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2023 산울림 고전극장 - 팜 파탈; 가려져 버린

글 입력 2023.08.0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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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jpg

 

 

오랫동안 대중이 알았던

혹은 몰랐던 혹은 잘못 알았던 이야기


‘그 여자는 정말 치명적이야’

 

 

이 작품은 순전히 이번 산울림 고전극장의 주제에 의해 시작되었다.

 

고전극장의 주제를 보고 이야기의 기원이 궁금해진 우리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장 앞선 시대의 이야기 혹은 거대 서사의 신화 중에서도 시초격이라 불릴 만큼 아주 오래된 신화 혹은 현재 익숙하게 알려진 이야기, 그 이야기의 근원이 되었던 원래 이야기 등을 찾아봤다.

 

그 과정에서 지금도 꾸준히 인기인 고전 중의 고전 ‘그리스 신화’의 시초인 ‘수메르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남무’와 ‘인안나’, 또 인류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로 꼽히는 성경의 대표적인 선악과 사건 이전에 숨겨져 있던 주인공 ‘릴리트’,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여러 매체에서 수없이 재생산되어 온 악역 ‘메두사’의 반전 비화, 마지막으로 지금의 시대정신과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그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전설의 종족 ‘아마조네스’의 여왕 ‘펜테실레이아’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왜 이 이야기와 존재들을 몰랐을까. 우리는 왜 이 이야기와 존재들을 잘 몰랐을까. 우리는 왜 이 이야기와 존재들을 제대로 몰랐을까. 우리가 찾은 이야기에는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 여성들을 묘사할 때는 늘 아름다움이 있고, 이 여성들을 표현하거나 평가하는 데에는 팜 파탈과 페미니즘이 자주 등장했다.


‘팜 파탈(femme fatale)’의 뜻은 보통 ‘남성들에게 치명적인 여성’이라고 하며, 다른 말로 정리하면 ‘남성을 파멸의 길로 몰고 갈 만큼 매력적인 여성’이라고도 한다. 그들의 평가가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포착한 시선에는 공통적인 죽음의 이미지가 그녀들에게 있었다. 그녀들이 직·간접적으로 죽음에 닿아있던 건 맞기 때문에, ‘치명적’이라는 그들의 평가가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의문이 든다. 그녀들이 남성을 파멸의 길로 몰고 갔을지언정, 이 세상을 파멸의 길로 몰고 간 건 아닌데,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치명적일 만큼 매력적인 그녀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여태까지 몰랐을까?

 

그래서 우리는 진짜 이야기의 기원이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의 기원이자,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이야기의 기원이자, 우리가 알았던 고전 속 등장인물의 이면이자, 우리가 몰랐던 전설 속 이야기의 존재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또는 비의도적으로 역사에서 변질되거나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고전 문학 속에 남아있기도 했고, 그러지도 못했다. 그래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현대적 재해석의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 이르러서야 존재를 알리는 첫 발표의 시작이기도 하다.

 

 

 

시놉시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 <히든 죄수>


<히든 죄수>는 사람들의 ‘부정적 선입견’이라는 감옥에 갇힌 신화 속 죄수를 찾아 각자의 죄목을 밝히고 또 죄수들 나름의 이야기를 들어본 후 현재의 기준으로 판결을 내리는 신개념 심판대이다. <히든 죄수> 제작진은 매 회마다 죄수를 공정하게 심판할 심판관과 죄수를 선정하는데, 이번 회의 히든 죄수는 모두 살해죄를 가진, 네 명으로 구성되었다.


‘남편과 시누이 살해죄’라는 죄목을 가진 인안나, ‘도의적 살인죄’, 다른 말로 ‘우리 인간의 원죄 유발죄’라는 죄목이 붙은 릴리트, ‘무수한 살인죄’가 붙어있는 메두사, 그리고 ‘대량 학살죄’의 펜테실레이아이다.


죄수들은 차례로 살해죄를 스스로 인정하는지와 죄수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사연을 밝힌다. 서로의 사정을 듣게 된 죄수들은 점점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는 걸 넘어서 자신들의 살해 행위가 합당했음을 주장하며 시위하기 시작하는데.

 

 


플레이팩토리 우주공장



우주공장은 공연으로 하나의 우주를 창조함과 동시에 이를 본 관객에게서 파생되는 생각의 소우주를 환영합니다. 늘 “다양성”과 “다의성”을 지지하고, 파편화된 소우주가 또 다른 우주를 탄생시키길 바라며 소통을 시도하는 극 공장입니다.


우주공장의 어원 - ‘우주공장’은 다중우주론의 개념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우주’라는 무한의, 시공을 초월한, 공상적 이미지와 ‘공장’이라는 기계적, 생산적 이미지를 결합했습니다. 공장이 제품을 대량 생산시키는 곳이라는 인식처럼, 거대 우주인 공연을 접하는 순간,사람들의 머릿속엔 무수한 생각의 소우주가 필연적으로 파생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

 

 

 

2023 산울림 고전극장 소개


 

2013년, ‘소설, 연극으로 읽다’를 주제로 연극과 고전문학의 만남을 꾀하며 막을 올린 <산울림 고전극장>은 매년 가장 주목 받는 젊은 연출가, 신진단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산울림의 첫 레퍼토리 기획 프로그램입니다. 수준 높은 고전 작품들을 젊고 열정 있는 예술가들의 참신하고 다양한 언어로 좀 더 쉽고, 좀 더 감성적으로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자 기획되었습니다. 2013년 1월부터 시작되어 작년까지 총 50편의 작품이 공연되었으며, 문학과 연극의 만남으로 한국연극의 수준을 한껏 높이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2023년 <산울림 고전극장>의 주제는 “고전문학, 이야기의 기원을 찾아서”입니다. 문학 이전에 태초부터 존재해왔던 이야기들 (신화, 우화, 동화, 전통 민담과 설화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예술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올해 <산울림 고전극장>은 이러한 원형적 스토리텔링이 고전문학 속에 반영되는 양상을 살펴보고, 이것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 <산울림 고전극장>은 읽기 어려운 고전을 무대로 올리겠다는 <산울림 고전극장>의 기존 취지를 확장하여, 연계 전시회를 기획하였습니다. 전시회를 통해 문학과 시각 예술을 접목하여, 장르를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해드리고자 합니다.


- 매 공연 연출진과 배우, 스텝들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해 문학과 무대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 마포중앙도서관과 협업하여 공연과 연계하여 ‘강연회’를 진행합니다. 고전문학 속 신화와 전설, 민담, 우화, 동화 등 원형적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심도있게 살피는 강연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산울림 고전극장>은 100권과의 만남을 목표로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2023 산울림 고전극장_포스터_최종.jpg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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