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낌없는 마음엔 총량의 제한이 있는걸까. [동물]

함께하는 이 시간들을 기억하기
글 입력 2023.04.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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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만두가 처음 오던 날


 

8살의 나와 언니는 동물을 매우 예뻐하던 자매였다. 그중에서 특히 강아지를 정말 귀여워했는데, 엄마는 털 빠짐 문제와 어린 나이에 한 생명을 진심으로 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완강히 반대하셨다. 당시 초. 중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꽤 꿋꿋한 태도를 보여줬다.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에 대한 허락을 받기 위해 털 빠짐이 적은 강아지의 품종과 훈련법을 언니와 함께 공부했고, 강아지와 함께하게 된 이후 우리의 목표를 A2 종이에 아기자기하게 적어놓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엄마의 입장은 흔들리지 않았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던 시기까지 마음 한편에 접어두며 지냈었다.


이런 모습을 오래 지켜보셨던 아빠는 지인분을 통해 말티즈 한 마리를 데려올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전하시며, 2013년 10월 3일 첫째 동생을 데리러 가자고 하셨다. 언니와 나는 그 아이의 이름을 짓기 위해 일주일 동안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결국에는 뽀얗고, 만두 같은 얼굴형을 본 뒤, '만두'라고 그 아이를 부르기 시작했고, 태어난 지 10개월 된 아이를 새로운 환경에 안전히 적응 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첫째, 만두가 처음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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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동생을 처음 만난 날


 

둘째 동생 '감자'를 처음 만나게 되었던 건, 맞벌이 가정의 중. 고등학생 자녀들이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집에 있는 시간만큼은 외롭지 않게 해주기 위해 산책, 놀아주기도 열심히 했지만, 첫째 만두가 혼자 있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며 외로움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속 고민하던 우리는 보호센터에서 두 번째 가족을 입양하게되었다.


둘째 동생의 이름은 부모님이 지으셨는데, 갈색 푸들이라는 이유로 자두, 쿠키, 감자, 초코 등 비슷한 이름 후보들이 정말 많았다. 초반에는 자두와 감자 중에 결정을 하지 못해 일주일은 자두로 불렀고, 이후 이름의 어감과 음식 이름으로 지어야 오래 산다는 색다른 이유로 '감자'라고 불리게 되었다


집에 온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감자는 여러 마리의 아이들과 섞여 지내서인지 눈치도 많이 보고, 겁이 많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감자를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켜야 하는 것도 있었지만, 첫째 만두에게 공평한 애정을 주어야함과 동시에 만두, 감자의 관계 형성 또한 이루어져야 했기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2017년, 추정 나이 2, 3살의 감자가 우리와 함께 하게 되면서 우리 집 가족은 6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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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는 마음을 알려준 아이들


 

만두, 감자와 함께 지낸지 벌써 6년, 10년이 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귀여운 반려견들과 함께 추억을 쌓으면서 좌절하고 있을 때, 혹은 집에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느라 오랜만에 집에 왔을 때 등 다양한 감정 속에서 온전한 두 강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슬플 때면 옆에 와서 꼭 붙어있거나 눈물을 핥아주었고, 기쁠 때면 두 마리 모두 내 뒤를 총총 따라오며 웃어주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집에 올 때면, 열정적으로 꼬리를 흔들며 온 힘을 다해 반겨주었다. 이처럼 만두, 감자의 아낌없는 마음은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며 힘이 든 순간이 찾아올 때, (부모님에겐 죄송하지만) 둘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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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는 마음엔 총량의 제한이 있는 걸까


 

사람보다 6-7배 빠른 시간 속에서 우리 가족에게 아낌없는 마음을 주었던 두 강아지들은 어느새 동생이 아닌 중장년의 나이가 되어있었다. 최근 만두가 심한 기침 증상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애써 외면해왔던 시간의 흐름을 직면하게 되었고, 아낌없는 사랑과 마음에는 총량의 제한이 있는 것일까 씁쓸해졌다.

 

만두의 기침 증상은 심장 쪽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어 2주간 약을 먹은 뒤에도 차도가 없으면 정밀검사를 통해 확진을 받고, 평생 약을 먹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말해주셨다. 아직은 만두의 병명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를 계기로 이제는 내가 두 아이의 아낌없는 마음에 더 큰마음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추억을 쌓아온 두 아이들의 시간을 체감하며, 스스로도 고민이 많아졌다. 어떠한 만남이 이루어졌다면, 그 끝에는 이별 또한 존재하기에. 두 강아지가 나에게 보였던 온전한 마음처럼 나 또한 같이 누워있는 시간보다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는 일, 함께 산책을 다니며 좋은 날씨를 만끽하는 일, 더 많은 추억을 쌓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일을 아낌없이 해내고자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총량의 제한이 있다면 그 제한을 넘어 두 아이의 몫까지 내가 다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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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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