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세기 현대 미술의 발자취를 따라 - 전시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루드비히 미술관 전시를 만나다
글 입력 2023.04.05 12:1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포스터_최종_루드비히.jpg

 

20세기 현대 미술이란 ‘현대’라는 이름에도 어쩐지 가까우면서도 먼 느낌이다. 매 순간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의 사람들에게 어쩌면 20세기란 조금 먼 과거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양성과 개성을 바탕으로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던 당시의 작품들은 여전히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어떤 의미에선 지금보다 더 앞서간 미래 세대의 감성을 담고 있는 듯도 하다. 


독일 표현주의, 러시안 아방가르드, 초현실주의, 추상 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등 격변의 20세기 현대 미술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를 관람하고 왔다. 


 

 

루드비히 미술관,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이번 전시는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독일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의 컬렉션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였다. 20세기 모던 아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예술사조와 거장들의 작품들을 아우르는 ‘루드비히 미술관’은 세계에서 세 번째, 유럽에서는 가장 큰 피카소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루드비히 미술관의 설립 배경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 격변의 시기였던 20세기의 독일 쾰른에 설립되었던 루드비히 미술관은 역사의 한 가운데에 존재했던 미술관이었다. 


1946년 요셉 하우브리히가 나치 정책의 탄압 속에서 지켜냈던 소중한 독일 표현주의 작품들을 쾰른 시에 기증함을 시작으로, 1976년 피카소와 팝아트에 조예가 깊은 페더 루드비히와 이레네 루드비히 부부가 350점의 현대 미술품을 기증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관이 설립되었다. 특히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던 이 부부는, 한 전시에서 피카소 작품에 흠뻑 빠져 금전적 가치나 돈을 위해서가 아닌, 정말 작품 그 자체를 보존하고 모으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고 한다. 


독일의 정치적인 시민들의 자발적인 작품 기증이 지금의 컬렉션을 완성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기도 했다. 전쟁이라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미술품과 작품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람들 덕분에 지금 내가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묘하고 신기했다. 예술과 문화의 가치를 일찌감치 깨닫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사람들의 의지가 하나 둘 모여 만들어진 소중하고도 멋진 전시였다.




다양한 작품들



이번 전시에는 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 20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걸출한 컬렉션과 폭 넓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초현실주의와 팝아트, 미니멀리즘, 추상 미술까지 정말 다양한 작품들을 두루 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크기변환]다운로드.jpg

 

 

피카소의 작품 중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아티초크를 든 여인’ 이었다. 독일 루드비히 미술관 소장품으로 국내 최초로 공개되었다는 이 작품은 묘한 매력과 알 수 없는 분위기로 어쩐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작품을 보고 난 뒤 피카소만의 자유롭고 독특한 화풍에 매료된 루드비히 부부가 피카소에게 소위 말하는 ‘입덕’을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 루드비히 미술관의 뿌리이자 전신인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특히나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부분 전시를 재미있게 봤다. 카툰 그림체와 통통 튀는 독특한 작품을 좋아하는 내 눈을 끄는 전시들이 많았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타카타카’ 속 카툰 그림체가 기억에 남는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만화를 모티프로 한 회화 작품으로 잘 알려진 팝아트 화가이다. 명료한 검은 윤곽선을 이용하여 인물이나 사물을 테두리에 그리고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의 원색을 벤데이 점이라 불리는 양점 인쇄 기술을 차용해 채색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타카타카’는 기관총이 발사되는 교전 중의 컷을 그린 것인데, 모키프가 된 원작에 있던 저격수의 손을 지우고 탄환의 화염 묘사가 더해졌다. 


알루미늄 산업 재료와 공업룡 재료를 사용해 3차원 방식으로 구현해낸 오브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해 2차원적인 그림이 아닌 3차원적인 조형 예술의 영역까지 표현력을 넓힌 새로운 시도들에 주목할 수 있었다.


볼프강 마트호이어의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작품엔 고립되고 단절된 사회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바라보는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먹먹함과 단절감이 느껴지는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고립된 섬과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다양한 존재들에게선 경직된 답답함과 막막함이 느껴진다. 


당시 동독과 서독으로 나누어졌던 독일의 사회와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작품들도 많이 보였다. 전쟁의 폐허를 드러낸 작품 ‘채찍을 든 여인’이나 동독 부지인 불타는 드레스덴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그러했다. 냉전시기 루드비히 미술관은 작품 교류를 통해 단절되었던 동독과 서독의 교류를 어느정도 이루어냈다고 한다. 그 당시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들의 무게를 새삼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 전시는 퍼포먼스 아트, 비디오 이미징 현대미술 부분이었다. 마르셀 오덴바흐의 ‘사진의 사진찍기’라는 영상 작품에서 등장했던 차고, 차, 독일 갤러리들, 개인 컬렉션, 예민한 과 같은 이미지들이 기억에 남는다. ‘미술품을 돈 떄문에 모으는게 아니다’ 라던 신사의 인터뷰도 생각난다. 울리케 로젠바흐의 ‘내가 아마존이라고 믿디 마’라는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어떤 여인의 눈동자도 기억에 남는다. 



 

미술관을 나가며



20세기 격변의 시대를 지나왔던 현대 미술의 발자취와 작품들을 폭넓게 감상할 수 있는 유익한 전시였다. 특히 추상화나 초현실주의와 같은 작품들의 경우, 일차원적으로 얼핏 보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작품의 의도와 배경을 알고 보면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지원하는 도슨트 설명을 추천하고 싶다.


 

[박주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