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다렸던 그 봄이야. 뮤지컬 '비밀의 화원'

아직 별거 아닌 풍경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곧 만나게 될 걸
글 입력 2023.04.0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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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비밀의화원-포스터.jpg

 

 

 

“괜찮아, 우리의 마음속에 비밀의 화원을 가꾸자”


 

뮤지컬 [비밀의 화원]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설 [비밀의 화원]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보육원 아이들의 연극 놀이를 통해 소설 속 캐릭터들을 만나는 극중극 형태의 뮤지컬이다.

 

인도에서 부모에게 방치되었던 소녀 메리 레녹스가 황무지에서 친구들과 비밀의 화원을 가꾸면서 마음의 위로를 찾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극을 다 보고 나오면 마치 한편의 성장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뭔가 나도 변할 수 있을 것 같고, 다른 어떤 것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용기를 얻게 되는 기분이 들며, 청춘&성장 드라마를 다 보고 났을 때처럼 벅차고 설레는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1950년대 영국 요크셔의 성 안토니오 보육원. 곧 퇴소를 눈앞에 둔 네 명의 아이 에이미, 비글, 찰리, 데보라가 있다. 보육원에서는 반년에 한 번,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어른들이 방문하는 ‘오픈데이’가 열린다. 마지막 오픈데이를 하루 앞둔 날. 새로운 가족과 함께 행복해질 미래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찰리는 아무도 우리 같은 아이들을 원하지 않는다며 모두 헛된 일이라 말한다.

 

에이미는 침울해하는 친구들을 위해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고 제안하고, 오랫동안 읽어 다 낡고 해진 책 ‘비밀의 화원’을 집어 든다. 직접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책을 읽어보자고 말하는 에이미를 따라 아이들은 모두 한 명씩 배역을 맡고 이야기에 빠져든다. 소설 속 메리, 디콘, 콜린, 마사의 이야기와 보육원의 에이미, 비글, 찰리, 데보라의 현실이 이어지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오픈데이 날이 밝아오는데,,, - 시놉시스]

 

뮤지컬을 보고 난 후 평소에 즐겨 듣던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아이돌 그룹 ‘오마이걸’의 ‘비밀정원’과 ‘우주소녀’의 ‘우리의 정원’이라는 곡. 곡의 분위기는 물론 마치 뮤지컬 [비밀의 화원] 속 내용을 일부 담아둔 것 같은 가사도 등장하는데, 이 두 곡을 연달아 들으면 극 장면 장면이 기억 속에 스쳐 지나간다.

 

 

처음으로 너에게만 보여줄게 나를 따라 come with me bae 손을 잡아 you and me

내 안에 소중한 혼자만의 장소가 있어 아직은 별거 아닌 풍경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곧 만나게 될 걸

이 안에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거야 너의 비밀정원

 

- 오마이걸 비밀정원 中

 

 

기다렸던 그 봄이야. 우리의 정원으로 와

가끔은 비가 내리고 까만 밤이 찾아와 눈부신 내 맘을 가려도 다시 제 모습을 찾아 새로이 피어나

스쳐가는 계절 속에 우리 꽃을 피워. 지지 않는 세상 속 너와 나 여기 너와 나 우리의 정원으로 와

 

- 우주소녀 우리의 정원 中

 

 

오마이걸의 ‘비밀정원’은 극 중 아이들이 연극 놀이를 하는 책 ‘비밀의 화원’ 내용을 떠올리게 하며, 우주소녀의 ‘우리의 정원’은 뮤지컬 [비밀의 화원]의 전체적인 내용과 메시지를 떠올릴 수 있어 한 번씩 [비밀의 화원]이 어땠는지 내용과 감정을 기억하고 싶을 때, 이 두 곡을 연달아 들으면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립정동극장] 뮤지컬 비밀의화원 프레스콜 (9).jpg

 

 

 

“너희랑 그 책을 처음 읽었던 날은 마법 같았으니까.”


