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용한 폭력, 독이 되는 부모, 독친

글 입력 2023.10.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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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끔찍하게 사랑한다고 믿는 엄마 혜영과, 모든 것이 완벽한 모범생 유리를 둘러싼 이야기, 독친. 서늘한 모성 아래 성장한 유리에게 일어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여러모로 기대감을 안고 감상했던 영화였다. 게다가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초청에 이어 일본 제 28회 아이치여성국제영화제 공식 초청까지 받았던 작품이라 더욱 기대했다.
 
게다가 아내의 유혹으로 대한민국을 한번 뒤흔들었던 배우가 6년 만에 스크린에 출연하다니! <옥수역 귀신> 제작진들이 함께 참여했으니 더욱 스릴 있을 테고, 모성과 스릴러의 새로운 조합에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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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유리가 엄마에게 모의고사를 치른 후에 간단히 전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오늘 시험은 어땠으며, 앞으로의 시험은 어떨 것 같다고 간략히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모의고사를 치른 학생이라기에는 점차 줌아웃되는 화면 속 유리의 모습이 이상하다. 유리는 교복을 입지 않고 있다. 서 있는 공간도 교실이 아니다. 몰래 학교에서 탈출한 여고생이, 엄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장면임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유리를 포함한 4명의 인원이 모여 몇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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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생소했던 제목 독친. 독이 되는 부모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생소한 개념 같은데, 일본에서는 꽤 통용되고 있는 단어라고 해서 놀랐다. 일본도 우리나라만큼 헬리콥터 맘 같은 엄마들이 많은가? (헬리콥터 맘: 자녀의 주위를 돌아다니며 지나치게 간섭을 하는 엄마를 뜻함)
 
빈틈없이 조여 오는 혜영의 간섭에 여러 매체에서, 심지어는 현실에서 보았던 많은 엄마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자녀의 모든 하루 일과에 자신의 의견을 욱여넣는 엄마들을 볼 때마다 명치가 답답해지는 기분이었다.
 
혜영이 누구보다 급한 마음으로 유리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움직일 때마다, 발 빠르게 뛸 때마다, 영화 초반을 장악했던 섬뜩하다 못해 안쓰러웠던 유리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실제로 배우 장서희도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숨이 막혔다고 한다. 그런 부모의 모습을 매우 예민한 여성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인데, 그래서인지 상영 내내 장서희 배우의 이마에는 내 천(川)자의 인상 주름이 사라지지 않았었다. 매우 짜증이 나 있어 보인다고 할까?

 

신경질적인 중년 여성을 아주 잘 표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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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영화를 보고 나온 직후, 나오면서 이런 말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딸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그저 그 방법이 잘못되었을 뿐이지..." 문득 그 말이 떠오른다.
 
어디에서부터 어긋난 사랑은 시작되는 걸까? 독이 되는 줄도 모르고, 보호라는 이름 아래, 아이들을 지나치게 옥죄는 부모는 우리 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모상이다.
 
영화 속에서 혜영은 유리의 친구 관계를 마음대로 헤집어 놓으며, 모의고사 모든 과목 1등급을 요구한다. 불같이 화내다가도 전 과목 1등급에 바로 화를 누그러뜨리는 엄마라니.
 
게다가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장면에서는 심지어, "딸이 내 건데 뭐 어떠냐"는 식으로 반응한다. 두 장면 다 너무 작위적이게 과장된 장면이 아닌가 싶다가도, 이게 바로 현실을 그대로 고증한 리얼리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부모는 자식을 소유했다고 생각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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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폭력은 높은 확률로 세대를 거쳐 되풀이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혜영이 당했던 구속과 압박, 일종의 폭력은 다시금 억압된 형태로 유리에게 되물림되고 만다.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한데, 혜영과 유리 사이에는 사랑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충분한 소통이 없었던 듯 싶다.


기성세대보다는 청년층, 청소년층 세대가 더욱 공감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일 듯하다. 특히 요즘처럼 아동 관련 청소년 관련 이슈가 많은 사회에서, 이 영화에서 커다란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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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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