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 공연, 조금 더 가까이 - 더 콘서트 37.5

글 입력 2023.11.2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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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부담스럽다. 클래식 전공자도 아니고 클래식 애호가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나에게는 '클래식 공연'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무의식 중에 어떤 장벽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실제로 포털 검색창에 '클래식 공연'을 치면 '클래식 공연 복장', '클래식 공연 박수치는 때' 같은 검색어가 자동 완성된다. 클래식 교양서나 클래식 관련 가벼운 콘텐츠는 늘어나는 추세지만,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또 다른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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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는 클래식 공연을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누구나 쉽게 즐기는 클래식을 들려주고자 하는 팀이다. 이들은 지난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더 콘서트 37.5'로 관객을 만났다.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의 슬로건 '심포니로 즐기다'처럼, 이번 공연은 초심자도 부담없이 들으며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공연은 Yanni의 'Standing in Motion'으로 힘차게 시작되었다. 고상하고 어려운 클래식이 아니라 생동감 넘치는 동시대의 음악을 더 많이 연주하는 팀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듯했다. 이어지는 <아이언맨3>와 <어벤져스>의 OST는 더 많은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지로 느껴졌다. 클래식 악기는 낯설지라도 그 선율은 익숙했기에 영화를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나오는 오페라 <돈 조반니>의 'Madamina'와 오페라 <루살카>의 'Song To The Moon'은 정통 클래식에 가까운데, 이미 익숙한 음악으로 마음을 연 관객에게 클래식 곡을 소개하기 적절한 순서가 아니었나 싶다. 그다음 순서로 연주되는 'Highlights from Symphonic Dances of Convergencies'의 원곡자를 확인하고는 놀랐다. 지휘를 맡은 지휘자의 이름(Jean-Philippe Vanbeselaere)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세계초연'을 듣는 드문 시간이었다.

 

이어지는 '굳세어라 금순아'와 신모듬 중 3악장 '놀이'는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가 어떤 팀인지 잘 보여주는 곡이다. 쉽게 보기 힘든 트로트와 클래식, 국악과 오케스트라의 콜라보가 이루어지는 순서이기 때문이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조합이었지만 의외로 큰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원곡의 구슬픈 정서를 살리면서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맛을 더해 중장년층 관객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국악팀 인류풍퍼포먼스와 함께한 '놀이'는 단연 1부의 하이라이트였다. 바이올린 소리를 가로지르는 태평소 소리, 클라리넷과 함께하는 북과 장구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각 악기는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중후반부, 오케스트라가 모두 연주를 멈추고 국악기에게 시간을 내어 주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국악 특유의 '혼을 실은' 연주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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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시 정통 클래식 공연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곡이 계속된다. 1부에서 국악기와의 콜라보가 백미였다면, 2부에서는 하모니카, 일렉기타와의 협연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윤석 연주자와 함께한 '톨레도 스페인환상곡'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하모니카 연주가 어느 경지에까지 오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무대였다. 섬세하고 정교한 하모니카 소리가 오케스트라 전체와 합을 이루는 순간의 '듣는 즐거움'은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렉 기타와 함께 연주한 'The Fifth Season' 역시 1부의 'Highlights from Symphonic Dances of Convergencies'와 마찬가지로 지휘자의 곡이다. 도무지 일렉 기타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용한 분위기로 시작해 비장하게 전개되는데, 이때 일렉 기타가 비장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처연하지만 강렬한 일렉기타 소리에 오케스트라의 화려함이 더해지자 어디서도 흔히 들을 수 없는 애절한 락 발라드가 완성되었다.


이후 오페라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로 다시 한번 정통 클래식 공연을 선보인 팀은 '우정의 노래'와 <영운본색2> OST 'A Better Tomorrow' 연주를 이어간다. 연주되는 각 곡의 길이가 길지 않은 데다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음악다 보니 지루할 틈 없이 2시간이 훌쩍 지났다. 공연은 '키예프의 대문'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키예프의 대문'은 러시아의 작곡가 무소르그스키가 작곡한 피아노곡 모음집 '전람회의 그림' 중 마지막 곡이다.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타악기와 금관악기의 힘찬 소리가 공연의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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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와 2부, 인터미션까지 합쳐서 총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공연은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과는 색다른 매력이 많았다. 일단 정통 클래식만이 아니라 뉴에이지, 월드뮤직,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 현대 작곡가의 곡을 다수 들을 수 있었다. 제목도 형식도 생소한 곡 대신 3~4분이면 끝나는 곡들로 셋리스트가 채워지자 박수를 언제 쳐야 할지 고민하거나 중간에 딴 생각을 할 겨를 없이 공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드럼이 함께하는 오케스트라였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정통 클래식 곡 몇을 제외하고는 드럼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를 이어 갔는데,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기존의 악기도 드럼 소리가 더해지니 색다르게 들렸다. 물론 오케스트라에 북이나 심벌즈 같은 타악기가 포함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현대적인 느낌을 더하는 건 역시 드럼이었다. 좌석 역시 드럼이 잘 보이는 곳이라 여러 곡에서 드럼에 눈을 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관객과 연주자 모두가 한껏 즐기는 분위기다. 내가 아는 한 클래식 공연에서는 한 곡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박수를 치지 않는 분위기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놀랍게도 지휘자가 곡 중반에 박수를 유도했다. 덕분에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는 가운데 모두가 박수로 함께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사회자의 존재도 특이한 부분이었다. 1부 중간, 2부 중간에 사회자가 나와 오케스트라와 공연 소개를 간략히 해주어서 훨씬 더 쉽게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기존 클래식 공연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단점을 보완하려는 여러 시도가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클래식 공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거나 클래식 자체가 낯선 관객에게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의 공연은 본격적인 클래식의 길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어주지 않을까. 

 

예전에 국악 전공자들이 트로트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트로트 팬들이 오히려 국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공자에게 들은 적이 있다. 중간다리 없이 갑자기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수는 없는 법이다. 클래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의 '더 콘서트 37.5'는 그 중간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준 공연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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