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이 먼저 됩시다 - 이숲우화, 짐승의 세계

당신은 인간인가요?
글 입력 2023.08.2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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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세상에서


 

지난주 토요일, 내가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러 홍대에 가는 날이었다.

 

때마침 홍대 근처에 있는 산울림 소극장에서 흥미로운 부조리극 <이숲우화, 짐승의 세계>을 선보인다길래,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담소를 나누었다.

 

극의 서막에는 작가 이솝이 등장하여, 성공한 작가 이솝이 북토크를 진행한다. 작가는 이솝우화를 모티브로 삼아 에피소드를 한 차례씩 소개하며 우리를 극으로 끌어들인다.

 

여우와 두루미, 개미와 베짱이, 토끼와 거북이, 달에 간 까마귀 이야기 총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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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극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솝우화를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 군상에 빗대었다. 교훈적인 원작을 비틀고 꼬집으며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물론 여기서 불편함이란 긍정적인 의미로, 이숲우화는 내면의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고 성찰하게 하였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달에 간 까마귀'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극 중 예술혼에 불타는 연출가는 곁에 있는 배우들을 괴롭게 만들며 난해한 까마귀 연기를 시킨다.

 

대본은 오직 '까아아아악, 까악, 깍' 의성어로 구성되어 있다. 배우와 하물며 관객조차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연출가는 혼자서 대만족을 한다. 이보다 더 완벽한 대본은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연출가의 모습에서 과거의 내 모습이 보였다. 예술가 놀이에 심취해서 현실적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내 모습. 당시 애써 현실을 외면했지만, 내면의 눈은 선명한 진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향기가 꽃피는 세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향했지만, 연극이 끝나고 지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의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이 세상 속 어리석은 짐승들이 사는 숲 속 이야기를 보며, 나 역시 한 마리의 어리석은 짐승은 아닌지 돌아보았다.


요즘 세상이 너무나 흉흉하다. 뉴스를 틀어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심지어 나조차도 예상치 못한 이런저런 일들을 겪다 보니 정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짐승들의 세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인간과 짐승을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 경계를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비록 어두컴컴한 세상이지만 여전히 빛이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다. 각자도생의 세상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함께라는 사실을 믿고, 내 작고 여린 빛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최근에 플레이리스트를 듣다가 발견한 심규선의 노래 '피어나'가 이러한 내 마음을 잘 대변해준다.

 

"이 세상이 더 이상 낙원이 아니라도 꽃은 피어나. 매일 아프고 두려운 일들에 짓밟혀도 꽃은 피어나." - 심규선 노래, 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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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어린 시절 파랑새를 믿던 순수함은 사라졌을지라도, 내 안의 작은 꽃씨를 움 틔우고 세상에 흩뿌리는 꿈만큼은 끝내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짐승이 아닌 인간이기에, 이숲우화의 결말은 반드시 해피엔딩일 것이다. 나의 이야기도, 당신의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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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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