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마음을 담아 [미술/전시]

요시다 유니의 싱싱한 작품 세계
글 입력 2023.09.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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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하나면 사람과 유사한 버추얼 휴먼도 뚝딱 탄생하는 세상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실물 전부를 컴퓨터 속에서도 만들어 낼 수 있고, 실물보다 화면으로 접하는 게 더 다양해졌다. 그런 세상에서 실물에 집중하고, 실물을 모아 또 다른 실물을 창작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요시다 유니가 있다.

 

요시다 유니 기획전 Alchemy를 함께 아삭하게 감상해 보자.


 

 

싱싱함이란 이런 것



요시다 유니는 식품과 식물, 즉 자연을 작업 재료로 애용한다. 전시회 파트 1 ‘FREEZE DANCE’에서는 이런 요시다 유니의 싱싱한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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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인 ‘LAYERED’ 시리즈는 특정 과일을 중심으로 그와 비슷한 색의 다른 과일을 가져와 모자이크처럼 작업한 작품이다. 작품 속 모자이크 표현은 CG가 아니라 실제 여러 과일을 큐브 모양으로 잘라 하나하나 붙인 것이다. 일부 과일은 특성상 자른 후 시간이 지나면 무르거나 갈변하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작업했다고 한다.


과일은 이제껏 수많은 작품 속 오브제나 재료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메리트를 가지기 어렵다. 그러나 요시다 유니는 과일을 재료로 사용하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초점을 둔다. 수작업으로 하기 쉽지 않은 것들을 수작업으로 해냄으로써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아날로그를 보여주는 방향은 21세기에선 오히려 무기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시대에 ‘기본’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시다 유니는 이를 전략적으로 파악하고, 본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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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을 지닌 오브제를 재료로 사용한다고 해서 요시다 유니는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위는 식물을 뽑아 흙을 덧붙인 것이 아닌, 식물을 키운 다음 흙을 살살 털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창작 과정까지 식물을 존중하는 마음을 내비친 요시다 유니의 작품 세계는 이루 상상할 수 없이 싱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싱싱함이 스토리텔링이 되기까지



요시다 유니는 생명력을 지닌 오브제뿐만 아니라 사소한 사물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재료로 사용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재료에 지나지 않고 작품의 스토리텔링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전시회 파트 2 ‘HIDDEN PICTURES’는 요시다 유니가 다른 브랜드나 아티스트와 작업한 광고, 포스터, 앨범 커버 등을 보여준다.


광고란 브랜드 측에서 요구한 광고 상품을 돋보이게 함으로써 소비자로부터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하기 때문에 고려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서 말한 상품의 돋보임, 소비자의 구매 욕구, 광고임에도 너무 광고처럼 보이면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점 등과 이 모든 게 브랜드의 이미지와도 맞아떨어져야 한다.

 

요시다 유니는 이 모든 것을 단 하나, 자신만의 작업 스타일인 아날로그와 상상할 수 없는 발상으로 장악한다. 요시다 유니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것 외에 내가 전시회에서 인상 깊게 본 작품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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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은 코스메틱 브랜드 ‘슈에무라’의 파운데이션 광고로, 오른편 아래 조그마한 파운데이션 이미지가 없어도 파운데이션을 표현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모델의 금발 머리, 옷의 광택과 풍부한 곡선은 걸쭉하고도 매끈한 재형의 파운데이션을 단박에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검은 배경은 모델과 모델의 옷을 더욱 잘 보이게 하고, 검은 배경 또한 단순한 스크린이 아닌 검은색의 다양한 오브제가 사용되었다.

