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보통의 한국인으로 살아남는 법 -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

글 입력 2023.07.2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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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도대체 왜 이럴까


 

해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인다. 여름의 문을 여는 서울국제도서전.

 

다양한 출판물을 소개하는 도서전에서 놓치면 안 되는 섹션이 있다. 바로 독립출판을 만나볼 수 있는 섹션. 올해도 흥미로운 독립출판물이 가득한 가운데, 뜨거운 열기로 전량 품절이 되고만 책이 있다.

 

희석 작가의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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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지역, 타 국가, 나아가 지구를 넘어 우주의 낯선 이에게 보내는 글은 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정보를 전할 수 없을 때, 우리를 대표하는 아주 핵심적이 이야기만을 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작가는 지구 중에서도 우리가 땅을 딛고 살아가는 한국이라는 국가에 이야기를 더욱 한정 짓는다.

 

사실 그간 한국에 대한 가이드북은 많이 존재했다. 한국을 처음 찾는, 여행을 위해 한국에 들어선 여행자를 위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한 책들은 한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와 한국이라는 나라의 매력을 작은 폰트로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대상이 지구 밖 낯선 이가 된다면? 한국을 좋은 나라로 홍보하는 목적이 아닌, 정말 있는 그대로의 한국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한국, 한국. 매일을 살아감에도 이곳은 어떠하다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곳. 결국엔 한국은 대체 왜 이럴까 한탄으로 끝나고 마는 한국살이.

 

작가는 그 안에 얽힌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보통의 한국인 되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책장을 넘겨 목차를 보는 순간 바로 드러난다.

 

 

1장: 기본 정체성

 

한국 남자로 시작하기

서울, 서울, 또 서울

학벌주의 찬양하기

부동산에 영혼 걸기

 


이 목차들만 보아도 감이 온다.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들. 삶을 살아가는 게 게임과 같다면, 한국살이의 기본 세팅 값 같은 게 아닐까. 이어진 목차는 한층 더 한숨이 나오는데, 그게 곧 한국의 현주소 그 자체다.

 

 

2장: 삶을 대하는 태도

 

장애인을 외면하기

성차별을 찬성하기

노 키즈 존 운영하기

성소수자 배척하기

 


이러한 큰 틀 아래, 작가는 보통의 한국인이 되는 법을 말한다.

 

남성으로 태어나 가부장제를 답습하고, 사회적 소수자에 관한 모든 이슈에 무관심하고, 유난 떨지 말라는 말을 달고 살기.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교를 졸업해 대기업에 취업하고, 부동산 투자에 목숨을 걸고, 운 좋게 가진 것을 당연히 여기고 살기.

 

보통의 한국인은 머리 아픈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다. ‘차별주의자다, 속물적이다’ 뒤에서 들려오는 말만 가볍게 무시하면 쉽게 살 수 있는 사람이다. 기득권에 기대, 각종 특권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사람. 다른 것은 이상한 것으로 치부하고, 들리지 않는 척, 못 본 척, 어쩌면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단호하게 보통의 한국인이 되는 법을 말하는 이야기에 공감이 가면서도 어쩌면 이게 가장 쉽게 사는 법, 스트레스 받지 않는 법일지 모른단 생각도 들었다. 인권과 정의, 공존과 평화는 애당초 당연하지 않고, 간신히 바라야 올까 말까 한 것인데, 지지부진한 싸움을 하기로 다짐해야 하니 말이다.

 

 

 

극한의 한국에서 살아남기


 

이러한 무력감이 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찾고 기대한다는 데에 안심이 되기도 한다. 보통의 한국인이 되면 쉽게 살 수 있음에도, 보통의 한국인이 되지 않기 위해 굳이 힘든 길을 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너무 머나먼 길일지라도 말이다.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은 사실 우주인을 위한 가이드북이 아닐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 한국을 살아가는 한국인을 위한 생존 가이드일지 모른다.

 

이 책 속 이야기에 공감하고, 불편함을 느끼고, 더 공부하고 알아보고 싶어졌다면,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면 작가의 가이드는 성공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여행은 가이드의 안내가 끝난 후, 내딛는 발걸음으로 시작되는 법이다.

 

책장을 덮고 진정 살아갈 만한, 살아가고 싶은 한국이 되기까지 함께 걸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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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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