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고 싶은 말이 없을 때 [사람]

생각하기조차 힘든 순간
글 입력 2023.09.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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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이 부럽다.

 

특히나 지금처럼,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되는 시간에는 더욱 그렇다.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한 사람에게서는 빛이 난다. 그런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나'와' 너' 사이의 균형이다. 나만의 이야기로 너를 질리게 하지도 않으며, 너만의 이야기로 나를 공허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세간에 떠다니는 수많은 말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나의 이야기를 단단히 만들어 나가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충분한 시간을 들인 사색 없이는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색이 선행되지 않은 이야기에는 알맹이가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고, 누군가가 한 이야기를 입력해 기계처럼 출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색은 상당한 힘이 있어야 하는 작업이다. 우선 무언가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고, 단순한 관심을 해체해 핵심을 찾아내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체력이 필요하다. 체력은 몸이 가용하는 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음을 쓸 수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 모두 체력에서 나온다.


또, 생각을 거듭하다 머릿속의 벽에 부딪혔을 때, 그 벽 너머로 더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힘도 체력이다. 머리를 쥐어짜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힘, 정수리에서 김이 나는 한이 있어도 생각을 계속하게 하는 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들에게는 사색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부러워한다. 여러 소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글로 완성되지 않는 까닭은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소재가 떠오른 이유를 찾다가 막혀 버린 생각의 벽에서 그냥 돌아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체력을 길러야 할 텐데, 그 방법조차 생각하기 힘들어 멈춰 서 있다. 길다면 긴 가을방학의 한복판에서 느껴지는 이 지독한 우울감은, 이 우울감의 이유마저도 찾아낼 힘이 없기에 더욱 깊어진다.

 

 

[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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