쉽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지양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동물권이든 환경권이든 관계에 관한 것이든 어떤 거라도요. 제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현실적인 문제, 작가에게는 그다음이 더 중요하죠. 이 문제를 그림책이라는 특정한 형식에서는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고민해요. 그림책은, 소설도 아니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와도 다르잖아요. 그림과 글의 내용과 형식이 맞물려야 하죠. 맥락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과정과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독창적인 작업을 할 수 없기도 하고요. 다소 서툴다고 해도 흥미로운 형식으로 도전하고 시도하고 싶어요.

 

 

저는 얘기하신 특정 분야의 구체적인 주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보다는, 어떤 천진난만하고 겁이 없어서 아슬아슬하거나 위험하지만 결국 안전하게 끝나고 마는 아이를 위한 어떤 세계를 떠올리며 보게 되더라고요. 동물권에 민감한 사람이 보면 그런 텍스트를 읽었을 것 같기도 해요.

 

그림책은 어떤 특정 메시지를 알리거나 정보를 주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가령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자 할 때조차, 이야기 즉 픽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접근해야 하거든요. 주제와 관련된 문제를 ‘내가 얼마나 깊이 느끼고 공감했나’와는 또 다른 문제예요. ‘어떻게 이 주제를 나만의 방식으로 드러내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단계적으로 접근해 가는 과정이 되는 거죠. 이야기는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거라고 생각해요. 의도하는 메시지가 너무 명료하게 드러난다면 저로서는 완결성 있는 픽션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논픽션이라면 물론 다른 얘기고요.

 

어떤 메시지를 정확히 향해서 가는 이야기 방식을 경계하고 있어요. 비틀어서, 생각의 여백을 담아내는 걸 지향하다 보니 주제로 드러내고 좁혀지기보단 오히려 열리는 쪽으로 가는 거 같아요. 제2, 제3의 기호가 만들어지고요.



하지만, 너무 정형화 안 된 거 아니에요? 작가님 작업을 정말 독자 마음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도 괜찮으신 건가요?

 

정형화되지 않기 위해 틀을 제거하는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거 같아요. 장르적으로 자연스럽게 요구하게 되는 경계가 흔들리거나 모양이 바뀔 때 바라보는 시선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봤을 때도 처음 보면 ‘이게 뭐야, 무슨 얘길 하는거야’라고 느끼게 되는 구조와 양식을 좋아하긴 합니다. 그러다 두 번째 보면 ‘이거네’ 했다가 세 번째 보면 또 아닌 것 같은, 수수께기 같은 감정이 들도록 하는 그런 느낌이 저에겐 새롭고 흥미로워요. 

 

지극히 개인적 취향일 수 있습니다. 견고한 틀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정형성을 조금 벗어나서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즐겁기도 하고요.




Keyword 2. 재구성



두 번째 키워드는 ‘재구성'이네요. 어떤 뜻인가요?

 

재작년에 ‘내가 토끼였을 때'라는 그림책을 출간했어요. 저의 드로잉 노트와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책이죠. 작업물과 여러 사유을 녹여낸 아이디어들과 노트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 더 구체화되면서 건져 올린 작업이기도 하고요.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지만, 연결고리가 있어 재구성이라는 의미 또한 담고 있는 책이 ‘Sand butterfly’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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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책을 만드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내가 토끼였을 때’ 책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출간 전까지의 사고가 담긴 겹겹의 세계 같은 구성물이죠. 같은 형태에서 각각의 다른 길로 채색되는 생각의 변화를 감지하는 힌트가 되기도 하고요.

 

어떤 형상, 혹은 순간을 표현할 때 이미 떠올린 그림들은 계속 지워가며 발전시키는데요. 처음 떠오른 생각이나 이미지를 거듭 지우고 생략하고 덮어쓰면 완전 새로운 페이지가 꿈처럼 나타날 때가 있어요. 그때 마침 원하던 방식을 찾은 느낌이 들곤 하죠. 어찌 보면 당연한 과정일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 저에게 잘 맞아요.