 

특히 두 번째 작품은 파운데이션의 질감을 강조한다. 걸쭉하게 흘러내리는 파운데이션을 모델의 과감한 자세와 흘러내리는 모양새로 디자인한 헤어, 발목에 묶은 리본으로 표현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닥에 떨어진 파운데이션은 누드 색의 접시로 표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작품의 재료로 시기적절하게 사용하는 요시다 유니의 작업 방식은 이처럼 대중으로부터 스토리텔링을 불러일으킨다. 재료의 존재만으로도 스토리텔링 그 자체가 되기도 하고, 재료들이 모여 하나의 스토리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시다 유니의 작품은 오래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일차적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피사체를 감상한 후 그것이 어떠한 재료로 이루어졌는가를 세세히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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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도 마찬가지다. 처음 봤을 때는 후토마끼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시간을 투자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밥 부분은 모델의 풍성한 머리로, 김 부분은 머리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로, 후토마끼 속 재료는 생선 대신 작가가 좋아하는 과일과 꽃 등으로 다채롭게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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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은 액자로부터 떨어지는 듯한 모델이 나온다. 모델이 입고 있는 레드 계열의 강렬한 옷이 돋보이고, 그 주변으로 공중으로 치솟은 여러 오브제, 생동감 넘치게 휘어있는 액자와 벽이 눈에 띈다.

 

비현실적인 상황이 그려졌음에도 신기하게 강렬한 색의 옷이 가장 먼저 보인다. 작품들에 기입된 ‘PUNYUS(푸뉴즈)’는 일본의 플러스 사이즈 의류 브랜드숍이며, 일본 코미디언이자 브랜드 프로듀서로 있는 와타나베 나오미가 모델로 활동한다.

 

요시다 유니는 자신의 작품 신념과 더불어 광고면 광고, 앨범 커버면 앨범 커버, 즉 자신이 작품을 만드는 목적을 잊지 않는다.

 

 

 

아날로그인 이유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요시다 유니는 왜 아날로그로만 작업하는 걸까? 우리가 추측한 여러 지점 말고 작가의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은 저는 제 작업이 아날로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달려온 건 아니에요. 다만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결과물을 수작업으로 직접 만지며 만들어야 (주제나 표현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뿐이거든요. 물론 CG나 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지금 제가 하는 것과 비슷한 표현들을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전 그렇게 급하게 목적에 도달해버리는 과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오랜 시간 공을 들이는 그 과정 안에 숨겨져 있는 여러 작업이 제겐 굉장히 귀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가장 뜨거운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 단독 인터뷰 – 에스콰이어

 


요시다 유니의 말대로 컴퓨터 그래픽의 빠른 속도와 한계가 없는 듯한 기술이 놀라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중들이 실물과 실제에 더욱 경이로움을 느끼는 건 작가의 상상력과 노고, 작품에 들인 시간까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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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파트 3 ‘PLAYING CARDS’에서는 요시다 유니의 신작, ‘PLAYING CARDS’를 만나볼 수 있다. 한국 전시회에서 최초 공개된 신작으로, 전시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을 자아낸다.

 

요시다 유니는 57개의 트럼프 카드를 전부 본인 스타일로, 그러나 다른 작품과 유사하다는 느낌 없이 독창적으로 제작했다. 주재료는 역시나 과일을 비롯한 음식, 꽃, 식물이지만, 신작에서는 그 배치가 돋보인다. 과일의 껍질과 단면, 꽃의 이파리와 줄기, 씨앗 그 어느 하나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트럼프 카드를 표현하기 위한 재료로 사용한다.

 

껍질을 벗긴 바나나는 조커 카드의 광대 머리와 다리로, 하트 문양은 돌돌 만 사과 껍질로, 클로버 문양은 블루베리와 꽃, 열매의 그림자로. 작품의 배치와 아이디어, 오브제를 하나하나 감상하고 있노라면 작가가 말한 아날로그와 그 과정의 중요성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요시다 유니 기획전 Alchemy는 서울 석파정 미술관에서 9월 24일까지 진행한다. 속된 말로 뒷북이라고 할 정도로 뒤늦게 전시회 오피니언을 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글을 본다면 당장 내일 전시회를 보러 갈 것을 추천한다.

 

전시회를 감상하는 내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마음을 감상하느라 두 눈은 쉴 틈이 없을 것이다.

 

 

[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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