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세계를 넓혀가는 일 [사람]
-
내가 다니는 학원에는 30대 언니들이 있다.
어제 처음 그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어색하게 대면했던 날들이 아쉬울 만큼 대화가 잘 통했다. 한 언니는 은행을 다니고 있었고, 다른 언니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부쩍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 나에게는 언니들과의 시간이 매우 소중했다. 인생 선배에게 무언가를 얻는다기보다는 그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삶의 경험들이 궁금했다. 나의 세계는 유한하기에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내 세계를 넓혀가고 싶었다.
은행을 다니는 언니가 말했다. "뭐든지 첫 단추가 중요해."
그녀는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안정된 직장과 월급에 주위 사람들은 물론이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조차 그녀를 말린다고 했다. 성향이 맞지 않는 일을 안정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계속해온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는데 '30'이라는 숫자가 걸린다고 덧붙였다.
"졸업하고 하나둘씩 취업하니까 나도 덩달아 급해져서 어영부영 쉬운 길을 택한 게 가장 후회돼."
언니의 말을 듣고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당장의 속도를 늦추고 크게 보는 것이 어쩌면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조용히 들었다. 내 눈에는 다 이뤄서 걱정 하나 없을 것만 같던 언니였는데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조금 놀라웠다. 진로에 대한 고민 더 나아가 삶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는 것이라고 느꼈다.
프리랜서 언니는 내년에 한달 살기를 하러 스페인에 간다고 했다. "신경쓸게 정말 많은데 그래도 한 달 살다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그녀의 용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런 날이 올 거라 생각하면서.
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언니들이 멋져 보였다. 고민을 한다는 것은 더 나은 인생을 살고 싶다는 의지이고, 이런 의지가 있기에 주말 아침에 이곳까지 올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언니들이 앞으로 내디 길을 나도 함께 응원하고 싶었다.
"결국 뭐든 해보는 게 중요한 거 같아. 돌이켜보니 세상의 쓸모없는 일은 없더라." 20대인 나보다, 30대인 언니들보다도 삶의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 말했다.
내 일에는 항상 물음표가 뒤따랐는데, 미래와 어떻게 연결될지 지금은 알 수 없어서였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확신이 생기게 되었다. 무수히 선을 긋고 여러 곳을 파는 게 지금의 내가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정적인 내 시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한정적일 것이다. 그런 유한한 내가 나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읽어야겠다고 다짐하는 하루였다. 나의 이야기가 많아야 세상을 채울 이야기도 많아질 것이다.
[박진솔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