 

 

캐릭터가 끌고 가는 그림책이 있는가 하면, 주제가 끌고 가는 그림책이 있잖아요. 작가님의 그림책은, 정형화된 스타일의 추구는 피하되 동일하나 반복되는 요소들의 변주가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끌고 가는 작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조형적 측면의 이유는 역시 작가님이 그림책에 관해 품고 있는 생각과 연관이 되는 것 같고요. 아까 말씀하신, “답을 내리기를 피하고 메시지를 덮어버리는" 부분이요.

 

책 구조는 어떻게 이렇게 글과 그림이 분리된 방향으로 기획하게 되셨나요? 쪽수가 적혀 있어서 독자는 글과 그림이 있는 페이지를 동시에 넘겨야 하지만, 이 두 책은 분리가 되어있어요.

 

그림과 글이 각자의 책이길 바랐어요. 존재를 드러내고, 내적 세계 속에 구원을 바라는 책이요. 주제 자체의 무거움 때문에 글과 그림이 함께 붙어 있으면 그림책을 보는 피로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 책 사이에 간격을 두었어요. 그래서 글과 그림을 따로 집중해서 볼 수도 있죠. 텍스트북만 보면 스토리를 더 잘 파악할 수도 있어요. 디자이너분의 통찰 있는 추천이기도 하고요.

 

 

1막, 2막, 3막으로 구성된 스토리로, 독자가 관객이 되어 한 편의 연극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저는 이 책이 연극적인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어딘가 헤매는 느낌이 더 살아난다고 느꼈어요. 연극 요소를 사용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정확히 잘 봐주신 거 같아요. 이야기를 하나의 비극 우화처럼 표현하고자 연극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게 되었어요. 초반의 장면이 누군가를 따라가는 것처럼 나오지만 페이지를 넘기면 오히려 앞서서 가는 자가 뒤돌아 찾으러 가는 것이고, 결국은 비선형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 찾으러 가는 것이 되는 이야기처럼요. 그런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것 자체도 모호할 수 있고, 예민한 독자만이 찾아낼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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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아주 가까이 근접해서 촬영하는 다큐멘터리보다 때로는 아예 꾸며진 소설이 더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이야기와의 거리가 확실하면 오히려 독자가 더 가까이 느끼는 경우와 비슷하단 생각이 드네요. 특히 챕터 1에서 극으로 들어갔다가, 챕터 2에서 글은 다 비워지고 그림만 나오는 화면에서 확 집중이 됐어요.

 

챕터 2는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서 헤매는 풍경이에요. ‘찾아다닌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어떤 풍경을 보든 포커스 온 해서 보게 되거든요. 너무 열심히 찾아다니다 보면 오히려 전체를 볼 수 없게 돼요. 그래서 그림도 동그란 화면에 일부만 보이는 풍경들을 그렸어요. 카오스적 혼란 상태에서 한정적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결코 평범한 상태는 아닌 거예요. 간절한 마음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질러지고 과다한 표현보다 완전히 비우고 오직 본다는 관점 속에서만 표현하고 싶었어요.

 

 

특히 98쪽, 100쪽 장면에서 저는 한 번 멈추게 됐어요. 작가님 언어로 이야길 들어보고 싶어요.

 

이런 부분 때문에 독자분들이 제 그림을 가끔은 기괴하다가도, 귀엽다고 얘기해준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밟아버려'라고 말하는 98쪽 텍스트는 대치가 돼요. 밟으려는 대상이 아닌 오히려 단단한 가위가 잘리고, 잘린 형태가 눈이 되어 내리면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지죠. 어떤 부정성은 생각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스스로 벌을 받는다는 우화적인 이야기와 적합하다는 생각과 맞닿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모든 장면에 부여한 어떤 의미가 있고, 물론 그런 의미들은 작업을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니 강박적으로 생긴 의식이기도 합니다. 사실 재미 자체에만 신경 쓰고 싶지만, 작가 스스로에게도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는 독자가 봤을 때도 모호할 뿐이죠.

 

 


Keyword 3. 새로운 관객



세 번째 키워드는 어떤 의미인가요?

