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눈으로 느끼고 귀로 만나는 이루마의 세계 - 이루마 솔로 SOLO

글 입력 2023.07.3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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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피아노를 배워본 사람 중에 이루마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덧붙여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어도 이루마는 알거나 이루마를 몰라도 이루마의 곡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자명한다. 


나는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잠깐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단 한 번도 내 피아노 책에서 이루마의 곡을 본 적이 없다. 직접적으로 배운 적은 더더욱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학원에 가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그의 노래를 들었고, 나도 언젠가부터 그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이루마의 곡을 연주하는 언니들을 따라 어깨 너머 배웠던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알 법한 그의 곡으로는 Kiss The Rain, River flower in you, Chaconne 등이 있다. 그에 비해 유명하지는 않지만 Love Me라는 곡도 있는데, 이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이루마를 생각하면 피아노 곡 작곡가, 피아니스트 정도로만 생각하곤 하는데, 그는 가수의 노래를 작곡하거나 영화나 드라마의 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많은 음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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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마 SOLO ORIGINAL>은 이루마의 앨범 솔로SOLO의 악보집이다.

 

솔로SOLO는 2021년에 발표한 앨범인데, 이번에 그것의 악보집을 내게 되었다. 워낙 유명한 음악들이다 보니 쉬운 버전이나 약간의 변형을 한 악보들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앨범 속 원곡 그대로를 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내가 어린 시절 연주한 것이나 유튜브 연주 영상들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각 악보를 볼 때 연주 영상을 틀어서 눈과 귀를 동시에 활용했는데, 약간의 다른 포인트들을 발견하는, 나름의 묘미가 있었다.


이 악보집에는 앞서 이야기했던 Kiss The Rain, River flower in you를 포함하여 14곡이 담겨 있다. 지금의 나는 악보 보는 방법을 많이 잊어버려서 피아노가 있더라고 이것을 연주할 수 없을 것이지만, 악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그 소리가 들리는 경험을 했다. 이루마의 곡을 그만큼 많이 접했기 때문이리라 짐작한다.


악보를 보면서 몇몇 곡은 비교적으로 쉬워서 허밍을 하듯 허공에 연주하는 시늉을 해보기도 했다. 최근에 악기 하나를 새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다시 피아노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많은 악기 중에서 한국 학생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건 리코더고, 그 다음은 피아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에 포도나 나무 위 열매를 그려가며 피아노를 배울 때는 그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곤 했다. 나는 <피아노 명곡집>이라고 해서 슈베르트나 베토벤, 모차르트 등의 음악이 담긴 책을 배우다 그만두었다.

 

이번에 이루마의 악보집을 보면서 ‘조금 더 현대적인 음악가들의 곡을 배웠더라면 더 재미있게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을까’에 대한 상상을 해 보았다. 처음에는 왠지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가 금세 그만두었다. 나의 생각이 너무 오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피아니스트들은 때로는 악보 그대로, 때로는 각자가 해석하여, 때로는 최대한 작곡가의 의도에 맞게 등 여러 방법으로 다양한 시도와 엄청난 노력을 하면서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는가. 그것을 배우면서 나도 얼마든지 힘을 쏟아볼 수 있었을 터인데, 그때의 내가 안 한 거였다. 그런 반성을 잠깐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루마의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만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감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Kiss The Rain은 슬픈 영상이나 피아노곡 asmr 등에서 자주 보곤 했다. 하나의 노래가 비단 하나의 감성만을 담고 있는 게 아니라 완전 상반된 감성을 담기도 한다는 게 참으로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음악은 사람에게 정말 큰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유일하게 허용한 마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가령 가요는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하나의 세계를 열 수 있게 하고, 가사가 없는 곡들은 저마다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한다.


이루마는 그 일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의 감성으로 굳건하게 세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이루마가 시대를 거스르며 남녀노소에게 사랑 받는 것은 그런 이유 같다.


음악은 주로 귀로 감상하지만, 악보를 함께 보며 향유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원곡을 그대로 살려낸 만큼 이루마의 감성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는 악보집이라 더욱 그렇다. 한동안은 이 악보집을 따라 이루마의 음악을 들어보아야겠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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