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찰나의 순간이 영원이 될 때 -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전시]

오늘을 기억하고 싶은 사진의 비밀
글 입력 2022.09.0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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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15만 장의 필름,

비밀스러운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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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겨울, 자신이 살던 동네의 경매장에서 우연히 필름 수십만 장이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하고, 380불의 가격으로 낙찰받게 된 '존 말루프'.

 

상자 속 필름에 관한 정보는 오직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라는 이름뿐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그 이상의 정보를 발견할 수 없던 존 말루프는 필름 일부를 스캔하여 개인 SNS에 업로드한다. 비로소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후에 빠르게 퍼져나간 사람들의 관심은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의 공개로 이어졌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는 사진을 여러 관점에서 해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놓칠 수 없었던 이유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개인의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어느새 카메라 앵글 너머의 시선을 따라서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의 삶에 관한 이야기로 점차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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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이야기는 짧게나마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이를테면 직접 기록한 영상과 음성, 또는 사진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거나 생전의 작가를 기억하는 이들의 인터뷰 등으로 그 형태가 다양하다.

 

이렇게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모습은 타자의 상반된 관점에서 묘사되었다. 모험적이고 자유로움, 동시에 낯을 가리고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지 않은 사람.

 

비밀스러운 사진가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사진의 인물을 직접 촬영하며, 거리에서 마주친 사진가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또한, 모든 추억을 보관하듯 상자 안에 가득 담긴 필름과 물건들에 또한번 눈길이 갔다.

 

이로써 ① 비비안 마이어가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② 왜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을까? 등과 같은 상념에 잠기기에 충분하다.

 

오늘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을 관람하는 다수의 관객과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에게는, 한 사람이 삶을 기록하는 과정과 이를 대하는 태도를 떠올려 볼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카메라와 사진, 그리고 비비안 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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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953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비비안 마이어를 만났었고, 기억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으로 한 가지 주목할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그녀가 바로 항상 카메라를 지니고 다녔다는 것이다.

 

거리를 걸을 때,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러 나갈 때, 세계여행을 떠나는 순간에도 늘 카메라와 함께했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보아, 가장 가까이에 놓여있던 카메라를 참 많이 아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사진전에서 카메라와 함께한 비비안 마이어의 자화상(self portrait)을 아낌없이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유리와 거울을 반사하거나, 셀프타이머를 이용하고 때로는 그림자로 많은 셀피(Selfie)를 남겼다.

 

추가로 전시장에서 놓칠 수 없는 몇 가지를 추천한다면, ① 셀피를 남길 수 있는 포토존 ② 소장품이다.

 

더욱 특별하게 전시에서 실제로 당시에 사용했던 롤라이플렉스와 라이카 카메라를 만날 수 있다. 카메라와 사진, 그리고 비비안 마이어에 애정이 어린 마음을 가진 누군가에게 이만큼 잊을 수 없는 경험이 있을까?

 

실제로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이와 비슷한 꽤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일상의 기록: 다양한 대상과 주제를 담은 감각적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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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공공도서관, 1954년경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영화 속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거 같은 위 사진은 1954년경의 뉴욕공립도서관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최근에 뉴욕을 소개하는 영상에서도 뉴욕공립도서관의 전경을 봤었는데, 어쩐지 이러한 구도는 전혀 예상할 수 없을 거 같다. 왠지 사진가는 뉴욕의 거리를 일상적으로 걷고 있는 사람들과 구분된 공간에 위치한 듯하다.

 

이처럼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로, 피사체를 파인더의 테두리 안에 적절히 배치하여 구성하는 '프레이밍'이 많이 언급된다.

 

그중에서도 유독 상반신 프레이밍이 돋보이는, 피사체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로우 앵글'은 비비안 마이어가 즐겨 찍는 사진 구도였다. 이처럼 모든 사진에는 사진가의 선호에 따라서 구도, 대상 및 주제들이 모두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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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1955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전시를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이, 성별, 직업 등에 구애받지 않고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더불어서 신문, 상점의 마네킹 등의 피사체는 그 범위를 점차 넓혀갔다. 이처럼 다양한 대상에 따른 하나의 프레임 속에는 행복, 슬픔, 사랑, 죽음 등의 필터가 매번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촬영의 결과물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주제를 포함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이 있었다. 오랜 기간을 보모로 살아온 비비안 마이어는 '아이들'을 소재로 한 사진을 많이 남겼다. 위 사진에서는 또렷하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아이의 두 눈이 정말 인상적이다.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굳센 느낌마저 드는데, 더 자세히 보면 눈물을 머금은 듯한 슬픈 눈빛이다.

 

아이의 어떤 점이 비비안 마이어의 시선을 이끌었을까? 작은 몸으로 큰 시계를 차고 보란 듯이 팔짱을 끼고 있는 아이. 이와 같은 행동과는 다르게 아이다움이 묻어나는 표정은 거리를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마저 멈추게 만든다.

 

'사진 속에서 사진가와 피사체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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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의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또는 영상으로 꾸준히 기록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활용되어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고, 더 넓게는 취미이자 일로 그 영역이 확장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사진과 글, 그림 및 영상을 올려야 할지, 누구에게까지 이를 공개해야 하는지 등의 생각들은 언제나 선택의 망설임을 뒤따른다.

 

오늘은 이 사진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가도 내일이 되면 다시 모두 지우고 싶은 그런 마음 말이다.

 

개인의 생각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와 비슷하게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이 시간이 흐른 뒤 공개된 것은 아주 우연한 일과 오랜 시간 기록하며 보관했던 그 마음이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를 누군가 발견해주기를 바랐을지, 어쩌면 고민하던 찰나의 순간 끝에 자신만의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었는지 정확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다.

 

그런데도, 비비안 마이어는 이렇게 카메라와 사진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이나 자신과의 소통을 이어 나갔다. 그게 사진이 지니는 가치에 가깝지 않을까?

 

『그 순간을 기록하여 기억 속에 담겨두고, 오래도록 추억할 수 있는 사진』

 

신기하게 사진첩을 열어볼 때마다 그날의 감정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은 비비안 마이어가 그랬던 것처럼 나만이 오롯이 가질 수 있는 작품을 하나, 둘씩 남기고 싶다.

 

 

이제, 여기까지 하고, 빨리 다음 작품을 하러 가야겠어요.

 

- 비비안 마이어 (Vivian Ma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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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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