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지역이 영화에? [영화]

글 입력 2023.09.1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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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9월 13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는 공포 영화 <치악산>이 영화 팬들 사이에서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개봉 이전부터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는 것은 분명 흥행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이번 <치악산>의 사례 같은 경우에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과연 <치악산>은 어떤 연유로 최근 영화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게 된 것일까?

 

 

 

"그저 영화일 뿐" vs "지역 이미지 훼손 우려"


 

[크기변환]치악산.jpeg

 


영화 <치악산>은 1980년 치악산에서 열여덟 토막 난 시신 10구가 수일 간격으로 발견되는 바람에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지만, 결국에는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는 일명 '치악산 괴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저 괴담에 불과한 만큼 과거에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은 아니지만, 해당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화 <치악산>의 개봉이 괴담의 진위 여부에 대한 잘못된 인식 확산과 지역 이미지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실제 치악산이 속해 있는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영화 <치악산> 측에 "실제 지명인 '치악산'이 그대로 사용된 영화 제목을 변경할 것", 그리고 "영화 속에서 '치악산'이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을 삭제 혹은 묵음 처리할 것" 등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치악산>의 제작사 측에서는 원주시와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대사를 수정한다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주요 출연 배우 중 한 명이 군 복무 중인 관계로 재촬영 또한 불가능하다"와 같은 사유를 들며 원주시의 영화 수정 요구에 완곡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원주시 측에서는 해당 영화의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욱 격화될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양측 간의 대립 속에서 <치악산>은 과연 무사히 상영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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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명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곳곳에서 제기되는 지역 이미지 훼손 우려로 인해 다소간의 홍역을 치른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곤지암 남양정신병원'과 관련된 각종 기이한 괴담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곤지암>이 그 대표적인 예시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곤지암읍 주민들은 <곤지암>이 개봉하기 이전부터 해당 영화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으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던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곤지암 남양정신병원'과 관련된 괴담들이 인터넷 등지에서 화제가 되는 바람에, 공포 체험을 구실로 해당 건물에 찾아와 각종 소음을 일으키는 외지인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곤지암>의 개봉 소식까지 들려오자 자연스레 해당 영화가 병원 관련 괴담의 확산 및 부정적인 지역 이미지 고착화를 더욱 부추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은 "<곤지암>은 상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새로운 시도와 형식이 가미된 영화로만 봐주셨으면 한다."라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당부하며, 영화의 내용은 전부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던 '곤지암 남양정신병원' 건물은 결국 그 부지가 매각되어 2018년 5월에 철거가 이루어졌다. 현재 해당 일대는 특정 기업의 물류센터로 활용되고 있어 이전의 으스스한 흔적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는 모양이다. 영화 <곤지암>을 둘러싼 각종 논쟁들도 이제는 그저 과거의 논란거리가 되어버린 듯싶다.

 

 

 

피할 수 없다면?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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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화로 인한 지역 이미지 훼손 우려를 오히려 지역 홍보를 위한 좋은 기회로 탈바꿈시킨 사례도 존재한다. 전라남도 곡성군을 배경으로 촬영된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이 개봉할 당시에도 영화의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오컬트적인 소재가 지역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의견들이 다수 제기되었던 바 있다.

 

이에 당시 곡성군의 군수로 재임하고 있었던 유근기 곡성군수는 영화 상영을 막을 방법이 없다면 차라리 해당 이슈를 지역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홍보의 기회로 삼을 것을 제안하며, <곡성>을 인상 깊게 본 관객들은 직접 곡성에 방문해서 곡성의 진짜 모습을 즐겨주었으면 한다는 취지의 글을 지역 신문에 기고하였다. "행여 '영화 곡성'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꼭 '우리 곡성'에 오셔서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 한 자락이라도 담아갔으면 좋겠다"와 같은 정다운 문장들로 구성된 해당 글은 당시 누리꾼들 사이에서 소소한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2016년 5월, <곡성>의 개봉 시기와 맞물려 개최되었던 곡성군의 지역 행사인 '곡성 장미 축제'는 전년 대비 약 7,800명의 관람객들을 더 불러모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칫 예민한 문제로 번질 수도 있었던 영화 개봉 이슈를 지역 마케팅에 영리하게 활용한 사례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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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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