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글, 나의 사유를 펼치는 도화지

저는 글을 어떻게 쓰냐면요
글 입력 2024.02.2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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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고는 싶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공통 주제가 등장하는 때가 있다. 이번 주제도 그랬다. 자신만의 글 기고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에게 그런 노하우가 있던가. 그저 마음대로 키보드를 눌러 가며 활자를 찍어낼 뿐인데. 어떤 흐름으로 내용을 꾸려야 할지, 어떤 이야기들과 문장으로 차근차근 포문을 열어가야 할지, 어떻게 매조지해야 할지 꽤나 많은 고민을 거쳤다.

 

아무래도 서두는 '나에게 글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가 가장 적합하겠다. 작년 초에 했던 인터뷰에서 나에게 글이란 감정을 표현하는 창구라고 답했는데, 물론 지금도 유효하다. 결국은 내가 쓰고 싶어 쓰는 글이기에 그렇다. 여기에 조금 덧붙이자면, 이제는 타인과 소통하는 장으로서의 글을 쓰고 싶달까. 일방적인 쓰기로서의 글보다 쌍방적 소통으로서의 글로 독자에게 가닿고 싶은 마음이다. 내 글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어느 부분을 더 보완하면 좋은 글이 될지 궁금해졌다.

 


 

시작은 글감


 

그렇다면 내가 글을 쓰는 과정을 찬찬히 되짚어볼까. 우선 누구나 그렇듯 무엇으로 글을 쓸지를 고민한다. 글감을 고르는 건 사막 속에서 바늘을 찾는 일. 가벼운 소재로 글을 쓰자니 불 보듯 뻔한 느낌일 것 같아 공연히 꺼려진다. 전문가가 된 것처럼 유식한 글을 쓰는 것도 나와는 맞지 않다. 박학하지도 않거니와, 어려운 용어를 늘어놓는 글은 개인적으로 겉멋이 묻은 것 같고, 기름때가 껴서 독자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은 나의 취향에서 글감을 얻는 편이다. 좋아하는 노래, 자주 하는 생각과 상상, 인상 깊게 본 전시 혹은 영화 등등. 메모장에 짤막하게 적어두었던 글귀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누군가 나에게 글 쓰는 힘이 어떠한 마음가짐에서 나오는지를 물었는데, 대개 이러한 사유에서부터 시작해 글의 구조를 생각하며 뼈대에 살을 붙여나간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감상, 줄줄이 딸려 나오는 과거의 이야기들을 한데 묶어 예쁜 형태를 만들어가는 거다.

 

글의 성격 또한 초반에 정하고 시작한다. 나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들어간다면 에세이로, 오로지 글감에만 집중한다면 오피니언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좁은 울타리 안에 갇혀있던 나의 취향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갈 때 희열을 느낀다. 뭇 사람들이 나의 글을 보고 좋은 말을 건네줄 때면 창작 과정에서 느꼈던 피로감이 씻은 듯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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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친절한 글


 

나는 '쉬운' 글을 지향한다. 쓰는 이에게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아무런 걸림돌 없이 보드라운 글이 되길 원한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친절한 글이랄까. 쉽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듯, 글을 쓰는 나는 치열하게 글의 호흡을 조절하면서도 독자에게는 그것이 쉽게 들키지 않길 원한다.

 

보다 정교하고 적확한 언어로 내가 느끼는 것들을 표현하고 온전히 전달하고 싶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퍽 공감할 테지만, 머리로 느껴지는 감정을 언어화하기란 굉장히 많은 품이 드는 일이다. 빈번한 사용으로 인해 먼지가 묻은 말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라 그렇다. 이를 배제하면 깔끔하게 정제된 문장과 문단이 남는다. 혹시라도 쓸모없는 사담이 붙으면 괜히 글이 난잡해지므로 과감히 지우려 노력한다. 그 편이 독자가 이해하기에도 좋으니 말이다.

 

또한 '올바른 글'이라는 건 없지만 글로써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기조만큼은 꼭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그것이 내가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점이자 지향점이니까. 이왕이면 기능적 쓸모와 감정적 위안을 모두 줄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란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항상 어려워서 가끔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때도 있지만 목표는 클수록 좋다고 하니 일단 외쳐놓고 본다.

