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solo album] track09.

글 입력 2024.05.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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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track09.,수정.jpg

[illust by Yang EJ (양이제)]

 

 

[NOW PLAYING: Be My Baby - The Ronettes]


인물은 때론 거짓말을 합니다.


트랙 8번에서 등장한 엑스트라이자 이번 그림의 주인공인 여자는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싶다'라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욕구는 인물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일 텐데 인물은 자신의 욕구실현에 있어서 좀처럼 적극적이질 못했어요. 인물이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고, 오히려 인물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물의 욕구와 행동 간에 모순이 생겼습니다.


인물의 주변인들은 자신의 파격적인 변신에 손가락질하거나 함부로 품평할 성격이 아닙니다. 도전과 시도가 꺼려질 만큼의 넉넉지 못한 배경에서 자란 것도 아니니, 변화를 위한 자금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도전이 비웃음당했던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욕구실현을 위한 경제적·물리적·심리적 장벽이 없음에도 인물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어요. 인물의 성격이 단순히 소심해서였을까요. 어쩌면 이 인물의 '진짜' 욕구는 따로 있는 게 아닐까 의문이 생겼습니다. 욕구실현을 '못' 하는 게 아닌, '안' 하는 것이라고요.

 

'안'과 '못'은 결과 면에서 같아 보이나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못'은 인물의 한계입니다. 외적요인이든 내적요인이든, 어떤 지점에서 그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 인물의 작고 위축된 모습을 강조하게 합니다. 반면에, '안'은 명확한 의지 표명입니다. 행동의 결정권이 인물에게 있기에 인물은 단호하고 고집 있어 보입니다.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란 같은 결과를 지녔음에도 인물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니 이 둘은 구분이 필요합니다. 이 중요한 능동·피동 구분을 저는 이 인물에게 잘 적용하고 있던 걸까요? 전제를 뒤집어 보기로 했습니다. 인물은 욕구표현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었고, 인물은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싶은 게 아닌 '스스로를 변화시켜 주길' 바랐다고 가정한 후 인물의 행동 이유를 다시 추적해 보기로 했어요.


인물의 욕구가 사실 수동적인 바람이었다면 그의 모순된 행동도 설명이 됩니다. 노력과 부담이 덜한 손쉬운 변화를 원했기에 행동도 작아진 것이죠. 남이 다가오길 바라는 사람이 구태여 발걸음을 옮길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물이 나고 자란 안락한 환경이 오히려 스스로를 그늘 밖으로 나서지 않게 만든 요인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결국, 이 인물은 변화를 원하지만, 자신의 안팎을 애써 바꾸지 않습니다. 그림에서처럼 자신에게 낯선 장소인 뮤직펍을 찾아오긴 했으나 이 방문을 발판 삼아 도약하고자 찾은 것은 아닙니다. 장소가 마법처럼 자신을 바꿔주길 기대하고 찾은 것이죠. 인물은 스스로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으나 실은 주변이 자신을 바꿔주길 원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위장하고 숨겼으나, 인물이 모두 정직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양은정 에디터태그.jpg

 

 

[양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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