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향과 맛으로 의사소통 하는 법 [공간]

“문장을 번역해드립니다” 망원 다다랩
글 입력 2023.02.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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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의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언어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말과 글로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한다. 그림과 음악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우리는 그 안에 담긴 창작자의 의도를 짐작한다. 아름다운 작품을 마주하고 눈물 흘리는 것은 작품을 온전히 이해한 것이지 않을까.

 

여기 향과 맛으로 의사소통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망원에 위치한 카페 겸 칵테일바 다다랩이다. 다다랩은 언어를 향과 맛으로 ‘번역’해주는 문장블렌딩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문장을 다양한 감각으로 느껴보기 위해 다다랩을 방문했다.

 

이번 글은 에디터의 다다랩 방문기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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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에 위치한 다다랩. 한 번에 간판을 찾을 수 없어 어딘가 은밀한 아지트를 찾아가는 느낌도 든다. 청테이프로 만들어 놓은 화살표 간판을 통해 공간의 분위기를 짐작해 본다.

 

아마 개성이 돋보일 것이다. 흔히 말하는 ‘힙’한 장소일 것도 같다. 자그마한 입간판을 통해 운영 중임을 확인한 후 지하 공간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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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벽 거울, 벽에 가득 붙어 있는 엽서, 취향이 가득한 소품과 공간 이곳저곳에 놓인 책. 모두 개성이 뚜렷해 묘하게 부조화스러우면서도, 그래서 독특하고 재미있다.

 

가장 궁금했던 ‘문장블렌딩’ 서비스를 주문하기 위해 ‘작업지시서’와 필기구를 챙겨 자리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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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랩이 제공하는 문장블렌딩 서비스는 한 문장을 맛과 향으로 ‘번역’해준다.

 

작업지시서에 원하는 문장을 적고, 원단 항목에서 커피, 티 블렌드, 칵테일 중 하나를 선택한다. 소재 항목에 알러지 여부, 핫 또는 아이스 여부 등을 적어내면 바리스타와 바텐더가 문장을 주문한 음료로 완성한다.

 

에디터는 여행지의 기억을 차의 맛과 향으로 남기기로 결정했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았을 때의 인상을 두 문장으로 정돈해 번역을 요청했다. 번역에 소요되는 시간은 한 잔 당 약 10분에서 20분. 주문이 밀려 있는 경우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에디터는 밀려있는 주문에 한 시간 반 이상을 기다렸다. 사실 긴 시간이었지만 창작의 시간이 결코 짧을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시간을 설렘으로 채울 수 있었다.

 

혹시라도 혼자 방문해 기다리게 된다면 공간에 비치된 소품을 살펴보거나 도서를 천천히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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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린 차는 연한 금빛을 띠었다.

 

레몬과 청포도 향이 나는 차. 미식가는 아니지만 은은한 색보다 선명하게 느껴지는 향과 맛이 의외였다. 낮의 모습과 반전되는 부다페스트의 밤을 이렇게 표현한 건가, 하는 자의적인 해석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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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주문한 다른 차의 맛은 보다 씁쓸함이 더해졌다.

 

어쩌면 한방 느낌이 나는 것도 같고, 보다 무겁고 쌉쌀한 맛이 입안을 덮었다. 아마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씁쓸함을 번역한 결과일 것이라고 얘기해 보았다. 문장을 향과 맛으로 구현하는 건 바리스타, 바텐더의 몫이지만, 맛을 다시 해석하는 건 손님들의 몫이다.

 

매주 화요일에는 묵독회를 진행해 말소리가 없는 공간이 만들어져 같은 공간에 조금은 다른 공기를 만들기도 한다.

 

다음번에는 화요일 밤에 가서 조용히 칵테일을 마셔보고 싶다.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 온 감각을 활용해 문장을 곱씹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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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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