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안전한' 나아감 - 2023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 페스티벌

깊은 이해로 비롯되는 '안전한' 확장
글 입력 2023.08.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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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신체의 확장'이라는 주제로 지난 10일부터 22일까지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네마프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신체의 확장과 그 때문에 비롯되는 불안전함을 다뤘다. 과학기술 문명은 분명 우리가 활용가능한 신체의 범위를 확장시켜주었으나, 그 문명이 항상 인류를 더 발전시키고 풍요롭게 해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놀랍지 않게도 발전하는 과학 기술을 가장 빨리 받아들이는 곳은 방산 분야다. 지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사용된 드론과 첨단무기는 기술 발명의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더 효과적으로 인류를 말살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기술 발달이 우리에게 풍유로움과 편암함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방향의 신체의 확장이다. 

 

현재 무섭도록 발전하고 있는 가상공간에 관한 기술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작년 2월 11살의 아동이 네이버의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에서 만난 사람에게 성착취 및 성범죄를 당한 사례가 이미 발생했지만, 현행범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피의자는 물론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시 아무런 처벌이나 조치 없이 사건이 흐지부지 된 바 있다. 

 

'안전한' 신체의 확장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라는 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런 논의 없이 발전하는 기술이 인류에게 편안함과 풍요로움만을 가져다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과거에 겪어왔던 역사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재난을 통해 깨달았으므로.

 

그리고 네마프의 '대안영상예술'은 '안전한 신체의 확장'의 방법으로 숨가쁘게 흘러가는 자본의 방향을 역행하여 지금 우리가 속한 시공간을 마음 깊이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나아감


 

13일 상영된 '한국 부문1:연결'은 <퀸의 뜨개질>, <더 다이버스>, <헤르마프로 디토스 돌기신화-드리밍 클럽>, < MOSAIC >, <순간이동> 총 5개의 단편을 포함한다. '안전한' 확장이란 지금 현재의 시공간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한국 부문1:연결'의 작품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작가가 인식하고 있는 현재의 시공간을 다루며, 현재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지만 비로소 비롯될 수 있는 안전한 확장에 대한 방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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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이버스>는 우리에게 강남스타일이라는 히트곡을 만들어낸 공간이자, 강남역 살인사건이라는 사회적으로 치유되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한 공간이라는 다층의 이미지로 중첩된 '강남역'을 시작으로 전력 질주하는 인물을 담고 있다. 수많은 인파 사이를 전력질주하는 인물을 올림픽 경기를 중계 하듯 상공에서 보여주는 연출은 홀로 뛰고 있는 인물 만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중첩된 채로 고여있는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객체'가 아닌, 그 사회에 혼란와 무질서를 불러일으키는 '주체'가 되는 방식을 통해 우리는 '나아감'을 경험한다. 이를 작가는 '강남역 한복판에 난입한 다이버들에 의해 뚫리는 사회적 수압'이라고 명명했다. 

 

<순간이동>은 서로 다른 공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아시아를 살아가는 20대 여성으로써 겪는 차별과 혐오의 경험을 공유하는 4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증강현실의 발전된 기술을 통해 서로의 일상과 공간을 가깝게 경험할 수 있게된 한국의 키티와 토미, 그리고 일본의 미아와 엠마는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친구가 된다. 비록 그 얼굴도 목소리도 모른채 사이버로 만들어진 캐릭터 아바타를 통한 관계에 불과하지만, 그 경험에서 비롯되는 우정과 연대가 바로 작가가 생각하는 기술 발전으로 이뤄낸 '안전한' 신체의 확장임과 동시에 바람직한 '나아감'의 방향일 것이다.

 

 

 

'안전함'과 '발전'의 공존


 

과학기술의 윤리성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다. 최전방의 새로운 과학기술을 만들어내는 과학자들이 과연 기술의 파급력과 그에 수반되는 윤리 문제에 고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지금껏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가져온 일들을 고려한다면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기는 어려워보인다.

 

안전함에는 인간을 인간답게 머물수 있게 하는 것을 포함한다. 네마프가 안전한 신체의 확장에 주목하는 것 역시 인간이 인간으로서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신체(전통적이고 배타적인 의미의 신체가 아니라하더라도)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때론 그런 윤리적이고 인문학적인 문제를 뒷전으로 한 채 달려나가곤 한다. 네마프는 이런 환경에서 조금이나마 그 발전 속도를 늦추고 기술 발전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에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며 자본의 시공간을 역행하는 수단으로 예술이 기능한다고 역설한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의 기술 발전을 경험하고 있는 만큼 네마프가 주장하는 '안전함'을 그 어느때보다도 많이 고려해야 한다. 소외되는 계층은 없는지, 사회가 겪었던 재난들로부터 구성원들은 얼마나 회복되었는지, '어쩔 수 없다'는 명목 아래 미처 다 낫지 않은 상처를 대강 덮어놓은 것은 아닌지, '안전한' 확장을 위해서 고려되어야 할 수많은 인간다움이 그저 '발전'이라는 이름 앞에 한낱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네마프를 통해 전달받게 되어 안도감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꼈다. 나 혼자만의 우려는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여전히 다수가 주목하는 논의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씁쓸함.

 

그럼에도, <순간이동>의 네 명의 여성들처럼 암담한 현실을 비관하거나, 냉소하지 않고 연대를 통한 '나아감'을 지속할 것이라는 다짐으로 이번 네마프 감상을 마쳐본다. 

  

 

[국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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