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성들을 위한 저녁 만찬 [미술/전시]

Judy Chicago, 'The Dinner Party'
글 입력 2022.10.0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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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여성운동이 정치, 평등에 집중한 여성참정권 운동을 중심으로 일어났다면, 1968년 여성해방운동 이후의 여성운동은 문화 운동으로써의 페미니즘이었다고 볼 수 있다.

 

1971년 미술사가 린다 노클린의 논문(「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을 필두로 페미니즘 미술과 미술사 비평이 크게 대두되었고, 페미니스트 미술가 단체 및 전시회가 결성 또한 활발해졌다.


특히 이 시기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연구 경향은 ‘여성 미술가 발굴 및 미술사 다시 쓰기’이다.

 

현재는 모르기가 더 어려운 아르테미지아 젠틸레스키, 메리 카셋, 조지아 오키프 등의 작가가 이 시기 다시금 재평가된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미술가들은 순수미술 안에서 성적 대상화되어온 여성 이미지 재현의 역사를 연구하고 비판했으며, 여성성의 긍정적 가치를 발견하고 여성의 본질적 감수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중 뜨겁게 일었던 논쟁은 미술과 수공예의 대립이었다. 지금이야 예술에서 장르의 경계를 논하는 것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수공예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로 여겨진 대표적 노동이다.

 

논쟁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로 생각되었던 이 수공예를 여성의 미술이자 주류 미술로 편입시키고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남성 중심적 예술계와 여성 미술가에 대한 차별 및 비판에 대한 도전이었다.


오늘 소개할 주디 시카고의 The Dinner Party는 1970년대 페미니즘 미술의 이정표이자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약 5년에 걸쳐 수공예로 제작되었다.

 

작품의 제작은 여성사를 발굴하기 위한 시도로서, 역사 속 여성 위인들을 초대해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컨셉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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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y Chicago, The Dinner Party, 1974–79, 브루클린 미술관 소장 상설전시.

 

 

사진에서 보이는 삼각형 구도의 오른쪽 변부터 시계방향으로 첫 번째 변은 선사시대 고대 로마까지, 두 번째 변에는 기독교 태동기부터 종교개혁까지, 세 번째 변은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유명 여성들의 자리를 마련했다.

 

정삼각형의 각 변에 놓인 테이블은 각 13개로 총 39개의 자리를 구성했는데, 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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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셉수트의 자리(고대 이집트). 남편 투트모트 사후 아들을 대신해 파라오로서 섭정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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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라 황비의 자리(비잔틴).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와 함께 비잔틴 제국을 다스린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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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데스테의 자리(16세기). 만토바의 공작 부인으로, 당시 만토바의 도자기 사업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여성 예술 후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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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오키프의 자리(1887-1986). 미국의 유명 화가. 여성 예술가로서 여성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테이블보 위에는 금색의 자수로 식사에 초대된 사람의 이름을 새겼고, 자리의 주인을 상징하는 디자인의 식기를 제작했다. 바닥에는 999명에 달하는 여성의 이름을 기재한 2300개의 도자기 타일을 두었다. 도자기 타일에 새겨진 무명의 여성들이 유명의 여성들을 떠받치는 형식이다.


디너파티의 근본적 의도는 역사적으로 무시되거나 지워진 여성들을 원래의 역사의 자리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역사 전반에 걸쳐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을 정돈해온 여성은 이제 이 식탁 앞에서 준비된 만찬을 즐기는 귀빈의 자리에 오른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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