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ge를 따라서] 파츌리향 추천기

글 입력 2023.09.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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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파츌리에 관해 소개했다.

 

시트러스 종류와는 다르게 무거운 성질을 지녀 향이 오래 지속되도록 돕는 보류제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 파츌리. 우디한 향뿐만 아니라 파츌리가 쉽사리 연상되지 않는 플로럴한 향에도 자주 사용된다. 그만큼 파츌리는 향기의 뒤편에서 묵묵하게 제 역할을 수행하는 든든한 아군이 떠오르게 만든다.

 

그럼에도 파츌리가 메인이 되는 향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많은 향수가 플로럴을 메인으로 하기도 하고, 우디향조의 향들도 보통은 시더우드나 샌달우드 등이 메인이 된다. 파츌리가 상당히 호불호가 강한 향임을 떠올려 보면, 상업성을 고려했을 때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단순히 파츌리가 들어간 향은 많지만, 원료를 소개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글인 만큼 그중 파츌리 단일의 향이 잘 느껴지는 향 세 가지를 골라보았다.

 

 

 

1. 불에 그을리는 나무와 파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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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소개할 향은 르라보의 ‘파츌리24’이다.

 

르라보는 주가 되는 향료를 이름으로 붙이는데, 사실 이름과 향의 일치율이 그리 높지 않기로 유명하다. 파츌리24도 이름만 들어서는 완벽한 파츌리 향이 연상되지만 사실 파츌리보다는 그을린 나무와 타르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파츌리의 향이 확실히 존재하기에 소개해 본다. 파츌리 본연의 향처럼 젖은 흙 내음이 난다기보다는 연기에 훈제된 파츌리가 떠오르지만, 파츌리 특유의 어둡고 습한 기운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오히려 좋은 선택지 일지도 모른다.

 

사이사이에 가죽이 연상되는 동물적인 스모키함과 숯처럼 타들어 가는 나무에서 나오는 진득한 타르의 향이 난다. 약간의 바닐라로 마무리가 되는데, 향이 향인 만큼 마냥 달콤한 바닐라를 떠올린다면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

 

파츌리 본연의 향보다는 다른 우디/스모키 향과 잘 어우러진 파츌리 향이다.

 

 

 

2. 오직 파츌리만, 파츌리 단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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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소개할 향은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파츌리’이다.

 

이름에서부터 정직한 기운이 느껴지듯이, 파츌리 단일노트로 이루어진 향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공식 홈페이지에는 베르가못, 제라늄, 자스민 등 다른 노트들도 쓰여있지만, 파츌리 단일의 향이 강하게 나기에 사실상 단일 노트로 떠올리는 것 같다.

 

파츌리의 향이 강하게 나면서도 잘 정제된 느낌을 주는 게 이 향의 장점이다. 자칫하면 몸에 뿌리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게 축축한 야생의 향이 될 수도 있는데,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파츌리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흔히 파츌리하면 떠올리는 싸구려 히피 냄새가 아닌 더 고급스럽게 정제된 향이 난다.

 

야생의 흙과 나무를 가져다 집 안에 어울리게 정제한 느낌이랄까.

 

 

 

3. 히피들의 파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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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향은 조보이의 ‘사이키델릭’이다. 환각제라는 이름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다. 과거 히피들이 환각 상태에서 파츌리를 즐겼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은 향이다.

 

사이키델릭은 파츌리가 어마무시하게 느껴지는 향이다. 그렇다고 파츌리’만’ 느껴지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첫 향에는 약간의 시트러스와 꽃내음이 약하게 느껴진다. 곧바로 엄청난 양의 파츌리가 몰려와서 사실상 덮이지만 말이다. 이후 잔향까지 파츌리는 끝없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그 사이사이 다양한 향들이 올라온다.

 

가장 눈에 띄는 향은 바닐라와 앰버의 달콤함이다. 은근한 달콤함이 파츌리와 섞이면서 위스키에서 느껴질 법한 씁쓸한 다크 초콜렛을 연상시킨다. 정말 파츌리 폭탄인 향이라 호불호가 엄청 날 것으로 생각되지만, 취향에만 맞는다면 이만한 파츌리 향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흙 향이 굉장히 많이 나기 때문에 흙 내음을 찾던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물론 잔향으로 갈수록 바닐라와 섞이며 달콤함이 올라오지만 향의 기본 뼈대는 파츌리이기에 흙 향도 끝까지 지속된다.

 

이렇게 세 가지 파츌리 향을 소개했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한의학을 통해 약재료를 자주 접하던 한국인들의 특성상, 파츌리에서 한약방 혹은 약재 베이스의 소화제나 강장제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찬찬히 시향을 해보면 엄밀히 다른 향임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첫인상이 별로였어도 꼭 시간을 들여 향을 느껴보길 추천한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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