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나의 별에 왜 복수의 언어가 존재하는가 [드라마/예능]

드라마 <사일런트>가 묻는 ‘말’의 의미
글 입력 2023.11.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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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일본의 후지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일런트>는 도쿄의 대형 음반 판매점에서 일하는 아오바 츠무기가 청각 장애인이 된 첫사랑 사쿠라 소우와 재회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장애를 뛰어넘은 연결


 

소우는 학교를 졸업한 후 난청으로 청력을 잃게 되자 당시의 여자친구였던 츠무기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밤새 통화를 하는 것도, 이어폰을 나눠 끼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함께 듣는 것도 더는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갑자기 찾아온 장애와 장애인이 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소우는 츠무기를 비롯한 모든 친구와 연락을 끊고 잠적한다.

 

그러나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그와 마주친 츠무기는 듣지 못하게 된 소우와 대화하기 위해 바로 수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소우는 츠무기가 자기와 같은 농인이 아니라 청인과 함께 있으면 매번 불편하게 수어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여 츠무기를 떠나려 하지만, 소우와 대화할 수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소중했던 츠무기는 관계에서 또 한 번 도망치려는 그를 붙잡는다.

 

소우가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큰 변화였다. 소우의 예상대로 두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겨났고, 함께 할 수 없는 일도 전보다 많아졌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을 찾았다. 이전처럼 전화 통화를 하지 못하면 영상 통화를 켜놓고 수어로 대화를 하면 되었고, 과거에 줄곧 함께 듣곤 했던 밴드의 새 앨범을 듣지 못하면 함께 가사집을 읽으면 되었다.

 

츠무기와 소우 두 사람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하려는 의지였다. 평소에 수어로 의사소통하던 소우는 수어를 잘 모르는 츠무기를 위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앱과 메신저를 사용했고, 그동안 당연히 듣고 말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해왔던 츠무기는 소우와 얼굴을 마주 보고 제대로 대화하기 위해 학원에서 수어를 배웠다.

 

두 사람의 언어는 서로 달랐다. 그러나 상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궁금해하고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고 할 때, 소우의 장애는 두 사람의 사이를 가로막는 어떠한 방해물도 되지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두려움이 앞서 놓아버렸던 두 손을 결국 다시 마주 잡게 된다.

 

 

 

같은 언어, 다른 언어


 

생각해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넘어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일은 큰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상대방의 언어를 전혀 모르면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표정이나 손짓과 같은 모든 단서에 초집중해야 한다.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면 이러한 어려움을 피할 수 있는데,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단순히 특정 상황에서 상대방의 말을 추리하고 해석하는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번역기의 기능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이 언어를 직접 배우지 않고도 언어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번역기를 활용할 때마저도 시간이 지연되고 정확한 의미 전달이 어렵다는 데서 오는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만큼 소통의 의지가 강력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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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말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왜 생겨나 계속해서 존재하는가? 이 하나의 별에 왜 복수의 언어가 존재하는가? 어렸을 때의 나는 말이 느려 엄마가 무척 걱정하셨다고 한다. 그런 내게 가족들은 일단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내가 이렇게 말에 관한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것처럼 전하고픈 상대에 따라 그 마음에 따라 말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말이 생겨난 이유는 분명 마음이 향하는 사람과 이어지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어는 과연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성경에서는 세상에 다양한 언어가 존재하게 된 것을 하나님이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시고 그들이 소통하지 못하도록 서로의 언어를 다르게 만드셨다는 이야기로 설명한다. 그리고 이것과는 별개로 세상 각지에서 서로 다른 언어가 만들어지게 된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세상에 서로 다른 언어가 존재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소통의 측면에서 보면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이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우리는 진심이 없어도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지만, 진심이 없이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대화하지 못한다.

 

 

 

진심을 보여주는 일


 

지난 여름에 일본으로 여행을 갔던 것이 생각이 난다. 일본에 도착해 처음으로 간 식당에서 성공적으로 주문을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식당 주인은 주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내게 무언가를 덧붙여 물었다.

 

일본어를 잘 모르는 나는 그의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고, 당황스러워하는 나를 본 그는 손짓으로, 그것도 안 되니 나중에는 스마트폰의 번역기까지 동원해서 그 말을 설명해주었다. 알고 보니 그때 그가 내게 하려고 했던 말은 “음료와 식사를 같이 드릴까요?”였다.

 

분명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니 귀찮은 설명은 그만두고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서빙을 해줄 수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든 나의 의사를 묻기 위해, 그 사소한 말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5분이 넘도록 우리 테이블 앞에 서서 애써주었다.

 

이방인으로서 나는 그 노력과 의지가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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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목소리를 통해서든, 수어를 통해서든, 공책에 쓴 글을 통해서든, 번역기를 통해서든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말로써 누군가에게 자기의 생각과 마음을 전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는 일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내 마음을 당신의 언어로 들려주고 싶다는 애정의 표현이다.

 

그러니 지구상에 단 하나의 언어만이 남게 되는 날이 올 때까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소통은 앞으로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온 세상을 지배하는 편의와 효율의 논리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을 연결하고 진심을 나누는 데 아낌이 없는 아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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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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