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랑코 폰타나의 세계를 담아서 -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

우리가 전시장을 찾는 이유
글 입력 2022.11.25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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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굳이 전시장을 찾나. 인터넷으로 몇 자만 쳐도 바로 작품을 볼 수 있는 요즘 세상에.


아마 작품을 실제로 보는 건 '다르다'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스케일이나 질감, 기타 디테일을 보다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사진 해석이 적혀 있어서,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컬렉션보다 더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찬찬히 걸으면서 작품을 톺아보는 동안 하나의 스토리텔링까지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전시장에 간다.


전시장은 창작자의 가치관과 세계를 구현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소개해야 하는 공간이다. 그러니 창작자의 세계가 분명하게 작품에 드러나 있을수록 전시장은 구체적으로 기획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창작자와 작품을 옮겨둔 것처럼 정확하게 전시장이 구성되어 있다면 당연히 우리는 전시를 통해 창작자의 세계에 보다 깊이 빠져들 수 있다.


바로 마이아트뮤지엄의 프랑코 폰타나 사진전, '컬러 인 라이프'처럼 말이다.

 

 

(정방형)폰타나_최종본-01.jpg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프랑코 폰타나.

 

그는 예술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재발견되고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기존 흑백 사진의 세계를 뒤흔들고 컬러 사진의 선구자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는 꾸준히 기존의 스타일이나 관행을 지키지 않고 자신만의 분명한 정체성을 확립해 왔다.


그가 찍는 작품은 그림 같은, 그중에서도 회화 같은 사진이다.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대비감을 보여주는 선명한 색감과 구도. 그는 카메라로 삶의 풍경을 담아내면서 현실을 비추고, 동시에 현실을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색상들의 대비가 눈에 띄는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에 맞추어 전시장 벽 역시 선명한 색감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각기 다르게 색칠된 벽을 보고 마치 작품이 벽과 함께함으로써 완성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각 작품에 맞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색상의 디테일이 작품과 어울려 더 큰 여운을 남겼다고 할까.

 

 

FRANCO FONTANA© PUGLIA 1995 paesaggio immaginario mmg.jpg

'랜드스케이프' 섹션 중, 회화적 특징이 보이는 그의 작품

FRANCO FONTANA© PUGLIA 1995 paesaggio immaginario mmg

  

 

전시는 '랜드스케이프', '어반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그리고 '아스팔토'라는 네 가지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각각 자연, 도심, 인물, 그리고 도로라는 피사체를 다룬 섹션이다.


프랑코 폰타나의 회화적 특징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섹션은 '랜드스케이프'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하나의 풍경으로 그려낸 '휴먼스케이프'가 마음에 머물렀다.

 

'휴먼스케이프'에는 기존 쨍한 색감의 벽 말고도 금속 질감의 불투명한 가벽이 있었는데, 약간 차가운 느낌의 벽에 걸린 사람과 도시의 풍경이 섹션의 주제와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 내부의 서사 말고도, 가벽을 통해 숨은 서사를 혼자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사진들은 액정으로만 보더라도 충분히 아름답고 조화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전시장이라는 공간에서 봤을 때 감상이 가장 극적으로 달라질 작품들이 바로 이 '휴먼스케이프' 섹션에 있다.

 

나 역시도 단순히 몇 번의 스크롤 만으로는 끝내서는 안 될 여운을 전시장에서 마주했으니 말이다.

 


FRANCO FONTANA© NEW YORK 1986 GHY.jpg

'휴먼스케이프' 섹션의 작품

FRANCO FONTANA© NEW YORK 1986 GHY

 

 

"We all have reality aroud us, but it is those who take the picture who decide what they want to express."

"우리 주변을 둘러싼 현실 속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결정하는 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다." -  프랑코 폰타나

 

프랑코 폰타나의 세계에 푹 빠졌다 나온 전시였다.

 

그가 사진을 통해 현실 속에서 표현할 무언가를 찾아냈다면, 전시장은 이 모든 작품을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배치해 둔 새로운 표현의 장이었다.

 

프랑코 폰타나의 분명한 예술관을 뚜렷한 기획과 스토리텔링으로 담아낸 이 전시에서, 그의 가치관과 그가 이제까지 카메라로 그려 온 삶의 풍경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류지수_(1).jpg

 

 

[류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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