 

새로운 책에는 새로운 관객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문법과 다른 그림책이라면, 대상 독자도 달라질 거예요. 독자는 청소년일 수도, 장년일 수도, 음악을 하거나 춤을 추는 사람일 수도 있게 되는 가능성이 열리죠. 그리고 이 과정은 어느 순간 바뀌기도 하고요. 무슨 말이냐면, 저는 새로운 관객으로 인해 새로운 작가들이 태어나는 재미있는 현상까지 기대하고 있어요.

 

 

상상해 봤는데, 너무 신나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기분이 들어요.

 

저란 인간은 미숙하지만 계속 변형하고, 의미의 변동을 시도해 보는 거 자체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재미있게 하는 거죠. 재미란 건 각자에게 모두 다르잖아요. 서부극이, 환상 극이, 꿈의 원리나 옛이야기, 각자의 언어와 방식으로 담아낼 때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처음에 했던 얘기와는 맥락이 바뀐 것 같아요. 처음엔 출판계의 기존 문법과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책이 갈 길이 막막하게 느껴졌다면 이제는 기대가 되어요.

 

약간 방향을 바꾸어서, 이야기를 쓰고 익숙하지 않은 방법으로 제작한 책이 있었어요. 비용도 많이 들고 아트북 형식으로 진행되어서 ‘이 방식 그대로 출간이 되길 바랐던’ 작업이 있었는데, 최근에 출판사랑 계약을 하게 되었어요. 시간이 필요할 거라 몇 년 전부터 예상은 했지만 분명 변화의 설레는 지점들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출판사도 새로운 관객이 아닐까요. 진심으로 반가워하며 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책들을 찾으시더라고요.

 


교육의 영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작가님의 책 같은 경우에는 읽는 경험이 풍부한 독자가 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마음이 열린 사람들이 새로운 독자, 새로운 관객이 될 수 있을 거예요.

 

프랑스에서는 6-70년 때부터 소형 출판사를 중심으로 ‘반순응주의’라고 하는 운동이 일어났어요. “예술이 있을 뿐 어린이를 위한 예술은 없다”는 생각으로, 아이들만을 위한 예술을 지향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죠. 일본은 60년대부터 그림책을 보고 자랐고 한국은 90년대부터 삽화에 가까운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브루노 무나리의 ‘libro illeggibile (읽을 수 없는 책)’이란 책이 있어요. 본질적인 걸 해체하고 허무는 작업으로 오히려 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죠. 본문엔 어떤 그림도 글도 찾아볼 수조차 없어요. 다만 잘려있고 접혀있는 색-종이들의 엮음이죠. 십여 년도 전이지만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여러 질문이 떠올랐죠. 종종 무시되지만, 다양성은 중요하잖아요. 새롭고 실험적인 책 자체가 흥미로운 게 아니라 기존의 문법에서 헤매다 발견하는 낯설고 새로운 길 자체가 재미있고 설레는 거죠.

 


프로필사진.jpg

 

다뉴 작가

Instagram @danewrepress

 

 

그림책 재료로 어떤걸 사용하시나요?

 

과슈, 잉크, 먹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어요.

 

 

주로 작업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복잡한 생각들을 단순화해 가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에요.

 

 

작업을 하며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인가요?

 

세계와 인간에 대해 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고, 그런 느낌이 착각과도 같은 생각이 들어 웃게 됩니다. 나쁜 점은 모르겠어요. 오직 집중이 안 될 때의 상태를 빌런으로 본다는 것 외에는요.

 

 

좋아하는 그림책 한 권 추천해 주세요.

 

너무 많지만 말씀드리면, 엔조마리의 'The fable game', 사라파넬리의 'The onion’s great escape'를 좋아합니다.

 

 

작가님의 다음 작업은 어떤 그림책이 될까요?

 

전혀 관련 없는 두 이야기가 한 지점에서 만나는, 글(이 거의)없는 그림책이 될 거 같아요.

 

 

나에게 그림책이란?

 

누구도 묻지 않은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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