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커플천국 솔로지옥 [영화]

영화 <더 랍스터>를 보고
글 입력 2023.03.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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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너고, 난 나야 그러니 우린 틀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인간과 동물. 이 영화는 모든 개념을 지독하게 극단적으로 구별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도 인간은 항상 양극단 중 하나에 속하는가? <더 랍스터>가 시사하는 흑백 논리의 여러 측면을 살펴보자.

 

<더 랍스터>는 “커플이 되지 못하는 사람은 반드시 동물이 된다”라는 규칙을 가지고 있는 호텔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겉으로만 보았을 땐 규칙 자체가 불합리하고 더 나아가서 비윤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즉 커플이 아니면 이 호텔에서는 동물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심지어 호텔에 체류하는 사람들은 동물로 변한 솔로들을 사냥하기 바쁘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현대사회에 사회적 소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다. 사회적 소수자는 천한 대우를 당하고 다른 사람들의 선입견에 따라서 배제되고 배척된다. 나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멀리하는 것, 이것이 이 영화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흑백논리 현상이다.

 

더불어 이 영화의 주인공인 데이비드의 친구 ‘혀짤배기 남자’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사회적 소수자인 것을 인정하고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의견과 시선 때문에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데 이 부분 또한 현대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물론 ‘혀짤배기 남자’도 결국 자신이 소수자라는 것을 밝힌 이후에 동물로 변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자신이 받을 질타와 비난에 무서워 정체성을 숨기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둘이냐 혼자냐, 무시냐 관심이냐 그리고 내가 맞느냐 네가 맞느냐” 이 지루한 흑백 논리에 치우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확연히 보여주는 영화여서 보는 내내 불편하기도 머리를 관통당하는 기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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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로천국, 커플지옥?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영화가 맞다. 커플인 사람들은 훌륭한 대접을 받으며 호텔에서 살아가고 커플이 되지 못한 사람들은 불우하고 거친 환경에 심지어 커플들에 의해 사냥당하고 살해당한다.

 

여기서 “사냥”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들리지 않는가. 그저 혼자가 된 사람들을 홀로 내버려 두지 않고 그들을 잡기 위해 사냥을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솔로들은 커플들에게 어떤 해도 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왜 커플들은 솔로들을 지옥에 내모는 것인가.

 

사실 사냥은 호텔에 머물지만, 아직 커플이 되지 못한 사람들의 유효기간을 늘리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사냥’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모습을 삭제함’으로 다가왔다. 마치 솔로인 자신의 모습을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하나하나 지우듯이 호텔 체류자들에게는 그들의 솔로인 모습을 죽여서라도 없애고 싶었을 테니 말이다.

 

과연 완전하고 불완전한 것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는 둘이든 셋이든 넷이든 혹은 그 이상이든 불완전할 수 있고 혼자여도 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할 때 보다 혼자서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할 때 그 사람이 외롭진 않을지 동정과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나와 함께하는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나를 이해해 준다면 완전한 둘이 되겠지만, 나와 함께하면서도 다른 꿈과 생각을 가지며 나의 얘기보다 남의 얘기가 중요한 사람이 옆에 있다면 날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와의 시간이 훨씬 더 완전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영화의 감독인 ‘요르고스 란티모스’도 사람들의 이런 고정관념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감히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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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고 위협적인 영화의 소리



이 영화의 신비스럽고 어딘가 우울한 특유의 분위기는 바로 ost가 결정한다. 이 영화의 장르를 한 단어로 딱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인간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고 비판한다는 점에서 현실주의 스릴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엔 아름답고 추상적인 영상미를 보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ost가 나와서 당황하였다. 마치 영화 <스크림>을 연상시키는 섬뜩하고소름 끼치는 ost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규칙에 어긋난” 행동을 했을 때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규칙은 바로 “커플이 되지 못하는 사람은 반드시 동물이 된다”이다. 관객들이 몰입하기에 큰 도움을 주는 ost이었고 더불어 불쾌한 기분을 한층 더 부각하는 ost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무서운 장면이 나와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는 모습이어서 더 소름 끼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내가 만약 영화 속에 들어가 주인공과 동일한 행동을 했어도 어디선가 그 ost가 흘러나올 것 같은 생동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 영화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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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모방이다



데이비드와 근시 여인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둘 다 근시를 가졌다는 것.

 

데이비드는 근시로 인해 아내에게 버림받았다. 그러나 동일한 특징을 가진 근시 여인을 만나 그는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에 함몰되게 된다. 영화를 시작할 때 남자 주인공은 전 아내에게 질문한다. “그 사람은 안경을 썼어? 아니면 콘택트렌즈를 껴?” 영화의 첫 장면, 이 질문으로 영화가 시작되자 내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들로 가득 찼다. 그 질문에 전 아내는 대답한다. “안경을 써.” 그녀 또한 자신과 같은 근시를 가지지 않고 안경을 쓴 사람을 찾아 데이비드를 떠난 것이다. 이 장면을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임으로 데이비드와 그의 사랑 방식, 그리고 우리의 사랑 방식에 대해 한 번 생각한 후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하거나 닮은 점이 많은 사람에게 더 큰 친밀감을 느낀다. 말도 더 잘 통할 수 있고 그 사람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일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근시 여인의 눈이 멀었을 때 데이비드가 자신의 눈을 스스로 찌르려 한다. 데이비드의 이 행동이 위 문장의 근거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데이비드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정도를 그 사람과 닮아있는 정도를 통해 표현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데이비드의 사랑 방식이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영화라서 조금 더 자극적으로 표현한 모습도 있겠지만 상대방의 생김새와 처지가 똑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진정한 사랑의 방식은 아닐는지.

 

데이비드가 실제로 그의 눈을 찔렀는지 혹은 안 찔렀는지는 영화의 끝부분에 등장하지 않았기에 우리의 상상에 달려있다. 이 기회에 나와 데이비드를 번갈아 가며 상황에 대입시켜보면서 나의 선택은 어땠을지 예상해 보는 것 또한 이 영화를 감상하는 마지막 재미가 될 것 같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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