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기 가보셨나요? 제주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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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을 땐 벌써 점심이었다.
장난스레 꺼냈던 말이 수많은 점심시간을 거쳐 구체화 돼, 가깝고도 먼 관계의 정석인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제주를 가게 된 것이다.
우리 중엔 누구도 계획 주의자가 없었다. 가고 싶은 목적지를 대강 정해뒀지만 시간 단위의, 혹은 섬세한 사전 조사 없이 준비되었으므로 어느 정도 오차가 있었더랬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자연스러움이 여행이지 않을까? 우리는 21세기의 홍수같이 쏟아지는 정보의 세상에 살고 있다. 모르는 것이 없는 시대에서 낭만을 유지하려면 약간의 무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정말, 몹시도 배가 고팠다. 공항에서 빠져나오기 무섭게 버스를 타고 현지인도 간다는 맛집에 도착했다. 우연히 여행을 가기 며칠 전 보았던 한 패션 유튜버가 방문한 곳이었는데, 그녀가 먹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식당의 이름은 <논짓물식당>으로, 평일 사람들이 슬슬 자리를 파할 즈음 도착해서 웨이팅이 있지는 않았다.
우리는 취득 1년 이내 면허소지자, 장롱면혀 소지자, 무면허자로 구성된 모임이다. 게다가 애월도 아닌 우도 방문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기에, 택시와 버스 이용을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런 우리에게 이 식당은 메리트가 컸다. 공항으로부터 3km 이내에 위치해 있는 데다 버스로도 쉽고 빨리 찾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2월에 여수를 간 적이 있다. 그때 먹었던 음식들을 잊지 못한다. 간이 센 음식을 좋아하는 나에게 아래 지방의 음식들은 오바 보태 신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때 먹었던 갈치조림이 정말 맛있었다. 아주 유명한 집이었고, 까다로운 부모님의 입맛마저 사로잡은 곳이었다.
그리고 여기, 이 <논짓물식당>의 갈치조림은 그때의 행복감을 뛰어넘었다. 물론 상당히 배가 고픈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렇게까지 양념이 잘 배고 통통한 갈치를 본 적이 없다. 한 동료는 내게 이런 곳을 발견해 주어 고맙다는 말까지 했으니,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라면 그래도 객관성이 있지 않을까? 게다가 나는 생선요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위 사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연히 밤에 인스타그램을 넘겨보다 알게 된 <안친오름>이다.
밥을 먹던 중, 다음 액티비티 장소에 가기 전에 시간이 약간 뜬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몰라 캡처를 해두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 운 좋게 이 오름과 다음 행선지와의 거리가 가까웠고, 우리는 흔쾌히, 또 즉흥적으로 만장일치 합의를 봤다.
윈도우 7의 초원 바탕화면을 기억한다면, 도착했을 때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푸릇푸릇 긴 수풀이 가득 메운 이곳은 오름보다는 언덕이라고 표현하는 게 나을 정도로 경사가 낮고 작아 짧게 돌아보고 나오기 좋다. 다시 말하자면, 인생샷을 건지고 빠지기 최적화된 장소라는 뜻이다.
단, 두 가지 알아야 할 점이 있다. 하나, 이곳은 사유지로 올해부터 인당 5천 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둘, 날이 풀리고 최대한 바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4월의 끝자락은 이미 많은 사람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시기였다. 정확히는 사진과 영상을 찍는 데 최적화된 공간이다 보니, 수풀이 눌려 쓰러진 부분들이 종종 보인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공간임은 틀림 없다. 제주도에 왔다는 명확한 증거, 혹은 웨딩사진 등 아름답고 분위기 있는 촬영물이 필요하다면 나는 추천하는 바다.
언젠가부터 제주도가 여행프로그램에 나올 때면 오프로드 액티비티가 빠지질 않았다. 한 번쯤은 아주 거친 길을 내달려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실현할 수 있었다.
우리는 <제라진어드벤처>라는 곳에서 예약을 했다.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크고 강력한 오프로드용 차량들이 우리를 입구에서부터 반기고 있다. 투어는 1시간 이내로 끝이 나는데, 조금 짧지 않은가? 라는 생각은 차가 출발하기 시작하면 이내 바뀐다.
핸드폰을 들고 영상을 찍으면 멀쩡한 사람의 모습을 찍기 쉽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갑갑하니까 안전벨트 하지 말까요?' 아무 것도 모르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게 바보 같아질 만큼 오프로드의 거칠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노약자, 임산부, 허리디스크 환자는 타기가 버거울 정도로 온몸이 흔들린다.
놀이공원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놀이기구도 이만큼 스릴 있기는 수직 낙하를 하는 몇몇을 제외하곤 없지 않을까? 적어도 놀이공원은 인공적으로 모난 곳 없게 만든 아름다운 테마파크(park)이지만, 여긴 길만 조금 다듬었을 뿐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차에서 헤드뱅잉을 하다 보면 두 번 정도 바깥에 내릴 기회가 찾아온다. 잠깐 숨을 돌리고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서인데, 각 스팟은 상반된 매력이 있다. 한쪽에선 지프차와 함께 야생을 즐기는 상여자, 상남자의 모습을 기록할 수 있고 또 다른 쪽에선 신비한 분위기마저 풍기는 호숫가에서 요정샷을 찍어볼 수 있겠다.
짧게 짚어본다. 다들 알지 모르겠다. 제주도에는 지브리 카페도 있다. 한 명이 꼭 가야겠다며 못을 박아두었던 곳인데, 이름은 <코리코카페>다. 듣기로는 홍대지점도 있다고 한다.
원래 이렇게 한 쌍으로 국내에 들어온 것인지, 옆에는 <도토리숲>이라는 지브리 캐릭터샵이 붙어있다. 이 자연스러운 판매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가 아주 쉬워 보였다. 실제로 내 일행도 당했다.
적당히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제주도지만 어쩐지 일본 여행을 간 기분도 들고, 음료와 디저트류도 상당히 포토제닉(?)하다. 주변에는 <제스코 관광마트>라는 기념품 마트도 있어 한 번에 선물을 사 가기 좋다. 꽤 넓은 곳이라 눈여겨봤던 제품을 찾을 확률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우도는 순환버스가 돌아다닌다. 우도의 명소를 각 정류장으로 해서 한 바퀴를 돌기 때문에, 자전거나 전기차 등을 빌려도 좋지만, 날씨나 체력에 따라 버스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우연히 소라 축제와 겹치는 바람에 선택지가 없어 버스를 탔다.
검멀레해변, 서빈백사 등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실컷 볼 수 있지만 나는 특히 청보리밭들을 꼭 눈에 담아두길 추천한다. 굽이치는 금빛 물결이 주는 힐링 효과가 상당하다. 일정이 짧아 이동이 조금 조급했는데, 여기서만큼은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질 않았다.
명소엔 사람들이 제법 많아 북적하지만, 청보리밭은 주민들이 키우는 '밭'인 데다 넓게 분포되어 있어 아주 조용히 길을 따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우도로93>이라는 식당을 찾아가려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어냈다. 음식이 맛있었음은 물론이다.
제주도는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지역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그러다 보니 선호되는 몇몇 장소만 보고 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아니라고 손사래 저을 입장은 아니나, 그래도 조금 정도는 '오' 하게 만드는 일정이 있었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로 글을 끝낸다.
[유다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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