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만나고 싶은 사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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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날이 맑기만 하면 그 지역은 사막이 되어버린다고 해요. 눈도 오고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어야 좋은 땅이 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인생에도 좋은 날만 있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좋은 일도 있기를 바라는 게 어떨까요.”
“새해엔 좋은 일만 있게 해주세요.”라는 말에서 한 글자만 바꿔서 “새해엔 좋은 일도 있게 해주세요.”라고 비는 거예요.
이 문장은 내 다이어리 한편에 적혀있는 글귀다.
해야 하는 것이 넘치고 힘들던 시절에 보게 된 영화에서 인상 깊게 남은 대사이기도 하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배우 김고은과 정해인이 출연하고 정지우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은 시간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나고 헤어진 1994년이다. 1994년은 라디오가 지금의 유튜브나 다양한 OTT 프로그램만큼 활발하던 시기였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는 2005년까지 이어진다. 영화를 보면, 두 인물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인물이 겪는 일이 가볍지만은 않아, 마냥 지루하게 보이는 영화도 아니다.
전체 줄거리는 언니가 운영하는 빵집을 도와 일하는 대학생 미수(김고은)와 학창시절의 한 사건 탓에 소년원에 있다가 나온 현우(정해인)가 만나면서 펼쳐나가는 사랑 이야기이다.
둘은 처음 만난 1994년부터 2005년까지 계속 연인으로 지내지 못하고, 중간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사랑을 키워나간다.
영화를 보다 보면, 미수가 처한 현실이 공감되고,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참 귀엽다. 특히, 미수가 현우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장면이 굉장히 귀여웠다.
미수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언니와 운영하던 빵집을 넘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검수하는 일을 택한 채 바삐 살던 어느 날 다시 찾은 빵집 앞에서 우연히 현우를 만났다.
그렇게 둘은 너무 짧은 아쉬운 만남에 현우의 집에서 자기로 하고, 현우가 잠든 그날 밤 미수는 현우의 메일 주소를 만들고 아이디를 현우에게 쪽지로 알려줬는데, 문제는 비밀번호를 같이 적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그래서 미수가 현우에게 의미가 있는 유열의 라디오 방송에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사연을 보내지만, 현우는 알 턱이 없었고, 그렇게 둘은 또다시 오랜 시간을 이별하게 된다. 라디오가 둘의 만남을 이어주는 매체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장면은 참 귀여웠다.
1990년대의 사랑 이야기가 주는 감성을 경험하고 싶지만, 너무 길지 않은 영화를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세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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