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쥐 MAUS [만화]

글 입력 2023.09.0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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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오랜만에 산 만화책이다. 중학교 시절에 도서관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접했던 만화였는데, 그 당시에 읽다 말았다. 만화가 흑백이고 내용이 무거워, 어린 시절 나에게 약간 벅찼던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최근, 스콧 맥클라우드의 <만화의 이해>를 읽고 그래픽 노블에 관한 흥미가 생겨 그래픽 노블 명작의 대명사인 <쥐 Maus>를 구매하여 다시 읽어보았다. (MAUS는 독일어로 ‘쥐’다.)

 

<쥐 Maus>는 그래픽 노블 역사에 남을 명작이라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그래픽 노블 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이고, 만화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확장했다고 한다.

 

만화는 편견이 많은 형식일 수 있는데, 쥐는 이러한 대중적 인식을 깨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나 역시 누군가가 만화에 대한 편견을 보인다면, 해당 만화를 그러한 편견을 반박하는 첫 번째 작품으로 제시할 듯하다.

 

해당 만화는 유대인이자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아버지 ‘블라덱 슈피겔만’과 아들(실제 작가)인 ‘아트 슈피겔만’ 중심으로 구성된다. 만화를 구상하기 위해 아버지의 과거를 듣는 ‘현재’와 블라덱이 회상하는 ‘과거’가 교차하며 작품이 진행된다.

 

과거는 1930년 부모의 결혼부터 전쟁의 발발, 아우슈비츠 그리고 종전까지의 얘기를 블라덱 중심으로 다루는데, 그 내용이 굉장히 현장감 있게 표현된다. 더욱이, 생존자의 과거를 듣는 형식이므로 작품 자체에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

 

과거 이야기는 처절하고 참혹하여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숙연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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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Maus>를 재밌게 읽은 부분 중 하나는, 작가가 단순히 전달자의 역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작가는 현재의 아버지와 갈등을 겪으며 자신이 아버지와 과거를 공유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고뇌한다. 게다가, 현재의 아버지는 불안정한 삶을 보내고 있다. 모든 물건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굉장한 구두쇠이며 아무도 믿지 않는 비관주의자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과거와 대조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이러한 고민 역시 작품을 관통하는 맥락이기도 하다.

 

이렇듯, 아버지-아들의 인물 구도는 개인적 경험에 초점을 맞춘 내용을 가진다. 하지만 <쥐 Maus>는 나라별로 하나의 동물로 인간을 묘사해 집단적 정체성을 강화한다. 유대인은 쥐, 독일인은 고양이, 폴란드인은 돼지 등으로 그린 것이 그 예시다. 이러한 카툰화는 ‘쥐’의 고통이 아버지 블라덱을 넘어 유대인 전체를 다루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당 작품은 흑백만화로, 선의 굵기와 명도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한, 홈통이 그리 크지 않고, 칸이 조금 딱딱하게 그려진다. 이러한 형식은 주제와 맞물려, 작품 전체를 무겁고 건조하게 해줬다.

 

개인적으로, <쥐 Maus>를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우슈비츠에 관한 내용이었다. 홀로코스트를 떠올리면, 인간의 잔인성과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저기에 있었으면…’이라는 가정이 머리를 스치면,너무 무서워 생각하기를 그만두곤 한다. 당시의 처절과 광기를 생각하면, 숙연을 넘어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쥐 Maus>를 다 보고, 아우슈비츠를 다룬 영화 <사울의 아들>을 보았다. <사울의 아들>도 상당히 건조하고 적나라한 영화인데, 그 정도가 심해 영화를 보는 것조차 버거웠다. 누워서 영화를 봤는데,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어 앉아서 볼 수밖에 없었다.

 

과거를 다룬 작품을 읽으면, ‘기억함’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한다. 아무리 힘들고 아프더라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집단의 역사가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많은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 역시 조금 더 많은 것을 기억하도록 항상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김민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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