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운의 시대 속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외침 – 뮤지컬 ‘곤 투모로우’

갑신정변, 그 이후의 이야기
글 입력 2023.08.2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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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뮤지컬 곤투모로우 포스터 [제공=PAGE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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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내용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좋은 시대극은 과거의 시대에 일어난 사건을 무대 위에 극화하는 방식으로 기록하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메시지와 교훈을 전한다. 과거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열거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서, 극의 주제의식을 통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에 대한 일깨움을 준다.

 

국내 창작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갑신정변부터 한일 합병까지의 역사를 그리며, 시대의 광풍 속에서 분투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국가를 위해 간절한 꿈을 열망해 온 개인을 조명한다.

 

외세 갈등과 사회 격변의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국가를 향해 고군분투를 멈추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힘쓰고 있는 이들의 신념을 떠올리게 한다.

 

<곤 투모로우>는 2016년의 초연에 이어, 올해 8월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세 번째 프로덕션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김옥균 역에 배우 강필석, 최재웅, 고훈정, 조형균, 한정훈 역에 배우 김재범, 신성민, 백형훈, 윤소호가 출연을 결정지었다. 그리고 배우 고영빈, 박영수, 김준수가 고종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다.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역사 속 실제 사건을 다루면서도, 픽션과 각색을 더해 스토리의 흥미와 긴박감을 높였다. 근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의 움직임, 그 격렬한 소용돌이 속에 휩싸인 인물들의 고난과 내면이 무대 위에서 생생히 그려진다.

 

 


촘촘한 인물 서사와 세련된 무대 연출이 돋보이는 시대극


 

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8 [제공=PAGE1].jpg

 

 

1884년, 김옥균을 비롯한 개화파 지식인들이 조선의 근대화와 청나라로부터의 독립을 목표로 삼고 갑신정변을 일으키는 것에서 이야기의 막이 오른다. 그러나 청군의 개입과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음을 이유로 개혁 운동은 3일 만에 막을 내리고, 김옥균은 정변의 실패로 인해 도망치듯 일본으로 망명하기에 이른다.

 

조국의 개혁을 위한 혁명을 꿈꿨지만 역적이 된 김옥균과 그를 암살하려 하는 권력 잃은 왕 고종, 그리고 김옥균의 뜻을 이어 조선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게 되는 청년 한정훈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한정훈은 김옥균을 실제로 암살했던 실존 인물 홍종우를 일부 투영한 등장인물로, 김옥균을 암살하라는 왕명을 받고 위장해 접근하지만 그의 사상과 신념을 존경하게 되면서 개혁의 뜻을 받들게 된다.

 

뚜렷한 등장인물 설정을 통해 세 사람의 갈등과 감정선을 촘촘히 풀어낸다. 좌절 속에서도 굳은 의지를 잃지 않는 김옥균, 그리고 절망감에 휩싸여 울부짖는 유약하고 무력한 고종의 모습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더불어 조심스러운 태도로 김옥균 곁을 맴돌던 범상한 청년 한정훈이, 무너져가는 조국을 살리기 위해 뜨겁고 치열하게 일을 꾀하는 혁명가로 변화하는 모습은 울림을 준다.

 

인물 간의 서사를 탁월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세련된 무대 및 장면 연출로 이입의 극대화를 돕는다. 시대극에서는 보기 드문 누아르풍 액션과 스타일리시한 조명 연출이 눈에 띈다.

 

특히 과거 상황으로 돌아가는 리와인드 신 및 결투 신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군무와 조명 연출을 통해, 현장감을 느끼게 하고 작중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시대 배경은 과거 조선이지만, 무대 장치 및 스크린을 현대적으로 활용하며 매력을 더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당당히 숨 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6 [제공=PAGE1].jpg


 

언젠가 그 사람을 만나려나

내 가슴 불꽃을 깨워줄 그 이름

빛나는 아침을 함께할 그날이

언젠가 오려나 그날이 오려나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뮤지컬 넘버와 훌륭한 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극의 특장점이다. 김옥균, 한정훈, 고종 세 명의 주연을 비롯해 조연들 및 앙상블까지, 배우들의 열창과 조화로운 호흡을 통해 가사에 담긴 가치와 오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갈 수 없는 나라’와 ‘조선의 붕괴’라는 넘버에서 절실히 바랐지만 이룰 수 없었던 꿈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절절하게 그려진다. 조선이 조선으로 완전한 나라 그리고 사람이 사람으로 당당한 나라를 주창하며, 민중이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던 인물들의 간절함이 감명을 준다.

 

특히 한일 합병 조약 체결 직후, 무너져 가는 세상에 대해 한 맺힌 울분을 토하며 “그 나라가 이리도 갈 수 없는 나라입니까”라고 외치던 한정훈의 모습이 뇌리에 깊게 박힌다. 그는 조국을 향한 처절한 외침 후에, 이내 자신의 손과 총을 붕대로 단단히 묶고 세 발의 총성을 울린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 총을 놓지 않겠다는 그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일 때, 감동이 배가 되어 밀려온다.

 

이처럼 <곤 투모로우>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고 시대가 몰라보게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노래한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과 희망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여전히 가치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숨 쉴 수 있도록 신념을 지키고 행하는 이들의 굳건한 기개와 용기를 떠올려 본다.

 

 

 

박지연_컬쳐리스트 태그.jpg

 

 

[박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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