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게 꼭 맞는 행복이란 -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도서]

그림만 봐도 '아이, 행복해'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글 입력 2024.04.1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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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불행할 이유는 읊자면 끝도 없다. 오늘날까지의 온 세계의 불행을 뭉쳐두면, 진득하고 검은 어떤 물체가 되어 우주를 꽉 채우다가 우주가 멸망할 것만 같다. 인간은 심지어 상상해서까지 실재하지도 않은 불행을 현실로 끌고 오는 동물 아닌가.

 

희한하게 불행은 가만히 있어도 잘만 찾아오지만, 행복은 고구마를 캐듯 땅을 파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해야 찾아진다. 그래서 우린 때론 의도적으로, 때론 습관적으로 행복을 캐는 행위를 한다. 나는 명상이나 일기 쓰기, 영화 보기를 통해서 행복을 캔다. 혹은 ‘아메리칸 갓 탤런트’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행복을 캔다. (오디션 참가자가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행복으로 가득 차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또, 그림을 보면서도 행복을 캘 때가 있다. 특히 맘에 드는 그림이나 사진이 생기면 꼭 노트북이나 핸드폰의 배경 화면으로 설정해 둔다. 그러면 화면을 켤 때마다 행복을 조금씩 맛볼 수 있다. 한동안 내 노트북의 배경 화면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던 그림이 있다. 작가의 이름도 모른 채로 어쩌다 발견한 그림이었다. 그림을 보자마자 행복감에 흠뻑 물들었다.

 

‘그래! 내가 언젠가 살고 싶은 집은 이런 모양이야!’하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노트북 배경 화면을 바꿨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그 그림의 작가가 스웨덴의 국민 화가 칼 라르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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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내 배경화면이었던 그 그림, <아늑한 구석 Cosy Coner 1894,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이 말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가진 것에 집중하면 결핍된 부분이 자연스레 채워지는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칼 라르손의 그림은 그 자체로 함박웃음 같은 면이 있다. 그는 행복을 잘 찾고, 만들어 내고, 또 그 행복을 잘 그려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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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의 저자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 스웨덴을 여행한다. 칼 라르손은 유독 행복이 그저 느껴질 뿐만 아니라 눈에 선명히 보이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분명 스웨덴은 북유럽 국가로 겨울이 길고, 햇빛이 귀한 곳인데도 칼 라르손의 작품은 유독 봄 햇볕이 내리쬐는 듯 따스한 그림들이 많다. 책의 저자는 칼의 삶을 톺아보며며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는 여정을 책에 담았다.

 

노벨상과 볼보, 그리고 이케아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은 북유럽 인테리어의 원조로도 불린다. 겨울이 길고 날씨가 추워 집에 오래 있어야 하는 환경적 특성이 조명, 가구, 인테리어의 발전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북유럽 인테리어 중심에는 칼 라르손과 그의 사랑하는 부인인 카린 라르손이 있다. 저자는 칼이 카린과 가정을 꾸리며 한 땀 한 땀 만든 집이자, 작품의 주요한 배경인 ‘릴라 히트나스’도 방문한다.

 

릴라 히트나스는 ’작은 용광로‘라는 뜻으로, 카린의 아버지가 준 집을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만들며 직접 붙인 별명이다. (집에 별명이 있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집을 아끼고 소중히 여겼는지 짐작이 간다) ’좋은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칼의 말처럼 그들은 정원부터 가구, 벽지, 화병, 조명, 침구, 테이블보 등의 패브릭 등등 집에 있는 모든 것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며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칼 라르손은 그 공간을 자신의 그림에 그대로 담았다. 이케아의 정신적 모토 역시 ’릴라 히트나스‘라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더없이 행복한 ’릴라 히트나스‘의 풍경과 달리, 칼의 유년 시절은 의외로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가 빚더미만 남기고 도망치는 바람에 어머니와 힘겹게 생계를 유지했다. 그것만도 충분히 비참한데 10대엔 그의 동생이 죽어 그 슬픔도 떠안아야 했다. 게다가 그가 청년이 되어 생계를 책임질 수 있게 되자 가족을 버렸던 아버지가 다친 몸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그때부터 칼과 어머니는 아버지의 병원비를 대야 했다. 아버지는 미안해하긴커녕 칼에게 악담과 화만 쏟아냈다. 그는 그런 어린 시절의 고통을 부인과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더욱 행복한 가정과 집을 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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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있는 창문 Flowers on the Windowsill, 1894>

 

 

칼의 인생에서 칼의 부인인 카린 라르손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카린은 화가 지망생으로 칼과 처음 만났다. 가난했던 칼과 달리 카린은 부잣집 딸이었다. 칼을 무척 사랑했던 그녀는 결혼을 반대하는 자신의 부모에게 편지를 보내 부모님을 설득한다.