 

책 [비밀의 화원] 이야기를 가지고 연극 놀이를 하며 소설 속 캐릭터들을 만나는 극중극 형태의 뮤지컬이라 그런지, 무대도 한 편의 동화 속 장면을 옮겨 놓은 듯 화려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잘 표현한 것 같다. 특히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베일 속에 숨겨진 ‘비밀의 화원’을 무대에 구상하는 것이 관건일 것 같았는데, 그 부분을 잘 연출했던 것이 마음에 들었다.

 

기분 좋게 연극을 볼 수 있었던 연출 중 가장 큰 역할은 아마 ‘향기’이지 않을까 싶다. ‘비밀의 화원’을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극 중 ‘화원’ 속에 꽃들이 핀 장면이 등장할 때가 있는데, 그 순간 공연장이 은은한 꽃향기로 가득 채워진다. 마치 내가 실제로 비밀의 화원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어떤 순간이 향기로 기억되게 되면 비슷한 향을 맡아도 기억이 떠올라 그 순간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이 연극도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예전에도 정동극장에서 공연을 봤을 때 만족했던 것이 세션들이 무대에 올라 라이브로 연주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뮤지컬도 무대 한쪽에 세션이 위치해 극 내내 라이브로 연주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과 실제 연주하고 있는 세션들을 한 무대에서 같이 있으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생생함이 무대를 가득 채웠고, 그 기운이 관객에게도 전해져 극 자체를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연주하면서 세션들끼리 눈빛을 맞추고 배우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눈빛과 표정이 생생해서 더욱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보고 뭘 기대하라는 거야?”


 

4명의 배우들 모두 각각의 개성과 매력을 잘 보여주며 극을 이끌어 나갔지만, 그중 단연 눈에 들어왔던 배우는 찰리 & 콜린 크레이븐 역을 맡았던 ‘임진섭’이라는 배우였다.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기 전, 극 초반 즈음에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임진섭’ 배우가 한 소절을 부르자마자 귀를 사로잡았다.

 

음색과 성량은 물론 뮤지컬적인 발성까지 굉장히 잘 다듬어져 실력적으로 뛰어나고, 뮤지컬 장르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렇게 길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귀를 한 번에 사로잡아서인지 극이 이어지는 내내 ‘임진섭’ 배우에게 유독 눈길이 갔다.

 

역할 상 중후반까지 노래를 부른다거나 연기를 하는 모습을 상대적으로 덜 보여서 ‘좀 더 들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극을 끌어 나가는지 궁금한데’라는 생각을 중간중간 했는데, 중후반 이후 클라이맥스로 향할수록 점차 두드러지며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만큼의 만족을 얻었다. 초반에 눈에 띄었던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또한, 역할 자체가 세상을 살며 상처받아 어두워지고 날카로워진 모습, 책 ‘비밀의 화원’ 속 콜린의 모습, 어릴 적 밝았던 모습, 깨달음을 얻고 한층 성장한 모습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에 어색하지 않게 극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연기력이 뒷받침이 잘돼야 하는데, 그 부분 역시 잘 소화해냈다.

 

연기와 노래 실력까지 잘 갖추고 있어 미래가 더 기대되는 배우로 기억에 남았다.

 

뮤지컬 ‘비밀의 화원’ 김솔지 작가는 ‘모든 어른의 마음속에 있는 어린아이를 치유하는 이야기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속 정원에 장미가 가득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뮤지컬을 구상했다고 하는데, 마음속에 봄의 계절을 찾고 싶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한창 고민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너무 좋은 내용이라 가족 단위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봄 시즌에 맞춰 ‘봄’이라는 계절을 가득 머금고 싶은 사람들이 지금 보기 딱 좋은 뮤지컬이라 기회가 되면 한 번씩 보는 것을 추천한다.

 

 

[국립정동극장] 뮤지컬 비밀의화원 프레스콜 (7).jpg


 

 

곽미란.jpg

 

 

[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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