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거대한 음반 시장,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문화 전반]

팬덤은 모든 책임을 떠안기 위한 존재가 아닙니다.
글 입력 2024.05.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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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진행된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이 큰 화제이다. 약 2시간 동안 쏟아진 무수한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그중 내 귀를 잡아끌었던 건 단연 '음반 시장의 민낯'이었다. 그 무엇보다 가장 공감되었고, 가장 듣고 싶었던 이야기였으며, 자신의 위치를 활용해 모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순간을 감사히 여기기까지 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암암리에 진행되었던, 아니 어쩌면 공개적으로 진행해도 막지 못했던 일명 '음반 밀어내기'(팬들 사이에선 '땡겨쓰기'라고도 표현한다)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우선 ‘밀어내기’란 기획사와 음반 유통사가 중간 판매상에게 음반 물량 일부분을 떠넘겨 구매하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신 판매상은 그 대가로 해당 음반 물량을 소진할 때까지 기획사는 그룹의 팬 사인회, 영상통화 이벤트 등을 열 수 있다. 즉, 밀어내기의 끝에는 구멍을 완전히 다 메꿀 때까지 아티스트는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고, 팬들은 필요 이상의 앨범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팬덤의 부담이 커질수록 아티스트의 위상은 올라간다. 그들을 위로 올리기 위해 팬들은 자신이 감당할 무게를 더 많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티스트는 상향만 있는 그래프는 물론, '커리어 하이', '최초', '역대급' 등의 수식어를 갖게 된다. 반대로 팬들은 감당하지 못할 피지컬 앨범과 필요 이상의 지출만 늘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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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민희진 대표와 같은 의견이다. 무한한 고공행진 끝에는 음반과 주식 시장, 더 나아가 엔터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본다. 아마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묵과하는 업계인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기획사가 밀어내기를 고집하는 건 당장의 성공과 더불어 결국 팬들은 기꺼이 '을'을 자처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오직 우리 '언니', '오빠'를 위해 원가 몇백 원 혹은 몇십 원밖에 안 하는 포토카드 한 장을 얻으려 어김없이 지갑을 열고 말 것이니.

 

내가 이토록 밀어내기를 싫어하는 이유는 지극히 사실적인 현장을 가까이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여러 아이돌의 *럭키 드로우 아르바이트를 하며 약 2만 원의 앨범 한 장이 한 번에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까지 구입되는 걸 자주 접하곤 했다. 그리고 이러한 대량 구매가 이루어진 날은 어김없이 매장 한구석에 포토카드만 빠진 새 음반들이 가득한 박스가 쌓여있었다. 참으로 기괴한 일이었다. 많은 땀방울이 들어간 음반보다 1분 만에 찍은 사진이 담긴 종이 쪼가리 하나가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이, 가슴팍 정도의 작은 초등생이 캐릭터 지갑에서 꺼낸 꼬깃꼬깃한 지폐로 거액을 결제하는 것이, 아침 일찍 도착해 마감 시간까지 원하는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매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이 모든 건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 것일까.

 

*럭키드로우: 앨범 구매 장수에 따른 포토카들 랜덤 뽑기. 보통 팀마다 최소 2종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인원수가 많을수록 자신이 원하는 멤버의 원하는 사진을 얻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팬들은 자신이 원하는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계속 앨범을 구매하게 된다.

 

더 나아가 앞서 언급한 대로 산업 자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다. 주식, 성적, 업무 실적, 기록 등 모든 곳에는 증감이 존재한다. 이는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오로지 증가만 존재할 뿐, 감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젠 초동 4~500만 장이 당연시되어 버린 국내 인기 보이그룹들과 초동 2~300만 장의 테일러 스위프트와 아델. 구태여 설명을 덧붙이진 않겠으나, 어딘가 모르게 상당한 이질감이 드는 문장이다.

 

*

   

K팝 산업은 철저히 팬덤에 의존한다. 팬덤이 움직이지 않으면 기업은 결코 이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란 소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팬덤을 가장 홀대하는 건 다름 아닌 기업이다. 여기서 더 말이 안 되는 건 알면서도 그 대우에 맞춰 스스로 몸을 숙이는 우리다. 이 산업이 올바르게 흘러가려면 동등한 위치에서의 파트너십으로 서로가 윈윈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팬덤이 그들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닌 팬덤을 위해 기업과 아티스트는 움직여야 한다. 이제는 잘못된 인과관계를 서로 맞춰 나갈 때이다. 우리는 너희들의 책임을 떠안기 위한 존재가 결코 아니다.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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