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앎의 즐거움

글 입력 2023.08.1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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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나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새로운 무언가를 알아가고 그것을 깊게 파는 것을 좋아한다.


그 시작은 호기심에서부터였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새 교과서를 받으면 어떤 내용이 있을지 쭉 읽어보는 것, 대학교에 와서도 시간표를 짜기 위해 각 과목의 커리큘럼부터 확인하는 것, 그것이 내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얻어걸리는 다큐멘터리나 교양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공부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요즘은 그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지나치듯 볼 때도 ‘아, 저기에는 저런 이야기가 있었지’하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즐거움. 이뿐만 아니라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요소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주의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를 처음 깨닫게 되었을 때는 고등학교 때 ‘법과 정치’ 과목을 공부하면서였다. 수능 공부의 일환이었지만, 우리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정보들을 배울 수 있는 아주 실용적인 과목이었다. 각 나라의 정치 제도는 어떠하고, 우리나라의 선거 제도와 의회, 지방 자치는 어떤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처음 들을 때는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뉴스에서 보이는 순간 처음으로 뉴스를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일정한 틀이 있는 초, 중, 고등학교의 교육과 달리 대학교는 내가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한 장점이다. 게다가 훨씬 더 특정 주제에 관해 깊고 전문적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나로서는 가장 즐거웠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 외에도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쓰고 문화초대를 통해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는 경험을 하였고, 영어 과외를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의 영어 지문들을 읽어볼 수 있었다.


그렇게 넓고 깊게 파낸 내 지식의 샘을 또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었던 시기는 최근 다녀온 유럽 여행에서였다. 낯선 타지일수록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더욱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겉보기에는 건축물과 예술품에 불과한 것들에 직접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적인 가치를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를 파악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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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를 통해 읽게 된 <미드나잇 뮤지엄 : 파리>에는 ‘모나리자’와 마주 보고 있는 작품 ‘가나의 혼인 잔치’의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몰랐다면 나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이 작품을 지나쳐 ‘모나리자’를 보러 갔을지도 모르지만, 모두의 시선이 ‘모나리자’를 향해 있을 때 나는 뒤를 돌아 ‘가나의 혼인 잔치’를 보고 있었다.

 

책에서 표현하듯 모두가 등지고 있는 비운의 작품이었지만, 자그마한 ‘모나리자’와 다르게 ‘가나의 혼인 잔치’가 주는 스케일은 상당하다. 선명하게 그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해도 드문드문 중요한 요소들이 보이는 것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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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템즈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가다 보면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이 보인다. 셰익스피어가 공연 활동을 한 극장이자 3면이 객석으로 둘러싸인 돌출무대라는 특징, 신분 차이에 따른 좌석 구분 등 그 시대 극장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 외관만 스쳐 지나가듯 보았지만, 시험공부를 하며 머릿속에 똑똑히 기억해둔 덕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나에게 뿌듯함으로 남기도 하였다.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는 과정은 이렇듯 나중에는 큰 즐거움과 뿌듯함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공부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여전히 수많은 분야 속에서 수없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공부보다는 돈을 버는 실용적인 활동이 더 중요해진 시대라는 것, 그리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 넓어지면서 오히려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식을 자산으로 삼아 정확한 정보를 널리 알리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앎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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