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커피 한 잔 남길게요: 카페 소스페소 [음식]

누구도 커피 마시는 걸 금지당해서는 안 돼요
글 입력 2023.01.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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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면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맛있는 끼니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일 수도, 매일같이 운동하는 것일 수도,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일 수도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커피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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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가 일반적인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은 에스프레소가 커피의 기본이다. 스페인에 도착한 이튿날, 식당에서는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겠냐고 물었다. 좋다고 대답하자 나온 커피는 에스프레소였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마신 에스프레소의 맛은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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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온 모카포트 안에는 사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쌉쌀하고 고소한 커피와 함께 먹는 사탕은 단맛과 산미를 끌어 올려주어 좋은 조합이었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내내, 그리고 우리나라로 돌아와서까지 에스프레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가 되었다.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어느 카페 혹은 식당에서 커피를 마셔도 맛이 좋다는 것이었다. 유럽 국가 중 하나인 스페인도 이 정도의 맛이 나는데, 커피의 본고장 이탈리아는 얼마나 더 커피 맛이 좋을지 궁금했다.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1720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문을 열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카페 또한 베네치아에 위치해있다. 이탈리아는 커피 역사가 긴 만큼 'Caffè sospeso 카페 소스페소'라는 독특한 문화도 존재한다.

 

소스페소가 연기된, 미루어진, 불확실한 등의 뜻을 가진 단어이기 때문에 직역하면 '유예된 커피' 정도가 되겠다. 카페 소스페소는 세계 2차대전 당시, 나폴리 지역에서 커피를 마실 돈이 없는 사람을 위해 한 잔을 더 계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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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를 남길게요

- 카페 소스페소 말씀이시죠?


카페 '감브리누스'에서는 커피를 마실 돈도 없고, 사줄 사람도 없는 누군가를 위해 사람들이 커피를 남기고 간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페 소스페소: 모두를 위한 커피’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커피가 어떤 존재인지 보여준다. “누구도 커피 마시는 걸 금지당해서는 안 돼요.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도요.”라는 그들에게 커피는 기호 식품이 아니라 정체성 표지이다.


나폴리에서 커피는 특별한 음료로, 사회화의 수단이다.


커피와 대화를 통해 상대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부터,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통해 감옥 밖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게 된 사람까지.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기분 좋은 무언가를 남기고 받는 행위는 기부보다 손쉬운 연대로 작용하기도 한다.


동료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안녕하세요" 다음으로 "밥은 먹고 왔어요?"라는 인사를 가장 많이 하게 된다. 밥을 먹고 왔다면 무엇을 먹었는지, 식사 시간 전에는 무엇을 먹을 것인지 이야기하는 게 자연스럽다.


밥심, 밥값, 밥벌이 등 우리나라에는 밥과 관련된 단어가 유독 많다. 밥을 잘 차려 먹고, 챙겨 먹는 사람은 부지런하고 윤택한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기 때문에 밥과 관련된 인사말은 우리가 한솥밥을 먹는, 같은 공동체 안에 속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탈리아에도 커피와 관련된 인사말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쉬웠다.


다른 역할을 모두 배제하고 생각하더라도 커피는 그 자체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맛있는 커피가 입 안에 들어온 순간 기분이 좋아지지 않기는 쉽지 않다. 이런 커피를 익명의 타인에게 남긴다는 것이 내게는 굉장히 낭만적이면서도 실효성 있게 다가왔다.


언젠가 커피를 남길 수 있는 카페에 가게 된다면, 에스프레소를 처음 맛본 날의 감정과 카페 소스페소에 대한 이해를 꾹꾹 눌러 담은 커피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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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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