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색과 구도의 마술사,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전시]

글 입력 2022.11.21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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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구도의 마술사


  

"이거 되게 사진 같다!"

 

사전 정보 없이 전시를 함께 보러 간 친구의 첫 마디였다.

 

프랑코 폰타나는 사진인지 회화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추상적 풍경 사진으로 명성을 떨친 이탈리아 사진 작가이다. 한국에선 아직 그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프랑코 폰타나는 컬러 필름을 받아들인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해외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런 그의 첫 한국 회고전이 삼성역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 중이다.

 

 

(정방형)폰타나_최종본-01.jpg

 

 

'사진은 곧 포토그래퍼 그 자체'라고 이야기하는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에선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함이 느껴진다.

 

자연을 찍을 때, 도시를 찍을 때, 그리고 사람을 찍을 때마다 표현 방식은 달라진다. 그러나, 색과 구도를 활용해 일상적인 피사체도 고유한 방식으로 표현해내고 있다는 점이 그의 작품들을 관통한다.

 

이번 전시의 첫 번째 섹션 <랜드 스케이프>에서 프랑코 폰타나는 넓은 앵글과 보색을 활용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드넓은 노란색 들판과 샛파란 하늘의 대비, 그리고 어떤 방해 요소도 없는 안정적인 평행 구도는 '이게 정말 필름으로 촬영 가능한 사진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도되고 정제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연을 바라볼 때, 나무에 집중한다면 그는 훨씬 더 넓은 관점에서 자연을 담아냄으로써 같은 풍경도 새롭고 독특하게 표현했다. 특히, 채도 높은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보니 사진을 그림으로 착각할 정도로 회화스러운 느낌이 강조되었다.

 

 

FRANCO FONTANA© PUGLIA 1987 EWS.jpg

 

 

그렇다고 그가 넓은 앵글만 고수하는 것도 아니었다. 도시의 풍경을 담은 두 번째 섹션 <어반 스케이프>에서는 이전과 달리 극도로 좁힌 앵글을 활용해 도시의 모습을 낯설게 표현한다. 이를 위해 그는 우리가 매일 지나쳤을 건물의 외벽과 구조물, 빛과 그림자를 적절히 활용한다.

 

때로는 몬드리안처럼 단순하게, 때로는 에셔처럼 복잡하게 보여주는 도시의 풍경엔 프랑코 폰타나만의 시선이 담겨 있다. 특히, 창문과 외벽의 그림이 독특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진을 봤을 땐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찬찬히 뜯어볼 수 밖에 없었다.

 

첫 번째 섹션 <랜드 스케이프>는 고요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했다면 두 번째 섹션은 좀 더 그의 시선을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관람하게 되었다. 자신이 담고자 하는 피사체에 따라 색과 구도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프랑코 폰타나에게 색과 구도의 마술사라는 표현만큼 적절한 게 없을 것 같다.

 

 

Franco Fontana© Los Angeles 1990.jpg

 

 

프랑코 폰타나


 

franco fontana 1969.jpg

 

 

프랑코 폰타나가 처음 사진을 시작한 나이는 28살로 비교적 적지 않은 나이였다. 이전에 특별한 예술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 인터뷰에 따르면 어렸을 때 공부를 싫어했던 그는 5학년을 끝으로 공식적인 교육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그저 자연스럽게 시작했다는 모호한 대답이 오히려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그의 생애에 대해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사진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는 가구 쇼룸의 실내 장식가로 일했고 지역 아마추어 사진가 클럽에서 활동한지 4년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예술 교육을 받으며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경우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이전 관습을 답습하지 않은 프랑코 폰타나만의 방식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엔 이번 회고전을 기념해 진행한 프랑코 폰타나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영상을 통해 예술에 대한 그의 가치관과 철학이 잘 전달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앞서 관람한 작품들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컬러 사진에 대한 애정, 사진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담은 그의 이야기는 듣는 이에게도 여러 물음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비단, 이번 전시와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에 한정된 게 아니라 예술 전반까지 확장된 질문을 품은 채 전시장을 나서는 기분이 꽤나 즐거웠다.

 

해당 인터뷰는 유튜브의 마이아트뮤지엄 채널을 통해서도 시청이 가능해 전시장을 방문하지 않았더라도 프랑코 폰타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시청해보길 추천한다.

 

 

 

컬러 인 라이프전


 

tempImaget69ez4.jpg

 
 

이번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는 전시의 감동과 여운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진행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전시장 벽면의 다채로운 컬러였다.

 

보통 작품에 대한 집중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무채색으로 벽을 칠하는 것과 반대로 이번 전시에선 노루 페인트의 협찬을 받아 채도 높은 팬톤 컬러로 벽을 채색했고 지니 뮤직과 함께 선정한 컬러별 뮤직을 QR 코드로 확인할 수 있게 구성했다.

 

강렬한 색을 잘못 썼다면 오히려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트렸을텐데 이번 전시에선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이 다채로운 색과 어우러지니 작품이 확장된 느낌을 받았다. 다만, 벽과 바닥까지 하나의 관람 요소로 활용하며 전시 동선이나 섹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동선을 보여주는 화살표가 없고 관람객이 이동하는 방향과 작품 섹션의 순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지점이 있어 종종 관람객의 동선이 꼬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부분만 해결된다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을 보여주고 그 감동과 여운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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