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너는 나를 무엇이라고 하느냐?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01.15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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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잊고 세계를 보는 것


 

이 글들을 몇백개 쓰고 읽는 것보다 산책을 하며 하루카 나카무라의 음악을 듣는게 훨씬 더 효과적일 터이지만.

 

마르틴 부버에 따르면 우리는 '나'와 '너'로서 혹은 '나'와 '그것'으로서 관계한다. 모든것은 나에게 '너'로서 현존할수도 '그것'으로 현존할수도 있다. 하지만 영영 '너'를 '너'로 대할수는 없는 것이 인간의 굴레. 황홀한 순간은 오래지 않고 다시금 '너'는 '그것'이 되고 '나'는 다시금 '그것'이 '너'가 되는 순간을 기다린다.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하나 말해본다. 어떤 경향성이 있다. 그것은 언어를 잃으면서까지 세계를 보는 것, 공들여 쌓아놓은 지식의 체계를 부정하고 다시 모르는 상태로 하강하여 알려고 하는 것. 어른과 지식인의 세계를 벗어나 어린아이의 척도 같은 것으로 돌아가는 것. 비관과 강인함의 척도 따위에 절대 이르지 않게 되는 것.

 

언어로 정리하는 세계, 지식의 세계가 있다면 그 세계에 속하지 않아 언어를 가진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세계도 있다. 듣기를, 빨간색이라는 단어가 없는 어떤 부족의 사람들은 빨간색을 보지 못하고 그들이 가진 것은 외부인은 보지 못하는 초록의 무수한 빛깔에 대한 단어들.

 

또 과학자의 관찰을 생각해보라. 지구가 돈다고 생각한지 어언 몇백년. 잘은 모르겠지만 이제 인류에게 지구가 돌지 않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고, 하나를 안다고 말하면 아니 더 정확하게는 하나를 어떤 방식으로 안다고 말하면 계속해서 그 방식으로 그것을 알수 밖에. 하나의 문이 열리면 다른 것들은 쉬이 닫히고.

 

누군가는 꽃을 지폐를 알 듯 알고, 누군가는 그림을 알 듯, 시를 알 듯, 색깔을 알 듯,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듯 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꽃을 이 모든 방법으로는 잊어버리고 꽃을 꽃을 알 듯 볼 뿐. 그는 더 많은 세상을 보지만 또 더 깊은 것을 알수도 있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흰색의 언어, 벽에 남길수도 없고 시간을 가질 수도 없는 스타카토 몇 개. 메아리처럼 희미해지다 결국 자취를 감춘다.

 

어른도 노인도 아이도 아닌 그 기묘한 얼굴. 진리일수도, 하지만 진리로 영영 확인될 수 없어, 확인과 같은 말 따위는 굴러차버리지. 과학과 문명, 수많은 메소드들을 뛰어넘는다. 확실히 인간사회의 정치와 그는 서로를 볼수 없다. 누군가는 이것을 지독한 퇴행이라 부르고 글쎄, 또 누군가는 이것을 작은 신 되기라 부를수도 있겠지. 뒷산을 맨발로 혼자 노니는, 실어증의 작은 신.

 

하하, 그래서 나는 언젠가 성경에서의 엄하고 무서운 구약의 신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공상해 보았네. 그 당시의 언어가 담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신의 모습이 아니였을까 하고. 그 신에게는 몇 색깔이 빠졌던거야. 구원이 있다면 혹은 구원을 믿어야 한다면 그래서 이 언어를 깨고 들어와야겠지. 지식을 깨부수고 너에게도 나에게도 인류 모두에게도 찾아볼수없는 영원한 새로운것, 바깥의 것으로서.

 

이 머리통을 쳐부수어주었으면, 상쾌한 바람이 모르는 냄새를 들고와주었으면. 테두리들을 잡아 쥐어 뜯고 싶은 답답함들에에 비처럼 내리는… 아아, 신과 신비와 비를 사랑해. 종교의 틀로 씌운다해도 기꺼이 들어갈수밖에 없으리. 나는 페르난두 페소아와 눈인사를 했다.

 

*

 

왜냐하면 그걸 보니까.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지만
왜냐하면 생각하는 것은 이해하지 않는 것이니......
세상은 생각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
(생각한다는 건 눈이 병든 것)
우리가 보라고 있고, 동의하라고 있는 것.

내겐 철학이 없다, 감각만 있을 뿐......
내가 자연에 대해 얘기한다면 그건, 그게 뭔지 알아서가 아니라,
그걸 사랑해서, 그래서 사랑하는 것,
왜냐하면 사랑을 하는 이는 절대 자기가 뭘 사랑하는지 모르고
왜 사랑하는지,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법이니까......

사랑한다는 것은 순진함이요,
모든 순진함은 생각하지 않는 것......

페르난두 페소아의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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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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