 

혹여 깨지더라도 그 파편이 제법 커다랄지 누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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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글 모양 다듬기


 

우수수 활자들을 쏟아내고 나면 퇴고를 행해야 할 시간. 사실 글 하나를 완전히 다 쓴 이후에 퇴고하기보다는, 틈틈이 위로 올라가 마음에 드는 문장들만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곤 한다. 미련이 남은 문장을 어떻게든 살리려고 손을 대면 엉망이 되기 십상이므로 웬만해서는 걷어내는 편이다. 조사가 적재적소에 잘 쓰였는지 다시금 확인하고, 문장 간 간극이 너무 벌어지진 않았는지도 살핀다.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하나의 글 안에서 문장들이 서로 상충하거나 전혀 다른 주제로 넘어가버리는 경우이다. 한 문장이라면 고치거나 빼버리면 되겠지만 문제는 그 단락 자체가 마음에 들었을 때다. 실제로 기고한 글 중 <유영하는 삶>이라는 에세이에서 이러한 내적 갈등이 있었다.

 

결국 버리지 못하고 모조리 넣어 어떻게든 간극을 줄여보려 애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작년을 마무리하며 올해를 잘 살아가 보고자 하는 생각을 '유영하다'라는 단어와 엮어 쓴 글이었는데, 가장 애정하는 글임에도 아쉬운 부분이 잔존한다는 건 아직 나의 글쓰기가 과도기를 거치는 과정이라는 반증이다.

 

완벽한 듯 완벽하지 않은 퇴고를 마치면 제목, 소제목, 요약글을 확정할 시간이 다가온다. 내게는 퇴고만큼이나 어려운 작업이다. 제목은 커다란 이름표다. 글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기에, 그리고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기에 특히나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소제목은 제목과 최대한 연관되게 짓거나, 제목으로 하기엔 조금 긴 문장을 다듬어 짓는다. 요약글의 경우엔 본문에서 좋은 문장을 뽑아 요약하는 식으로 쓰는 편이다. 셋 중 하나가 너무 튀지 않게, 비슷한 질감으로 어우러지게끔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제목의 경우에는 기고한 이후에도 출력 승인이 되기 전까지 수정하는 일이 잦다.

 

 

 

사진은 글의 얼굴


 

글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바로 사진. 이미지가 주는 시각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과 잘 어울리는 사진을 첨부하면 쉬이 문단을 분리할 수 있고, 독자에게 흐름이 바뀐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똑같은 것을 찾는 일은 제법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재밌는 작업이다. 특정 그룹의 오피니언을 쓴다면 그에 걸맞은 사진을, 인터뷰 작업을 한다면 인터뷰 내용과 인터뷰이의 분위기를 아우를 수 있는 사진을 고르려 애쓰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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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이라기보단 습관


 

글을 쓰는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나, 나에겐 글을 쓰는 과정에서의 습관이 몇 개 존재한다.

 

첫째, 글을 쓸 땐 대체로 음악과 함께라는 것. 가사가 없는 잔잔한 음악을 선호한다. 주로 유튜브에서 by the way, Ode Studio Seoul, All was well의 플레이리스트를 클릭해 생각을 부풀리고 영감을 끌어올린다. 가끔은 신나는 팝을 듣기도 하지만 잠시뿐이다. 아무래도 내가 쓰는 글의 온도와 비슷한 건 가사 없는 곡들인가 보다.

 

둘째, 국어사전을 꽤나 뒤적거린다는 것.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조심스럽고 신중해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마음으로 알고 있는 단어의 뜻이 지금 이 문장에 적합한지를 따진다. 표현이 단조롭거나 반복된다 싶으면 유의어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찾아보다 마음에 드는 단어가 있다면 언젠가 한 번은 써먹으리라 다짐하곤 한다. 정석적인 방법이 피부로 와닿음을 비로소 글을 쓰며 느끼고 있다.

 

셋째, 하루 안에 글을 마무리하는 일이 매우 드물다는 것. 앉은 자리에서 한 편의 글을 뚝딱 뽑아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퇴고까지 마치려면 보통 일주일은 잡아야 넉넉하다. 처음엔 이런 내가 못마땅했지만, 이제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위한 예열 시간이 남들보다 조금 길다고 여기려 한다. 그만큼 고심하며 글을 쓴다는 방증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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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던 시절의 글들을 몇 개 읽어보았다. 예상했듯 전체적인 문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문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힘이 생겼고, 조금은 깔끔한 맛이 생겼다. 점점 발전해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다. 퇴고 시 맞춤법 검사기에서 교정할 내용이 없다고 나올 때면 묘한 쾌감을 느낀다. 이러한 초심을 발판 삼아 더 나아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도 글은 나와 뗄 수 없는 관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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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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