 

 

“칼은 성장 과정에서 많은 슬픔과 고통을 겪었고, 어느 시점에는 자신이 처한 불행에 굴복당했지만 결국 자신을 믿는 힘으로 스스로 일어섰습니다. 자신의 힘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제 인생을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미래가 있을까요?”


- 1883년 카린이 부모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 p.106 中

 

 

그녀는 결혼과 동시에 화가의 꿈을 접었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제약적이었던 시대적 특성 때문일 것으로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저버리지 않고 패브릭에 펼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옷도 직접 만들어 입혔다. 칼의 그림 속에서 그녀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칼의 그림엔 유독 아이들의 모습이 많은데, 그건 그가 8명의 자녀를 낳았고 그들을 그림에 자주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칼과 카린은 아이가 한 명씩 태어날 때마다 집을 증축하고 이어 붙이며 공간을 키워나갔다고 한다)

 

아버지의 눈과 손으로 기록된 우리 집과 자신의 모습을 보는 자녀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아이들이 등장한 작품은 유독 주변이 다 환해지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자녀들을 그린 그림에는 한쪽에 그들의 이름을 써놔서 누가 누구인지를 모두 알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아이들을 향한 그의 커다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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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명 축일의 날 A Day of Celebration, 1895,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나답게 살아가는 것, 여유 있는 마음 그리고 안락한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한 칼 라르손을 보면서 다시금 내가 꿈꾸는 삶과 그 공간은 어떤 곳인지 상기한다. 소박하면서도 행복감을 주는 집은 나도 항상 꿈꿔온 공간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이나 다른 누구를 위한 집이 아니라 오로지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집에서 생활하는 건 많은 이의 꿈일 것이다.

 

칼과 카린이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집을 만들었다는 점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그들의 침실이다. 칼과 카린은 침실을 함께 쓰지 않고 자신들의 취향대로 꾸며서 각방으로 생활하였는데 대신 방 사이에 문은 두지 않고, 카린이 만든 태피스트리 커튼만 걸어 두었다. 또, 책벌레였던 칼과 카린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틈새 공간에 ’가족 독서실‘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모두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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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독서 Holiday Reading, 1916>

 

 

칼의 그림을 보면 자꾸 내 삶을 돌아보고 상상해 보게 된다. 있는 공간에 최대한 나를 맞추는 방식으로 살아온 나는, 나에게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아무리 작은 공간일지라도 주변 모든 것이 나에게 맞춰진 공간을 나도 만들고 싶어진다. 책을 다 읽고는 언젠가 할 리스트에 ’릴라 히트나스‘를 보기 위해 스웨덴 팔룬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적어두었다. (릴라 히트나스는 그들의 자손이 흔적 그대로 보존해 두고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관광객을 받는다)

 

이 책은 칼 라르손의 작품을 230점 이상 수록하고 있어 그의 작품을 모두 뜯어볼 수 있다. 책의 끝부분에서는 북유럽 화가들을 몇 명 더 소개받을 수 있다. 그 중 특히 나의 눈에 띄었던 작품은 안나 보베르크의 그림들이다. 그 중 오로라 Northern Lights라는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어왔다.(p.396) 그림이 너무도 장엄해서 4d처럼 느껴졌는데, 안나는 야외에서 모피와 털모자, 부츠를 장착하고 그림을 작업해서 북극탐험가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칼 라르손은 “진정으로 나이 든 사람은 영원히 젊다”고 말했다. 진정으로 나이가 잘 든 사람은, 마치 인생에 한 번도 불행이 없었던 것처럼, 해맑은 아이처럼 행복을 캐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그림 속 그는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행복에 집중해서 살아가다 보면 행복한 일들이 자꾸 찾아온다. 칼 라르손의 인생,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통해 이 진리를 또 한 번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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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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