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절망적인 시대 속 간절한 몸부림 : 뮤지컬 곤 투모로우 [공연]

글 입력 2023.08.20 11:2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230819_222304045_01.jpg

 

 

역사극은 다른 픽션 장르처럼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하지만 불과 몇백 년 전, 혹은 그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전의 이야기라는 것은 꽤 놀랍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을 다룬 수많은 장르의 작품들도 그러하다. 그저 한 영웅의 일대기처럼 다가오다가도, 결국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이들 또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갑신정변부터 일제강점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실제 인물인 김옥균과 고종, 여러 친일파 인사를 모티브로 한 이완 (아마 이완용을 주 모티브로 삼았을 듯하다), 그리고 김옥균을 사살한 실제 인물 홍종우 뒤 가상 인물로 설정한 캐릭터 정훈.

 

이 인물들은 철저히 약소국이었고 거기에 더해 점차 패망의 길을 걸어가는 조선 속에서 각기 다른 성격과 행보를 보였고, 나는 이 지점을 주목해서 보고 싶다. 물론 뮤지컬 속 실존 인물들은 여러 논란과 역사적 시간이 존재하므로 무조건 착하거나 악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우선 나는 뮤지컬 속 보이는 성격에만 집중하도록 할 것이다.

 


KakaoTalk_20230819_222304045_02.jpg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가까워 보이는 상황 속에서 인간은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제 이익을 우선시하거나, 혹은 제 이익을 희생하여 더 큰 목적을 도모하는 것. 그것이 나라를 팔아먹으려 했던 이들과 나라를 지키려 했던 이들의 큰 차이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곤 투모로우> 속 이완과 옥균 사이 절대 좁혀지지 않을 하나의 간극이기도 하다. 제 생존과 이익 앞에서 나라와 국민은 철저히 부차적인 요소인 이완, 그리고 나라를 제 목숨보다 우선시할 정도로 사랑하는 옥균.

 


KakaoTalk_20230819_222304045_03.jpg

 

 

양극단에 서 있는 두 인물 사이에서 흔들리는 나머지 두 인물은 정훈과 고종이다.


정훈은 힘이 없는 국가를 사랑할 수 없었고, 약소국이라는 처지가 변화할 수 없을 것이라는 체념을 안고 외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옥균을 암살하라는 밀명과 함께 옥균의 앞에 선 정훈은 옥균의 변치 않는 신념을 직접 확인하며 그에게 감화되기 시작한다.

 

정훈이 자신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옥균은 오히려 자신을 죽여 고종의 신뢰를 얻고 제 뜻을 이어 나가 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정훈은 옥균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약속하며 옥균을 사살하고, 옥균 대신 조선으로 돌아가 친일파 인사들을 암살하고 헤이그 특사 파견 계획을 이어 나간다.


반면 고종은 옥균과 정훈의 계획을 도와주다가도 번번이 생존과 폐위의 두려움에 그들을 배신하는 인물이다. 오히려 이완의 계획을 한 수 앞서 예측할 정도로 총명한 인물이지만, 그의 나약함이 자신과 다른 이들, 그리고 조선의 발목까지 붙잡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절망적으로 드러난다.

 

그렇게 서로의 방향이 엇갈리는 지점, 서로의 결말과 나라의 끝이 보이는 지점에서 정훈과 고종은 다시 대면한다. 정훈은 자신과 동료들을 배신한 고종을 원망하고, 고종은 옥균의 모습을 정훈에 투영하며 자신을 배신한 옥균을 원망한다.

 


KakaoTalk_20230819_222304045_04.jpg

 

 

그렇게 시대에 휩쓸리던 두 약자가 서로를 원망하던 중 고종은 정훈을 죽이라 명령하고, 정훈은 자신을 죽이려는 이들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고종은 결국 폐위되고, 정훈은 사살된다. 그리고 한일병합조약으로 결국 조선이 일본의 손아귀에 넘어가며 절망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가 말해주는 필연적인 결말이었기에 더욱 절망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그 시대가 실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운 사회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 시대가 실제 있었던 과거의 일이었던 이상 우리는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토록 절망적이고 무력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정의를 바로잡고 나라와 국민을 구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인 것일까?

 

지금의 우리는 나라를 위해 제 목숨까지 바치는 그 행위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빛과 희망이 쉽사리 보이지 않던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선택이 마냥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패가 눈에 뻔히 보이는 결말에 어찌 가볍게 뛰어들 수 있겠는가.

 


KakaoTalk_20230819_222523705.jpg

 

 

하지만 옥균의 변치 않는 신념이 정훈을 설득한 것처럼, 그들의 치열한 노력이 또 다른 이들의 노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나라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그들을, 그리고 그들의 노력을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정신이 되어 있었다. 절망 속에서의 그들의 몸부림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미래는 기필코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곤 투모로우>의 결말은 비극적이어도, 그 뒤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듯이.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민성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7.21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