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꿈꾸는 일 [사람]

글 입력 2023.02.1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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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면서 모순적이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삶에 대해서는 연습이 없다. 2023년 1월 1일 1초는 내 삶에서 단 한 번뿐이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한들 돌아갈 수 없다. 지나가면 그만인 시간이다. 때문에 매 순간이 더 소중해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너무 아쉽거나 너무 행복하면 다시 살고 싶을 수 있지 않은가.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도 솔직히 조금은 버겁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는 너무 빠르게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던 사춘기 열넷, 열다섯, 열여섯 혹은 또 다른 어린시절의 생각이 무색할 만큼. 진짜 어른이 될 시간이 부족하다.


 

어른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 사람.

4. 한집안이나 마을 따위의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

5.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어린아이

1. 나이가 적은 아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른과 어린아이를 각각 위와 같이 정의하고 있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첫 번째 의미를 보면 어른이나 어린아이나 추상적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성인’을 검색해 보았다. 이번에는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 보통 만 19세 이상의 남녀를 이른다.’라는 정의가 나왔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성인이 되기 전에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만 19세는 20년 또는 21년을 살았음을 증명하는 나이다. 그런데 20년, 21년은 더 긴 세월을 살아갈 실패나 경험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가. 고작 그 기간으로 책임을 지는 방법을 배울 수는 있을까. 생각할수록 어른이나 성인은 그 의미가 모호한 만큼 기괴한 느낌이 든다. 만 19세가 지나면 바로 어른이고 성인이 되는 걸까? 고작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였는데. 나는 여전히 어제와 같은 나인데.

 

그러나 세상은 내게 끝없이 어른이 되라고 강요한다. 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기 위해서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때때로는 내게 너무 무거운 책임을 요구하기도 한다. 도대체 어른이 뭐길래. 사람의 인생은 어른이 되기 위해 시작된 것일까. 정신도, 몸도 그 끝에는 어른이 있는 것일까.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 정신 변화의 3단계(정신적 단계)를 1단계는 낙타의 단계, 2단계는 사자의 단계, 3단계는 어린아이의 단계로 제시했다. 가장 마지막 단계인 3단계를 보면 우리의 생활에서 요구하는 것과 다르게 어른의 단계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어린아이의 단계를 다음과같이 말하고 있다.


 

“어린애는 순결이며 망각이고 하나의 새로운 출발, 하나의 유희, 스스로 굴러가는 수레바퀴, 최초의 운동, 신성한 긍정이다.

 

그렇다, 나의 형제들이여, 창조라는 유희를 위해서는 신성한 긍정이 필요하다. 이제 정신은 자신의 의지를 의욕하고 세계를 상실한 자는 자신의 세계를 획득한다.“

 

 

어린아이는 순결하며, 자발적이다. 어린아이에게는 선악의 구별이 없고 세계와 사람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데, 이는 자유로운 창조의 첫 걸음이다. 어린아이는 타율적 힘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무엇인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어린 아이들이 가장 큰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진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어른의 삶이 아니라 아이 같은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또 무색해 질 정도로 나는 어떤 한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듣는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로베르트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이다. ‘트로이메라이’는 ‘공상’, ‘꿈’, 꿈꾸는 일‘ 등을 뜻한다. 이 곡은 슈만이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하면서 쓴 <어린이의 정경> 중에서 일곱 번째 곡이다. 어린이의 정경이라고 하여 어린이들을 위해 쓴 곡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곡은 오히려 어른이 된 어린이, 즉 어른이 된 이들이 힘이 들 때 순수했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쓴 곡이라고 한다.

 

바쁘게 사느라, 일에 치이느라, 사람에 치이느라 지치고 힘이 들 때 큰 고민 없이 웃고 뛰놀던 그 시절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깊게 생각하지 않고 나를 꿈꾸던 그 시절로 이따금 돌아가다 보면 지금의 나는 또 오늘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2010,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황문수, 문예출판사]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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