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제는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할 때 [문화 전반]

의존 아닌 의도적 삶을 위하여
글 입력 2022.12.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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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화재는 무엇을 남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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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판교 SK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를 기억하는가? 전달되지 않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바라보며 느꼈던 당혹감이란! 카카오톡은 물론이고 카카오 뱅크를 통한 온라인 결제, 티스토리나 멜론처럼 카카오와 연동된 기타 서비스 역시 중단되었다. 화재는 늦은 오후 진압되었지만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며칠이 소요되었고, 카카오 대표 이사는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아직도 당시의 고립감을 기억하고 있다. 직접 세어 본 적은 없지만, 내 핸드폰에는 수십 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어 있다. 비율로 따지자면 카카오 앱은 그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카카오 서비스가 다운되고 세계로부터의 급작스러운 단절을 느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평소 가족 또는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나누었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은 직접 만나지 않는 이상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었다. 게다가, 카카오 뱅크를 사용하는 나로서는 통장에 넣어 둔 돈이 하루아침에 사라질까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불편은 나 혼자 겪었던 것이 아니었다. 컴퓨터 공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는, 학과 과제를 할 때면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라오는 자료를 자주 참고하는데, 그날은 티스토리 서비스가 중단되어서 과제를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했다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기술을 창조해 낸 인간조차도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홈페이지나 프로그램이 오류를 빚는 일은 사실상 자연스럽고 실제로 비일비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먹통 사태는 그저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으며, '대국민 사과'가 필요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었다.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만큼이나 카카오의 영향력이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 뻗쳐 있던 것이다. 동시에, 어떤 두려움의 감정이 일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술은 완벽하지 않다. 실제로 카카오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 한 개에서 발생한 작은 스파크였다. 그 작은 스파크가 쏘아 올린 공은 얼마나 큰 나비 효과를 일으켰는가. 기술은 이토록 유약한데, 그보다 더 유약한 인간이 삶의 일부를 기술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은, 마치 우리 삶이 언제 송두리째 '셧다운(shut down)'될지 모른다는 경고를 보내는 듯 했다.


 

 

이제는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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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해?' 라는 질문을 받으면, 종종 '그냥 집에서 쉬어' 라고 답하곤 했다. 그런데, 정말 '그냥' 집에 있던 적은 맹세컨데 단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실은, 나는 내 방에서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된다. 밀린 드라마를 감상하거나, 지인들의 SNS를 구경하거나, 최근 빠진 이북 리더기로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본다. 가끔 알고리즘의 힘에 이끌리면, 유튜브 영상만으로도 하루의 절반을 보낼 수도 있다.

 

이처럼, 마음 놓고 휴식할 기회가 찾아올 때조차 나는 바삐 움직였으며, 그때마다 기술 문명의 손을 놓지 못했다. 오히려, 그럴 땐 그 손을 더 세게 쥐었다. 그런데, 이렇게 소비한 휴식은 왠지 진정한 휴식이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다. 휴식은 말 그대로 쉬기 위해서, 결백한 무위를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동안 내 뇌는 계속해서 가동 중이었고, 그래서인지 분명 휴식이라고 믿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더 피곤해지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진정 의미 있는 휴식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닌,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이다.


게다가, 평소 내 모습을 떠올려 보니, 굳이 '휴식' 시간이 아니더라도 매분 매초 일상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있던 것 같다. 길을 걸으며 마치 좀비처럼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는 이들을 '스몸비족'이라고 부른다. 나 역시 가끔은 스몸비족의 일부가 되어, 아름다운 거리를 걸으면서까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하철에 타서도 나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고 이어폰을 귀에 꽂는데, 가끔은 음악도 듣지 않으면서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역에서 빠져나올 때 '내가 왜 이어폰을 끼고 있지?' 하며 혼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익히 알려진 건강의 부작용, 디지털 기기의 자극적이고 단기적인 쾌락에 익숙해지면 더 강렬한 자극을 원하면서 뇌가 중독에 빠지게 되는 문제. 이 외에도, 스마트폰을 마치 신체 일부처럼 여기고 의존하다 보면, 카카오 화재와 같이 디지털 기기가 문제를 일으킨 상황이 또 발생할 때,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허탈하게 가만히 있을지도 모른다. 기술 앞에서 수동적 객체로 전락하는 인간. 생각해 보라, 앱 하나 고장 났다고 세상과의 단절을 느끼다니, 멀리서 바라본다면 너무나도 우스꽝스러운 장면이다.

 

그리하여 이제부터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실천하고자 한다. '디톡스'는 '해독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소화가 안 될 때 혹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몸이 피곤하다고 느껴질 때, 며칠 간 단식을 하면 오히려 속이 편안해지고 몸에 쌓인 독소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 기기로부터 잠시 멀어짐으로써, 과도한 디지털 중독으로 내 안에 쌓인 독소를 해독하는 것이 디지털 디톡스의 목적이다.

 

물론, 디지털 디톡스의 실천이 디지털 기기와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술이 우리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결코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때로, 인간은 기술을 통해 무궁무진한 창의력을 발현할 수 있고, 종종 학습이나 자기 계발 등 건강한 삶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 글만 해도, 가장 가까운 전자 기기인 노트북으로 작성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중용이고 균형이다. 중요한 것은 '아예 사용하지 않기'가 아니라 '의존하지 않기'이므로, 습관과 관성에서 벗어나 정확한 목적이 있을 때에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잡을 것이다. 건강하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위해, 의존이 아닌 의도적인 삶을 위해, 오늘부터라도 한 걸음 나아가려 한다.

 

 

[김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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