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남이 주는 상처의 힘 [사람]

아니고 남이 내는 상처의 필요성
글 입력 2023.03.0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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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다. 현재 20대 이상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는 이 말을 책 제목으로 알고 있었고, 솔직하게 말해서 제목부터 나에게는 와닿지 않는지라 읽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여러 연령층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는 것이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정당화해주지는 못했다. 20대가 된 이후, 그러니까 ‘아픈 청춘’을 맞이했고, 그 시간을 보내면서도 나는 저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 이 기고를 쓰면서 이 책에 대해서, 그리고 무슨 내용인지를 한번 찾아보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저서로, 2010년에 출판되었다. 작가가 쓴 원제는 <젊은 그대들에게>였으나 출판사 대표가 직원들과 협의하여 변경했다고 한다. 이 책의 목차를 잠깐 보자.

 
프롤로그 | 기억하라, 너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PART 1 그대 눈동자 속이 아니면 답은 어디에도 없다
인생시계 : 그대의 인생은 몇 시인가? | 그대의 열망을 따라가라 |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 | 네 눈동자 속이 아니면, 답은 어디에도 없다 | 때로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 그대 그리고 고시 : 안정에 성급히 삶을 걸지 마라 | 아직 재테크 시작하지 마라 |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라 | 부러워하지 않으면, 그게 지는 거다 | 슬럼프

PART 2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시련은 나의 힘 |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 그 한 사람이 그대의 커다란 바다다 | 사랑 따윈 필요 없어 2.0 | 내 안의 혁명 : 프리다 칼로 이야기 | 내 인생의 오답노트 | 누구나 지금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늙은 때다 | 죽도록 힘든 네 오늘도, 누군가에게는 염원이다 | 치열한 꿈꾸기 | 이별, 그 후

PART 3 기적이란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작심삼일 당연하다, 삶의 방식이란 결심이 아니라 연습이니까 | 혼자 놀지 마라 | 그대의 선생을 찾아가라 | 비린 듯 산뜻한 잉크 냄새로 아침을 맞으라 | 글은 힘이 세다 | 네 이웃의 지식을 다양하게 탐하라 | 29,220피스의 퍼즐 |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에 대하여 | ‘카르페 디엠’ 사용법 | 그대 생활의 라임은 무엇인가? | 기적이란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 재수를 시작한 너에게

PART 4 ‘내일’이 이끄는 삶, ‘내 일’이 이끄는 삶
네가 내린 결정으로 삶을 인도하라 | ‘내일’이 이끄는 삶, ‘내 일’이 이끄는 삶 | 찌질이 ‘알파’들 | 대학은 그대에게 결승선인가, 출발선인가? | 스펙이 아닌, 그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라 | 20대, 돈보다 중요한 것 | 우리에게 대학이란 무엇인가? | 일단 기차에 올라타라 | 교정을 나서는 그대에게 | 인생의 정점을 생각하다

에필로그 |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목차를 놓고 보면 살면서 한 번쯤 읽기 좋은 에세이 한 권이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는 ‘힐링’이라는 명목 아래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읽혔다고 한다.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 ‘카르페 디엠 사용법’ 등은 그 구절만으로도 환상적이고, ‘그대의 열망을 따라가라’, ‘내일이 이끄는 삶, 내 일이 이끄는 삶’ 등은 꼭 나만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말을 들려줄 것만 같지 않은가.
 
출판사 서평에서는 이 책을 아래와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청춘은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다. 찬란한 미래를 그리므로 가장 화려하지만, 불확실성 속에 있으므로 버겁고 어둡다. 그러므로 너무 혼자 아파하지 말 것. 불안하니까, 막막하니까, 흔들리니까, 외로우니까, 아프니까, 그러니까 청춘이라고 받아들여라. 이 책은 인생 앞에 홀로서기를 시작한 이러한 청춘들에게 큰 미래의 그림을 그려줌과 동시에, 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현실적이고 중요한 조언 역시 빼놓지 않는다. 그들의 든든한 디딤돌이자 이정표가 될 이 책은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딛는 아들, 딸, 후배, 조카, 제자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추측해 보자면 작가는 책을 통해서 홀로 설 준비를 하는 청년들에게 힘이 될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듯하다. 지금의 어려움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너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먼저 삶을 살아온 이의 위치에서 말해주는 것이다. 책에 대해 조사하며 알게 된 바에 의하면 작가는 제목과는 다르게 ‘청춘은 아파 봐야 함’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작가의 배경이나 그의 경험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와 맞지 않다는 등의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이 책은 얼마 안 가 어느 희극인을 통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아픈 것이 어떻게 청춘이야? 환자지!”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책만 놓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듯 보이는데, 그렇게 한다면 내 기고의 목적과 의도가 달라질 것 같았다. 때문에 이 기고는 어디까지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슬로건만에 대한 나의 자조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면서 크는 거야’, ‘아팠던 만큼 성장한다’라는 슬로건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때때로 저 슬로건들을 보며 위로 아닌 위로를 받곤 했다.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고도 잘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보다 내가 더 성장했을 거라고, 나는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합리화하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도 공감해주지 않는 상처를 그렇게라도 보듬고 싶었다.
 
결론을 말하면 그 합리화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랬다. 상처는 대개 도약하고자 할 때보다 내가 무너져갈 때 다가와 나를 아래로 끌어당기곤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 성장의 원천이 그 상처들이었는가를 생각하면 "그렇다'라는 답변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남에게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며, 그 일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왜? ‘세상에 상처 안 받고 사는 사람은 없다’는 명제가 있으니 말이다. ‘네가 받는 상처쯤이야 상처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 너 잘되라고 해 주는 말이야”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상황을 볼 때마다 누군가로부터 전해 듣게 된 어느 문구 하나가 떠오른다.

  
“나는 상처를 통해 인간이 성장한다고 믿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상처를 통해 성장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들은 상처가 없어도 잘 자랐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당신을 상처 없이 지켜주고 싶다. 심지어 그대 전혀 성장하지 못한대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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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강요되고 당연시되는 상처가 싫다. 성장은 아름다운 거라고 하며 왜 끔찍하게 만드는 것일까. 상처 없이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성장’을 담보로 누군가의 아픔이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되는 것이 싫다. 본인에 의해서라면 모를까, 그 당연시는 타인의 시선으로 이루어지지 않는가.
 
위 문구와는 조금 다르게 상처를 통한 성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어떤 상처는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체로 스스로가 깨달으며 잠시 얻는 상처에 불과할 뿐, 타인이 내는 상처는 아니다.

우리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지’, ‘다 너 위해서 하는 말이야’ 같은 말이 오로지 본인의 시선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살갗으로 들어가 그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워도 불편해할 수 있을 말은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전보다 더 상처 받기 싫은 사람이 되면서 타인에게 내가 가할 수 있는 상처까지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리고 그 상처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만들지 않으려 할 것이다.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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